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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속도 못지 않게 지구력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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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을 쉬는데 토요일까지 놀면 나라 망한다'
 
2000년대 초반 주 5일 근무제 도입 논의 과정에서 경영계와 보수층을 중심으로 일었던 반대 논리다. 반대파들은 토요일 휴무로 노동 시간이 줄어들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이 저하된다고 주장했다. 일부 반대론자들은 'IMF 구제금융 위기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지금이 놀고 먹을 때냐. 토요일까지 놀면 향락문화가 판을 칠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반대에도 주 5일 근무제는 2003년 법제화돼 2011년부터 완전실시되고 있다. 법제화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경제와 기업은 여전히 건재하다. 문화적으로는 세계적 강국이 됐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헛된 걱정이었다.

경쟁력을 이유로 노동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경영계가 아니라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호남 반도체 메가 특구 특별법을 추진하면서 특구 내 특정 인력에 대해서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2일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포함해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고액 연봉의 관리자나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서는 주 52시간 근로 상한을 없애고 연장 근로나 휴일 근로에 대해서도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이다. 김 장관은 한국이 반도체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 52시간제를 손봐야 한다며 '일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중국의 '996 근로제'를 언급했다. 996근로제는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 주 6일을 근무하는 중국 IT업계 근로 관행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메가 특구 주 52시간 특례 추진은 그 자체로 시대에 역행한다. 장시간 노동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시대는 지났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근로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한국은 주 5일제와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고도 지난해 기준 노동자 1인당 연 평균 노동 시간이 OECD 국가 중 6번째로 길다. 유럽 경제를 선도하는 독일보다 500 여 시간이 길다. 독일 노동자보다 두 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주 52시간 특례가 반도체 특구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하지만 다른 직종과 업종, 타 지역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연장 근로를 쉽게 하기 위해 연구 개발 직종을 되도록 확대하려 할 것이디. 반도체 이외의 기타 첨단 업종은 물론 전통 제조업종들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예외 적용을 요구할 것이다.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는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제도 개편을 요구해온 터다.
 
노동 시간을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1년마다 성능이 두 배로 늘어나던 반도체 산업은 속도도 중요하지만 지구력도 필수다. '쥐어짜기'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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