28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당선인 워크숍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가 자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의 잇단 유화 제스처에도 더불어민주당에서 노선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차기 당권을 놓고 민주당의 전통을 지키는 진영과 당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진영이 서로 대립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양쪽 모두 자중해야 한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적통 논쟁에 친명 반박
친문계 스피커인 유시민 작가의 '재건축론'을 기점으로 당내 갈등이 다시 분출하고 있다. '재건축론'의 외연은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보이지만, 배경에는 민주당의 미래 권력 지형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작가는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다"며 "그런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는 28일 '범민주진보연대론'을 띄웠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이어달리기를 하며 민주주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적통'을 강조한 것이다.
친명계 이건태 의원은 곧바로 페이스북에서 "조국혁신당 등과의 연대와 합당 문제를 전당대회 의제로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문제를 만든 당사자가 마치 그것(통합)이 부족해 지금의 상황이 초래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정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노선 경쟁 격화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런 갈등은 최근 민주당의 노선 경쟁과 맞닿아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은 검찰개혁 등 민감한 이슈가 튀어나오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을 형성해 왔다. 현 정부 기조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져 온 민주당의 '적통'과는 다소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와 동시에 민주당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커져 왔다. 현재 민주당을 외면하는 2030 청년세대,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동조하지 않은 범보수 진영 인사들을 끌어안는 방식으로 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두 노선의 갈등을 부추긴 건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과정이었다. 이 선거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 출신인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맞붙었는데, 민주당 전통 지지층에선 오히려 조 전 대표를 지지하는 듯한 흐름이 감지되며 갈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선거 결과 책임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고조되자, 엑스에서 "대결과 배제보다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해당 게시글에 "가장이 식구는 돌보지 않고, 옆집 이웃만 챙기면 그 가정은 박살난다", "같은 진영도 못 품는데 무슨 통합이냐" 등 이 대통령에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다.
당내서도 "전당대회 조기 과열" 우려
문제는 잇단 이 대통령의 유화 제스처에도 당내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지난 18일 유럽 순방 귀국길 행사에 당∙청 갈등설에 휩싸였던 정 전 대표를 초청한 데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부안 제출 없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밝히며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에게 화답했다. 특히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이 대통령이 수차례 당내 숙의를 요청했던 사안이었다.
이런 시도에도 여권 내부 갈등이 진화되지 않으면서 민주당 지지층의 분화는 오히려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선출되는 당대표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만큼, 이번 전당대회 결과가 민주당의 향후 주류 노선이 어디인지를 결정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당대회 과열 조짐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당내 분열이 너무 심하다"며 "정권 초반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여당이 이런 모습을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