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제공마왕을 물리치고 보물을 차지하는 인간 모험담은 익숙하다. 그런데 던전 안 몬스터들도 먹고살 걱정을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4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수상 작가 유권조의 판타지 연작 '연중무휴 던전' 시리즈가 출간됐다. 첫 권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과 후속작 '연중무휴 던전: 관계자 외 취재 금지'가 함께 독자를 만난다.
이 시리즈는 '던전 앤 드래곤'으로 대표되는 고전 판타지 설정을 바탕으로 삼되, 부동산 불패 신화와 인공지능 열풍 등 한국 사회의 익숙한 이슈를 던전 세계에 끌어와 유쾌하게 비튼다.
첫 권은 이세계 서적을 작가가 우리말로 번역해 소개한다는 설정의 메타픽션이다. 지하 1층부터 12층까지 이어지는 던전마다 마왕, 드래곤, 골렘, 신관, 모험가 등이 등장해 저마다의 사연을 펼쳐 보인다.
후속작 '관계자 외 취재 금지'는 미믹과 스켈레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보물 상자로 위장해 모험가를 습격하던 미믹과 하급 몬스터로 소모되던 스켈레톤이 잡지 '데일리 던전'의 기자가 되면서, 던전 안팎의 변화를 취재하는 방식이다.
작품 속 던전은 더 이상 단순한 몬스터 소굴이 아니다. 마왕과 몬스터들은 토벌을 피하면서도 모험가들을 계속 끌어들이기 위해 유실물 센터를 운영하고, 보험 상품을 기획하는 등 수익 사업까지 고민한다. 던전도 하나의 산업이자 생태계가 된 셈이다.
클리셰를 뒤집는 설정도 눈에 띈다. 악의 화신이어야 할 레드 드래곤은 폭력에 거부감을 느껴 회계사가 되고, 바다의 무법자 크라켄은 안정적인 취업을 위해 100년 동안 분투한다.
유권조 지음 | 황금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