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은 아파트. 고상현 기자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은 제주의 대기업 계열 유명 브랜드 아파트. 화려한 민간 아파트 개발사업 이면에 시행사 대표의 투자사기 의혹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수년에 걸쳐 원금 보장과 함께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고 있다.
"원금·수익금 보장" 수십억 유사수신 의혹
2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도내 모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A씨는 2019년 5월부터 제주시 일대에서 추진된 아파트 개발사업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로부터 관련 업무를 넘겨받았다. 그해 10월 지역주택조합 허가를 받고 모 대기업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한 뒤 예비조합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전체 414세대 중 예비조합원은 100여 명 모집에 그쳤다. 더 이상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자 A씨는 2020년 6월부터 모 투자증권회사와 초단기대출(브릿지론) 협의에 들어갔다.
당시 모 투자증권회사가 주관한 14개 채권 금융기관들(대주단)은 '예비조합원으로부터 받은 예비청약보증금(1인당 6500만 원)을 모두 돌려주고 민간분양 아파트사업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A씨는 대출받은 515억 원 중 일부를 사용해 예비조합원에게 6500만 원씩 돌려줬다.
1차 유사수신 사건 당시 확약서 내용. 독자 제공문제는 그 이후다. A씨는 지역주택조합을 해산한 직후인 2021년 2월부터 3월 사이 전 예비조합원 34명에게 돌려줬던 6500만 원을 민간분양 아파트사업에 재투자하면 "원금과 수익금을 포함한 1억 원을 주겠다"고 하고 투자 명목으로 모두 22억1천만 원의 자금을 모집한 의혹(
1차 사건)이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상 누구든지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미래에 원금 전액 보장 또는 수익금을 주겠다며 자금을 조달해선 안 된다.
유사수신에 이어 추가 투자사기 혐의도
A씨는 2021년 12월 기존 대출을 갈아타는 760억 원 규모의 대환대출(리파이낸싱) 이후 투자자 34명에게 각각 약속한 1억 원을 지급했다. 채권 금융기관들이 '1차 사건'을 파악하고 바로잡으라고 요구해서다. 하지만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해지자 A씨는 재차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A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3년 6월 사이 20여 명에게 원금과 30%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고 속여 20억 원 상당을 가로챈 의혹(
2차 사건)이다. 피해액은 적게는 3천만 원에서 많게는 4억 6500만 원이다. 피해자 대다수가 1차 사건 당시 투자했다가 수익금을 받았던 경험 탓에 믿고 투자했다.
특히 사건 당시인 2022년 A씨가 운영한 모 부동산개발회사의 누적 적자(결손금)는 502억 원으로 경영상황이 갈수록 악화해 투자원금과 수익금을 줄 수 없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은 아파트. 우편함에 우편물이 꽂혀 있지 않다. 고상현 기자 이 과정에서 2022년 9월 A씨는 그동안 대출로 사들인 사업부지와 아파트 분양사업 미래가치를 담보로 3천 억 원 규모의 부동산 개발 대출(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는다. 이후 대기업 계열사인 모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제주시 3만여㎡ 부지에 17개동 425세대 아파트를 짓는다.
2023년 3월 '프리미엄 아파트'를 내세워 대대적으로 분양을 홍보했지만, 고분양가 논란 끝에 전체 425세대 중 단 1세대만 분양됐다. 결국 지난해 '통째 공매'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유찰되며 공매가가 당초 4006억 원에서 3천 억 원대로 떨어지자 PF우선수익자가 공매를 중단했다.
검·경 수사…시행사 대표 혐의 전면 부인
분양 실패로 일부 투자자들은 A씨로부터 여태 수익금은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피해자만 1차 사건과 2차 사건 통틀어 50여 명으로 유사수신과 사기 전체 피해금액만 모두 40억 원 상당이다.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하며 피해자 수나 피해금액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차 사건에 대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시행사 대표 A씨를 상대로 수사하고 있다. 올해 초 검찰에 1차 사건을 송치했으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으로 현재 경찰이 추가 수사하고 있다. 조만간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2차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지난해 6월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제주지방검찰청은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막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입구에 내걸린 분양 홍보문구. 고상현 기자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A씨의 설명을 듣기 위해 회사 사무실을 찾아가고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사무실에서 만난 한 직원은 "회장님이 고소당한 여러 사건은 모두 날조된 것이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얘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 역시 수사기관 조사에서 유사수신과 투자사기 의혹에 대해서 "지금은 퇴사한 전 회사 직원들끼리 벌인 일로 나는 개입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