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물가 부담 떠넘긴 전분당 담합에 '역대급 과징금'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노컷뉴스를 선호 하는 출처로 추가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공정위, 담합 사건 최대 7476억 과징금

옥수수값 오르면 8차례 가격 인상 합의
내릴 때는 5차례 인하 폭·시기 조절
소규모 거래처·대리점엔 가격 유지 압박

연합뉴스연합뉴스
과자와 빵, 음료, 물엿 등에 쓰이는 전분·전분당 가격을 7년 넘게 짬짜미한 제조사들이 역대 담합 사건 중 가장 큰 과징금을 물게 됐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민경제 전반이 어려웠던 시기에 원가 부담을 거래처와 소비자에게 떠넘긴 담합이라는 판단이 나오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 사조씨피케이,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전분·전분당 제조·판매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7476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전분은 옥수수 등을 원료로 만든 분말 원재료다. 전분당은 이를 가공한 과당·물엿·올리고당 등 당류다. 두 품목은 식품과 제조업 전반에 쓰여 가격 인상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4개사는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모두 13차례에 걸쳐 전분·전분당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하고 실행했다. 국내 B2B 전분 시장에서 이들 4개사의 점유율은 95.7%, 전분당 시장 점유율은 86.4%에 달했다.

담합 방식은 옥수수값 흐름에 따라 달랐다. 옥수수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위해 8차례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했고, 이를 전체 B2B 거래처를 대상으로 실행했다.

반대로 옥수수 가격이 내릴 때는 거래처의 가격 인하 요구에 맞서 인하 폭을 줄이고 시기를 늦추기로 5차례 합의했다.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대형 실수요처에는 일부 가격을 낮추면서도 소규모 실수요처와 대리점에는 기존 판매가격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전분사들이 이윤을 극대화했고, 원가 부담은 실수요처와 대리점, 최종 소비자에 대한 물가 인상 요인으로 전가됐다고 봤다.

앞서 정부는 전분·전분당이 물가와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021년 4월부터 매년 200만 톤 안팎의 가공용 옥수수에 0% 할당관세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전분사들은 이런 물가 안정 장치에도 원가 변동 부담을 거래 상대방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이익을 지켰다.

특히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 압력이 커진 시기에도 담합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자 전분·전분당 판매가격은 담합을 시작한 2018년 5월보다 최대 73% 올랐다.

4개사는 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뿐 아니라 거래처에 보낼 공문의 발송 순서와 날짜, 가격 변경 근거까지 맞췄다. 품목별 목표가격을 정한 뒤 각 회사가 목표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순차적으로 통보해 거래처가 목표가격을 받아들이도록 압박·유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합의 이행 여부도 서로 점검했다.

공정위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에는 한 전분사의 임직원이 "포도당 가격 도매쪽에서 안 올렸다"며 확인을 요청하자, 다른 임직원이 "안 올린 거래처를 오픈해야 할 것 같다"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임직원은 "혹시 안되는 거래처가 있으시면 서로 딱 찍어서 확인하도록 해요"라고 했다.

공정위는 각 회사가 공문 발송 예정일에 상대 회사를 찾아 공문 내용이 합의대로 적혔는지 확인하고, 우체국까지 함께 가 실제 발송 여부를 확인한 사례도 제시했다. 거래처와의 가격 협상 때는 주거래 회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다른 회사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목표가격을 뒷받침했다.

공정위는 4개사에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전분·전분당 제품 가격을 담합 전 경쟁 상태로 회복하는 수준에서 독자적으로 다시 정하도록 명령했다. 이들은 앞으로 3년 동안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도 보고해야 한다.

이번 과징금은 모두 7475억 7800만 원이다. 업체별로는 대상 2341억 4100만 원, 삼양사 2103억 4000만 원, 사조씨피케이 2001억 3200만 원, 씨제이제일제당 1029억 6500만 원이다.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서 부과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와 별도로 전분당 입찰담합과 전분당 부산물 가격담합 사건도 공정위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 심사관은 4개사가 2016년 9월부터 2025년 6월까지 7개 대형 실수요처의 전분·전분당 구매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했다고 본다. 다만 이 사건은 아직 위원회 최종 판단 전으로, 공정위는 방어권 보장 절차가 끝나는 대로 위원회를 열어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