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장씨는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보행로에서 귀가 중이던 고 이채원(16)양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의 아버지가 아들 범행 이후 주요 증거를 없앤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입건되지 않으면서 친족의 증거인멸을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특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다.
3일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한정애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전날 밝혔다.
현행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 또는 변조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같은 조 4항에서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범행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예외를 두는데, 개정안은 이 부분을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 의원은 "일본은 친족 간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것이 아닌 사안의 경중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변화한 시대 흐름에 맞춰 형법상 친족 특례 제도를 폐지해 강력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시대적 흐름에 맞춰 친족 특례 역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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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의 친족 특례는 해외와 비교해 어느 정도 예외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과 유사한 면책 규정은 다른 국가에도 존재했다. 다만 대체적으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일괄 배제하기보단, 구체적인 상황을 따져 형사 책임을 판단하는 구조에 가까웠다.
일본 형법 제104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제105조에서 "친족에 의한 증거인멸의 경우, 그 형을 면제할 수 있다"고 정했다. 한국 형법이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못 박은 것과 달리, 구체적인 사정을 따져 처벌 가능성을 남겨둔 셈이다.
영국이나 미국 등 영미권에선 이같은 사법방해 행위에 대해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면제한 규정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실제 처벌 사례가 존재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영미권에선 친족 관계와 무관하게 증거 인멸 등 정부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처벌한 사례가 존재했다. 왼쪽부터 각각 아들의 범행과 조카의 범행 은폐를 도운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은 무함마드 왈리 자지와 마리암 데라바리. 외신 캡처
지난 2011년 7월 미국에서 무함마드 왈리 자지(Mohammed Wali Zazi)는 2년 전 아들의 뉴욕 지하철 폭탄 테러 모의 사건과 관련한 폭탄 제조 물질을 폐기하고 FBI에 거짓 진술을 하는 등 연방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영국에선 올해 3월 마리암 데라바리(Maryam Delavary)가 조카의 전 부인 살인을 은폐하는 데 조력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한국과 유사한 경우도 있다. 독일은 형법 제258조 처벌방해죄에 따라 타인의 형사 처벌이나 국가 사법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데, 친족의 이익을 위해 범행한 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면제 규정을 둔다.
한편 광주지검 등에 따르면 장씨의 아버지인 광주경찰청 소속 장모 경감은 아들의 범행 이후 장씨 원룸에서 발견된 성인용품 리얼돌을 훼손해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장씨가 학창시절부터 사용한 휴대전화 여러대와 다른 가족의 휴대전화도 소각한 정황도 드러났다.
장 경감은 애초 친족 특례가 적용돼 형사 입건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청은 지난 2일 "장윤기 사건 관련 경찰 수사 과정의 미흡 여부와 장윤기 부친의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감찰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