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선출된 김민석 당대표가 함께 경선을 벌인 정청래 송영길 후보와 포옹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김민석 신임 대표 체제로 출범했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인사가 집권 2년 차 여당 사령탑에 오르면서, 지난 1년간 삐걱대던 당청 관계는 밀월기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진흙탕 경선이 남긴 계파 갈등 봉합, 하락하는 국정 지지율 반등, 부동산과 개혁 입법 등 산적한 현안 조율까지, 김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무게감이 상당한 상황이다.
순항 예고된 당청…발등의 불은 '통합'
김 대표는 17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향후 당 운영의 방향을 제시했다. 생활비·민생, 확장, 유능함을 축으로 삼는 'ABC 플랜'을 내놓으며 당의 언어와 정책, 태도, 문화까지 바꾸겠다고 했다. 당청 관계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로 규정하고, 당이 토론하고 직언하되 정부의 방패이자 민심 창구가 되겠다고 밝혔다. 경쟁했던 정청래·송영길 후보를 향해서는 "함께 뛰겠다"며 통합의 손을 내밀었다.
일단 당청은 밀월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청래 전 대표 시절 검찰개혁 등 현안마다 부딪히며 '명청대전'으로 불렸던 파열음이 걷히고, 대통령과 대표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구도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정권 1·2인자로 호흡을 맞춰온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한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다만 지나친 밀착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와 대통령의 거리가 가까운 탓에, 국정 악재가 불거지면 책임론이 당과 대통령실로 한꺼번에 번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여권 관계자는 "전대 과정에선 반명 진영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친명을 내걸었지만, 당 운영 과정에선 건강한 '견제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역대급 진흙탕이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김 대표가 꺼낸 '신천지 개입설'이 최대 화두로 번졌고, 탈당 이력을 겨눈 '파묘' 공방과 '붕어 아이큐' 같은 거친 표현, '불법 전화방' 의혹을 둘러싼 고소·고발전까지 이어졌다. "집안 기둥뿌리까지 뽑는 느낌"이라는 우려가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나왔다.
지도부 구성부터 통합의 시험대가 됐다. 대표 경선은 큰 표차로 이겼지만, 함께 치른 최고위원 선거에서 친청(친정청래)계가 선출직 5석 중 3석을 가져갔다. 최민희 후보가 1위로 수석최고위원에 올랐고, 김 대표가 공개 지원한 이 대통령 측근 김용 후보는 5위 싸움에서 밀려 낙선했다. 지명직 2명과 원내대표를 더하면 지도부 전체로는 친명계가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지만, 발언의 상당수 무게중심은 친청계로 넘어간 셈이다. 앞선 정청래 지도부에서도 1인 1표제와 조국혁신당 합당을 두고 각 계파 최고위원들이 공개 충돌한 전례가 있어, 주요 당무마다 마찰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대표 선출까지는 큰 이변이 없었지만 최고위원은 엎치락뒤치락 끝에 친청계가 모두 살아남았다"며 "지도부를 잘 끌고 갈지, 초기 리더십부터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지율·부동산·개혁입법…재·보궐선거도 분수령
17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영상으로 축사를 전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긍정과 부정이 뒤집혔고, 2030세대 이탈이 두드러졌다. 부정 평가의 첫째 이유는 부동산이었다. 김 대표는 "100일 안에 당정 지지율을 10~15%포인트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부동산 해법으로는 '메가 주거 뉴딜'을 앞세웠다. 부처 간 이견으로 공급이 지지부진한 만큼 국회가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으로, LH는 국가 재정 투자로 풀고 세제는 비거주자 과세 등 일부를 손질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당청은 확실히 '원팀'으로 갈 것"이라면서도 "2030 지지율이 빠지고 부동산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현안 조율 능력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주거 정책은 성과가 단기간에 체감되기 어려운 사안이라, 스스로 못박은 반등 목표가 리더십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0월 공소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후속 입법도 줄줄이 남았다.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피해자 보호 공백 우려가 이어지는 국면이라, 개혁의 완성도와 국민 눈높이를 함께 맞춰야 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임기 단축'까지 거론한 개헌도 잠복한 현안이다. 김 대표는 이를 "김대중부터 이재명 대통령까지 이어진 생각의 연장선"이라며 뒷받침하겠다고 했지만, 야당을 설득하기엔 부담이다.
아울러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영남 소외론, '조작기소 특검'과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 여부도 뇌관이다. '절윤'에 소극적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의 협치도 과제 중 하나다.
멀리는 내년 재·보궐선거 역시 김 대표에게 적지 않은 도전이다. 권성동 의원직 상실로 확정된 강릉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직 상실형이 확정될 경우 치러질 서울시장 재선거가 김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두 선거 결과에 대표직 재신임까지 걸겠다고 밝힌 만큼, 임기 초반부터 김 대표에게는 매 순간이 정치적 명운이 걸린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적한 현안을 풀어내며 재·보궐선거와 2028년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김 대표는 안정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을 장악하고 범여권 차기 주자로도 발돋움할 수 있다. 반대로 성과가 더디거나 선거에서 밀릴 경우, 밀월로 출발한 당청 관계도 원심력을 피하기 어렵다. 임기 초반 성적표가 김민석 리더십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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