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출범한 제10대 부산시의회 시의원들이 전재수 시장의 개원 축사를 듣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민선 9기 부산시정 출범과 함께 제10대 부산시의회도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들어갔다. 전체 48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37석을 차지한 시의회는 의장단과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확보하며 향후 전재수 시정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출범 첫날에는 전재수 부산시장과 강무길 의장 후보 사이에서 이른바 '스팸 처리'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민주당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후보를 모두 철회하고 실제 투표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찬성표를 던지면서 협치의 첫 단추는 끼웠다.
그러나 제2부의장 공석과 민생 추경, 조직 개편 등 굵직한 현안이 줄줄이 남아 있는 가운데, 절대다수 의석을 앞세운 무조건적인 견제는 '민생 발목잡기'라는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시의회의 첫 정치적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출범 전부터 존재감 드러낸 부산시의회…'스팸 처리' 논란
제10대 부산시의회는 공식 출범도 하기 전에 전재수 시정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부산시는 지난 1일 전재수 시장 취임 직후 열린 '민생 100일 비상조치' 대책회의에 당시 의장 선출이 유력했던 국민의힘 강무길 의원의 참석을 요청했다.
강 의원은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부산시 특보진의 거듭된 요청 끝에 참석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장과 일부 상임위원장 후보를 내겠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강 의원은 회의 참석을 취소했고, 이후 전 시장과 해운대구청장 출신의 홍순헌 부산시 정책협치특보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전재수 부산시장(왼쪽)과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 각 정당 제공전재수 시장과 홍순헌 특보의 전화번호를 '스팸 처리'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새 시정과 새 시의회는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 관계를 노출했다.
당시 갈등은 단순한 감정싸움이라기보다 여소야대 시의회가 집행부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민의힘 중심 원 구성…시정 견제 기반 갖춘 시의회
우여곡절 끝에 부산시의회는 국민의힘 중심으로 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민주당이 의장과 해양도시안전위원장, 건설교통위원장 후보를 모두 철회하면서 의장단 선출은 사실상 합의 추대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무길 의장은 재석 48명 가운데 찬성 44표를 얻어 선출됐고, 국민의힘 의석이 37석인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에서도 상당수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제1부의장에는 송상조 의원이 선출됐으며 운영위원장 김재운, 기획재경위원장 김태효, 행정문화위원장 송우현, 복지환경위원장 서국보, 건설교통위원장 조상진, 해양도시안전위원장 윤지영, 교육위원장 김효정 의원 등 7개 상임위원장도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거 중인 제10대 부산시의회. 시의회 제공이로써 부산시의회는 주요 상임위원회를 모두 장악하며 향후 예산 심사와 조례안 처리, 조직 개편, 주요 정책 검증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제2부의장 공석…협치 의지 가를 첫 시험대
원 구성은 마무리됐지만 협치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민주당 몫으로 거론됐던 제2부의장은 후보 등록자가 없어 공석으로 남았다.
오는 14일 임시회에서 다시 선출할 예정인데, 국민의힘이 자체 후보를 낼지, 민주당에 제2부의장직을 배려할지가 협치의 첫 분수령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없는 제2부의장은 실질적인 협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절대다수당으로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모두 확보한 만큼 원 구성은 이미 끝났다는 분위기다.
결국 제2부의장 문제는 단순한 자리 배분이 아니라 향후 부산시의회가 집행부와 어떤 협치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 가늠할 상징적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조직 개편…시의회가 쥔 시정 드라이브의 열쇠
부산시의회가 가장 먼저 마주할 현안은 민생 추경과 조직 개편이다.
전재수 시장은 취임 직후 '민생 100일 비상조치'를 발표하고 소상공인 지원과 동백전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3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통과가 필수적이다.
조직 개편 역시 시의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해양수도 완성과 경제 회복 등 핵심 공약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조직 개편과 관련 조례 개정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시의회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전재수 시정의 정책 추진 속도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절대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강한 견제에 나설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민생 회복을 위한 협력에 무게를 둘 가능성도 있다.
절대다수 국민의힘, 무조건 견제도 부담…민생 역풍 우려
국민의힘이 확보한 37석은 강력한 견제 권한인 동시에 정치적 책임이기도 하다.
민생 회복이 전재수 시정의 최우선 과제인 만큼 추경안이나 소상공인 지원 사업을 둘러싸고 시의회가 지나친 제동을 걸 경우 '시정 견제'보다 '민생 발목잡기'라는 여론의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산 경제 침체와 지역 상권 회복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민생 정책을 둘러싼 대립은 시민들의 평가와 직결될 수 있다.
전재수 시장이 동석한 제 10대 부산시의회 개원식. 시의회 제공
반대로 집행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절대다수당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결국 국민의힘은 협력과 견제 사이에서 정치적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협치의 열쇠는 '사전 조율'…시의회 선택에 달렸다
부산시의회는 이미 인사청문 대상 확대와 정무부시장 임명 전 정책간담회 등을 담은 조례안을 발의하며 집행부 견제 장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집행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시의회와 부산시가 주요 정책을 사전에 조율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전재수 시장도 개원식에서 "더 자주 찾아뵙고 더 자주 의논드리겠다"며 협치를 강조했고, 시의원 개개인의 공약을 시정과 연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리 배분이 아니라 소통 방식이다.
부산시의회가 집행부를 일방적으로 견제의 대상으로 볼지, 부산 발전을 함께 책임질 파트너로 인식할지가 향후 협치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첫 단추는 끼웠지만…부산시의회의 진짜 선택은 지금부터
민주당의 후보 철회와 국민의힘 후보들에 대한 찬성표는 제10대 부산시의회가 출범부터 극한 대결보다 협치를 선택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출범 첫날의 냉기류와 스팸 논란, 제2부의장 공석, 인사청문 확대 조례, 민생 추경 심사 등은 언제든 갈등을 재점화할 수 있는 변수다.
민선 9기 첫 2년 동안 부산시정의 성패는 부산시의회가 절대다수 의석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견제를 위한 견제에 머물지, 민생과 부산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협치의 모델을 만들어낼지는 이제 부산시의회의 선택이다.
오는 14일 제2부의장 선출과 앞으로 있을 민생 추경안 심사는 제10대 부산시의회가 맞이하는 첫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