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스테로이드를 의사 처방전 없이 살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에는 스테로이드와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 다이어트 관련 전문의약품 사진과 가격표가 버젓이 올라왔다. 구매자에게 의사 처방전을 요구하는 절차는 없었고 수량도 제한 없이 살 수 있었다. 먹는 약부터 주사제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문의약품을 불법 광고하고 판매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구매자들은 주문하면 손쉽게 택배를 통해 의약품을 받아볼 수 있었다. 구매자 가운데 헬스 트레이너와 보디빌더 등도 많았지만 일반인도 적지 않았다. 경찰이 확인한 구매자만 30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불법 유통된 의약품으로 이를 구매한 일반인들은 경찰 조사 대상이 됐다.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 없이 구매하거나 투약해서는 안 되며, 특히 스테로이드 성분 주사제를 불법 구매한 경우 구매자에게도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 버젓이 불법 유통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정가 기준 5억 원 규모 전문의약품.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은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을 유통 과정에서 빼돌리거나 해외에서 밀수입해 온라인으로 불법 판매한 일당을 무더기 검거했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A(30대·남)씨와 발송책 B(30대·남)씨 등 2명을 구속 송치하고 나머지 1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2024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스테로이드 등 전문의약품을 불법으로 빼돌리거나 태국 등 해외에서 밀반입한 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해 3억 6천만 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불법 유통된 의약품의 정가 기준 규모는 5억 6천만 원에 달했다. 이들은 시중 약국 가격보다 5~10배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했음에도 헬스 트레이너와 보디빌더 등 의약품을 구매하려는 이들은 많았다.
도매업체 관리·감독 빈틈 이용해 불법 유통…해외 밀반입도
전문의약품이 처방전 없이 전국으로 불법 유통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재고 관리 빈틈 등 허술한 국내 의약품 도매 유통망이 있었다.
도매업체들은 전문의약품을 정상적으로 구매한 뒤 재고를 관리하면서 일부 물량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100개를 구매한 뒤 80개를 판매한 것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20개를 재고 처리해 빼돌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재고 처리한 의약품은 온라인 불법 유통망으로 흘러들어갔다. 경찰이 적발한 도매업체는 3곳으로, 검거된 12명 가운데 3명은 해당 도매업체 대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반입 과정에서는 태국 보따리상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에서 의약품을 구매한 뒤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이다.
경찰이 지난해 3월 경기도 화성시의 한 사무실에서 압수한 전문의약품.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총책과 공급책, 판매책, 발송책, 자금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했다. 연락을 주고받을 때는 대포폰을 이용하고, 판매대금은 대포계좌로 받아 자금세탁까지 하면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경기도 화성시의 한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전문의약품을 보관하던 현장을 확인했다. 당시 라면 상자 70개 분량의 의약품이 발견됐다. 경찰은 5억 원 규모의 전문의약품과 현금 1400만 원,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전자기기 28대, 대포계좌 등을 압수하고, 피의자 소유 부동산에 대해서도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해 법원 인용 결정을 받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의 재고 관리와 해외를 통한 전문의약품 반입 과정 전반에 대한 관계기관의 관리·점검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주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1계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된 전문의약품이 도매 유통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빠져나와 온라인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과정을 확인했다"며 "의약품 도매업체의 재고 관리와 해외 밀반입을 통한 의약품 반입에 대해 식약처 등 관계기관이 관리와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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