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노사 간 논의가 4차 수정안 제출에도 불구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법정 시한인 지난달 29일을 넘기고 노동계와 경영계 각각 4차에 걸쳐 최저임금 요구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1290원의 격차를 보여 여전히 간극이 크다.
노사 간 이견이 더 좁혀지지 않으면서 다음 주 중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해 합의나 표결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했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지난 회의의 2차 수정안에 이어 이날 3차, 4차 수정안을 잇달아 제출했다. 노동자 측은 3차 수정안으로 전년 대비 14.4% 인상된 1만 1800원을 냈고, 4차 수정안에서는 13.4% 오른 1만 1700원을 제시했다.
사용자 측은 3차 수정안으로 전년 대비 0.7% 인상된 1만 390원을 제출한 데 이어, 4차 수정안으로 0.9% 오른 1만 410원을 냈다. 4차 수정안을 기준으로 노사 요구안의 격차는 1290원이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노동자를 빈곤에서 벗어나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류기섭 사무총장은 "작년 기준 기초생활보장 제도 수급 기준인 기준중위소득은 239만 2천 원인데, 비혼 단신 노동자의 실태생계비 중윗값도 239만 8천 원으로 격차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류 사무총장은 "현행 최저임금이 취약계층을 노동으로 유인하는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미세한 조정이 아닌, 전향적이고 과감한 인상"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미선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지난 8년 동안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액을 액면 그대로 받아보지 못했다"며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로 인한 소상공인의 생존 위기를 들어 억제를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총괄전무는 "결국 최저임금 근로자 1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실제 인건비 부담이 연간 약 500만 원 늘어나고, 몇 명만 고용하고 있어도 수천만 원 부담이 추가되는 것"이라며 "이미 경영 한계에 놓인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할 수 없는 너무나 큰 고통"이라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양옥석 인력정책본부장은 "은퇴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 때문에 국내 자영업자 중에 60세 이상 고령층이 많다"며 "그렇지만 최저임금은 기본이고 각종 법적 책임과 수당, 퇴직금 부담으로 사람을 못 쓰고, 혼자 일하다 과다 노동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이어 "일각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업종은 망해도 된다'는 냉정한 말을 한다"며 "600만명 넘는 소상공인이 망해서 길거리로 쏟아져나올 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은 만들어놓고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양측이 4차 수정안까지 교환했음에도 간격이 크게 좁혀지지 않으면서 회의는 다음 주까지 이어지게 됐다. 12차 전원회의는 오는 7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만약 노사 간 수정안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다음 주 중 공익위원들이 상한선과 하한선으로 구성된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해당 범위 내에서 노사의 최종 합의를 유도하거나 표결을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