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 힘입어 은행이 전통 강자였던 금융권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9천 포인트를 돌파했던 올해 2분기 증권사의 역대급 호실적이 발표되면서다. 미래에셋증권 순이익은 KB금융지주를 제외한 4대 금융지주를 모두 제쳤고, 한국투자증권도 NH농협금융지주를 추월했다.
미래에셋증권 2조 가까운 순이익 기염…KB금융 이어 2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9% 오른 1조9052억원을 기록하며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제치고 KB금융지주에 이은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조8201억원으로 1분기(1조6226억원)보다 늘었는데도, 미래에셋증권에 미치지 못했다. KB금융지주가 1조9922억원으로 1위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1분기 순이익이 1조892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증권이 바짝 추격한 셈이다.
이로써 증권업계에서도 처음으로 2개 분기 연속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선 기업이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에도 1조19억43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바 있다. 2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도 16조2천억원을 기록하고, 상반기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9.5%를 올렸다.
은행 기준으로 살펴봐도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엔 못 미친다. 신한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1조3015억원, 국민은행은 1조1240억원, 하나은행 1조213억원, 우리은행8427억원, 농협은행 605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도 바짝 추격…5대 은행 실적 위협하는 증권사들
한국투자증권의 추격도 매섭다. 올해 2분기 9464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NH농협금융지주(9104억원)를 추월했다. 지난 분기 NH농협금융지주 순이익은 8688억원, 한국투자증권 7847억원에서 순위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뛴 반면, NH농협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9.2% 늘었다. 그나마도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이 107.5% 급증한 영향으로,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2.1% 감소했다.
이 같은 성장세 속 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은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한국산업은행이 매각 중인 KDB생명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 가격 등 세부 조건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로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등을 두고 있지만 보험사는 없어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포트폴리오가 확대되는 의미가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해 국내 10대 대형 증권사 모두 2분기 호실적을 올렸다. 키움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오른 68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뒤를 이었고, 하나증권의 순이익은 1687억원으로 1년새 442% 폭증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밖에 삼성증권 4882억원(108%↑), KB증권 4507억원(180%↑), NH투자증권 4894억원(90%↑), 신한투자증권 2893억원(91%↑), 대신증권 2578억원(242%↑) 등 모두 역대급 실적잔치를 벌였다. 단, 메리츠증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2597억원으로 1년새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6월 9천피→7월 5천피…흐름 이어질지는 미지수
다만 올해 2분기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9천 포인트를 돌파하며 '역대급 불장'을 시현하다 3분기 들어 고꾸라졌다는 점에서, 금융권 지각변동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6월 18일 종가 9063.84로 처음 '9천피(p)'를 기록하고 같은 달 22일엔 장중 9385.59까지 치솟은 뒤 급등락을 반복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7월 28일엔 장중 한때 6천선이 무너지더니 이튿날 종가는 5663.24까지 밀렸다. 지수는 7월 30일 종가 5593.56으로 바닥을 찍고 서서히 올라와 8월 14일 6977.94로 7천선 목전까지만 회복한 상황이다.
금융권 지각변동을 주도한 미래에셋증권의 호실적엔 변동성 큰 성장기업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으로 인한 '반짝 효과'가 있었다는 점도 변수다.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부터 스페이스X에 지분투자를 했으며, 평균 취득단가는 34달러라고 밝혔다. 이에 6월 말 종가 170.86달러 기준으로 2분기 연결 자기자본투자(PI) 평가이익 1조6242억원을 올렸다.
SK증권 장영임 연구원은 "최근 스페이스X 주가가 130달러 대로 6월 말 주가 170달러 대비 20% 정도 하락했다"며 "스페이스X의 주가가 1달러 변동할 때마다 (미래에셋증권의) 관련 평가이익이 290억원 정도 변화한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향후 스페이스X 주가의 향방이 3분기 실적 분위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분기 단위로 실적을 발표하다 보니 향후 분기 단위로는 스페이스X가 수익의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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