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공무원들.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연합뉴스공무원에게 갹출한 돈으로 퇴직자에게 현금을 챙겨주는 '전별금' 문화가 전북 완주군에서도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임실군이 법적 구속력 없는 내부 규정만으로 전별금을 강제 갹출하는 관행을 유지해 공분을 자아낸 것에 이어 완주군도 비슷한 폐습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나 시대착오적 행정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군수도 내는 전별금…전 직원 월급서 '강제 갹출'
3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전북 완주군은 분기나 반기별로 퇴직자가 발생할 경우 '퇴직자 전별금'이라는 명목으로 군청 소속 공무원에게 전별금을 갹출하고 있었다.
방식은 '일괄 공제'다. 퇴직대상자가 발생하면 완주군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전별금 일괄 공제에 있어 협조를 요청하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한다. 이후 퇴직 공무원의 수와 근속연수에 따라 책정된 금액을 모두 더한 후 군수와 부군수를 포함한 전체 직원의 숫자로 나눈 액수를 직원들의 급여에서 일괄 공제한다.
전북 완주군청 전경. 완주군 제공2026년 상반기 기준 완주군은 전 직원 1344명에게 총 3810만을 걷어 22명의 퇴직자 전별금을 지급했다. 퇴직대상자 1명이 받게 되는 금액은 30년 근속 기준 200만 원에 달한다.
전별금은 근속 연수에 따라 차등을 두고 지급된다. △5년 미만 10만 원 △5년이상 10년 미만 50만 원, △10년 이상 20년 미만 100만 원 △20년 이상은 100만 원에 더해 1년마다 10만 원이 더해지는 구조다.
직원 한 명이 내는 금액은 적게는 수천 원에서 많게는 수만 원이다.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퇴직대상자의 수에 따라 변동이 생긴단 점에서 저연차 직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완주군 관계자 A씨는 "전체적으로는 적은 액수라서 군청 내부에서도 큰 이견은 없지만 퇴직대상자가 많아서 액수가 커진다면 불만이 클 것 같다"고 전했다.
완주에 더해 임실도 강제 공제…진안은 2021년에 폐지
문제는 전별금 일괄 공제의 근거가 법적 구속력과 강제력이 없는 내부 규정인 점에 있다. 완주군은 '완주군 퇴직 및 사망자 예우에 관한 회칙'을 근거로 전별금을 공제한다.
법적 근거가 없기에 강제성은 없지만, 단체장까지 묵인하고 동참하는 구조 속에서 저연차나 하위직 공무원들이 거부 의사를 밝히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30년간 도내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퇴직한 B씨는 "입사 후 퇴직할 때까지 지역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지방 공무원들이 공문까지 내려오는 것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임실군이 퇴직대상자가 발생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보내는 퇴직성금 관련 공문. 독자 제공내부 규정을 근거로 강제 전별금을 공제하는 것이 드러난 완주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전북 임실군은 내부 규정만으로 전체 직원에게 수십 만 원의 전별금을 공제해 퇴직자에게 천만 원에 달하는 전별금을 지급하는 사례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진안군 또한 전별금 강제를 두고 직원 간 불화와 불만이 쌓이자 지난 2021년, 전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전별금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액수와 관계없이 내부 규정만으로 전별금을 걷는 건 오래된 폐습이 이어진 결과다"며 "평등한 공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에 발맞춰 전별금 제도를 속히 폐지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권익위 권고 무색'… 시대착오적 관행 즉각 폐지해야
국민권익위원회 로고. 국민권익위원회 제공완주군과 임실군 등의 사례는 평등한 공직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정부의 방침과도 결을 달리 한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5년 이미 법령과 조례에 근거하지 않은 내부 방침으로 퇴직 기념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지양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완주군과 일부 지자체는 고위직의 참여를 방패 삼아 권고안을 교묘히 우회하고 피하기 위한 관행을 이어온 셈이다.
이런 관행을 두고 김춘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지역본부장은 "노조의 영향력이 큰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무원 사회 분위기가 바뀐 것은 맞지만 여전히 많은 지자체에서 잘못된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오랜 기간 유지해온 방식이라도 잘못이라면 바꾸고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을 두고 완주군 관계자는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해오지 못하고 있었다"며 "민선 9기 출범과 더불어 사안을 두고 논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