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검찰수사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면, 이는 해당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것이므로 직접 기소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자녀 허위 취업·설계비 대납…달랐던 수사 경로
대법원은 18일,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구미시 공무원 장모씨 등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대구고법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장씨는 구미시 공원녹지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사업가 A씨에게 물품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자신의 자녀 2명을 회사 직원으로 허위로 올리고 급여 명목으로 돈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권씨는 실제로 장씨 자녀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약 8357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장씨는 2016년 5월, 구미시 민간공원 조성사업 관계자 B씨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자신이 추진하던 주택단지 개발사업의 설계용역대금 6800만원을 대납하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았다.
두 사건은 검찰의 수사 과정이 달랐고, 이 차이가 대법원의 유무죄 판단을 갈랐다.
B씨 사건은 2022년 12월, B씨가 대구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수사관이 다른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한 뒤 C검사에게 사건을 넘겼고, C검사가 2024년 12월 장씨를 기소했다.
반면 A씨 사건은 검찰수사관이 B씨 사건을 수사하던 중 포착했다. 검찰수사관은 C검사의 지휘를 받아 해당 수사를 진행했고, 이후 C검사가 2024년 8월 직접 기소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핵심 쟁점은 검찰수사관이 검사 지휘를 받아 시작한 수사를 '누구의 수사 개시'로 볼 것인지였다.
검찰청법 4조 2항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해선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 검사가 같은 사건을 직접 기소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다.
1·2심은 기소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청법 4조 2항의 '검사'에 검찰수사관은 포함되지 않는 만큼, 검찰수사관이 수사를 시작한 사건은 C검사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사건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따라 C검사가 직접 기소한 것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 "검찰수사관 수사는 검사의 수사"
황진환 기자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검찰수사관은 검사 지휘를 받아 수사하는 것이고 검찰수사관 수사는 검사의 수사를 보조할 뿐이라고 봐야 한다"며 "검찰수사관이 어떤 범죄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검찰수사관의 수사개시가 아니라 '검사 자신의 수사개시'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수사관이 수사를 마친 뒤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경찰 등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과 달리, 검찰수사관이 사건을 넘긴 것은 기존 검사의 수사가 계속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A씨 사건은 검찰수사관이 C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만큼 C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검찰수사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착수한 수사'도 검찰청법상 검사가 수사개시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대법원이 명확히 밝힌 첫 판결이다.
결국 대법원은 기소 절차에 문제가 있음에도 1·2심이 공소기각을 선고하지 않고 유죄로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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