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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중위소득 '역대 최고 인상' 이면엔…"소득격차 방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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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기준중위소득 6.7% 올리기로
중위소득 과거 3년 평균 증가율보다 23% 축소
산정방식 변경엔 "자의적 결정구조 제도화" 지적도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인상하기로 했지만, 실제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과의 벌어진 격차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정방식을 개선하겠다며 물가와 경제성장률 지표를 보정 기준으로 명시했지만, 정작 반영 비율이나 구체적인 산식 등은 공개하지 않아 자의적 결정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통계상 8.69%인데 실제론 6.7%"…'역대 최고' 무색

보건복지부는 28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를 열고 2027년도 기준중위소득을 1인 가구 기준 월 273만 6042원으로 올해보다 6.7%(17만 1804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4인 가구 기준도 월 692만 9885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6.7%(43만 5147원) 올랐다.
 
이번 인상률은 2015년 기준중위소득 산정이 시작된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생보위는 "최근 빈곤 심화와 K자형 양극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2025년 6.42%, 2026년 6.51%에 이어 역대 최대 수준의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계는 즉각 반발했다. 정부는 '역대 최고' 인상률을 강조했지만, 실제 국민 소득이 오른 만큼 기준중위소득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값)의 최근 3년 평균 증가율, 즉 기본증가율은 8.69%인데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은 6.7%로 이보다 약 23% 축소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소득격차를 방치하고도 '역대 최고 인상'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했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취약층의 생활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간 시민사회 단체들은 정부가 기준중위소득을 산정할 때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임의로 보정하면서, 실제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보다 한참 낮아지는 격차가 발생했다고 지적해왔다. 경실련에 따르면 기준중위소득과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의 격차는 4인 가구 기준 2021년 80만 원(12.49%)에서 2024년 160만 원(28.22%)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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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관계자도 기준중위소득 관련 사전 브리핑에서 "2020년 당시 존재했던 격차가 지금은 더 벌어졌다"고 인정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기준중위소득을 연평균 5.36% 인상했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상 중위소득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이를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축적 기간이 짧고 통계 시차가 큰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7년도 기준을 결정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최신 소득자료가 2024년 값인 데다, 일부 연도의 소득 증가율이 10%대로 뛰는 등 변동성이 커 과거 통계만으로 미래 소득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은경 경실련 국장은 "통계상 시차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실제 중위소득과 기준중위소득의 격차를 줄일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이미 3년 전에 160만 원 차이가 났으니 올해는 격차가 더 벌어졌을 텐데 기준액 자체를 실측치로 다시 잡지 않고 또 (현실과 다르게) 보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뀐 산정방식 '더 깜깜이'…"격차 해소 의지 있나"

정부는 기존에 기본증가율을 보정할 때 해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면, 이번부터는 최신 소비자물가지수와 실질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사회 지표를 명시적으로 참조하기로 했다.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기존에는 전년도 기준중위소득에 기본증가율을 곱하고, 여기에 실측 중위소득과의 격차를 보정하기 위한 '추가증가율'을 더해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산출했다. 그러나 새 산정방식에선 추가증가율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 '기본증가율에 물가·경제성장 등 구체적인 지표를 고려한다'는 큰 원칙을 만들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상대 빈곤 완화, 기초생활보장급여의 적정성, 국가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증가율을 추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기준중위소득 현실화를 위한 산정방식을 사실상 폐기했다"며 "올해는 격차 해소를 위해 6년간 적용된 추가증가율이 종료되고 산정방식을 새롭게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였는데도 정부는 격차 해소를 위한 어떠한 실질적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소비자물가와 실질GDP 등 지표를 반영해 증가율을 보정하고 상대 빈곤 완화 등 추가 조정 여지를 설명하지만 이는 기준중위소득을 정부 재량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자의적 결정 구조를 오히려 제도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1인 가구 생계급여 최대 87만 원…선정기준 32%로 동결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중생보위에서 내년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급여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생계급여가 기준중위소득의 32% 이하로 계속 묶이면서, 내년 기준중위소득 6.7% 상승에도 1인 가구 최대 지급액은 87만 5333원에 그쳤다. 4인 가구는 221만 7563원이다. 이는 소득인정액이 없는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액수로, 실제 지급액은 선정기준에서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이다.

참여연대는 "생계급여 선정기준 35% 달성 시점이 윤석열 정부가 목표했던 2026년보다 4년이나 미뤄졌다"며 "'역대 최대 인상'이라는 수식어만 반복할 게 아니라 저소득층의 삶을 지키는 제대로 된 기준선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시민단체들은 중생보위 구성원이 위원장인 복지부 장관 등 정부 측 위원 6명과 전문가와 공익 대표인 위촉직 위원 10명으로만 구성돼 수급당사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점 등을 문제로 짚었다. 시민의 삶과 밀접한 복지 기준선을 논의하는 회의 자료와 속기록, 회의록 등이 모두 비공개인 점도 개선사항으로 거론했다.
 
특히 중생보위가 심의·의결한 기준중위소득이 지금처럼 곧바로 공표·시행돼선 안 된다는 의견도 냈다. 결정예고제를 도입해 기준중위소득 결정 전 일정기간 내용을 예고하고 시민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는 한편, 국회가 중생보위의 결정을 감시하고 필요시 검증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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