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금융당국이 8·13 부동산 대책에서 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제한 기준을 '실거주'로 잡았다. 단일 기준으로 단순화한 배경에는 오히려 예외를 폭넓게 인정해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예외적 허용 판단하는 금융사 '여심위' 역할은?
금융위원회는 8·13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까지 전세대출을 제한했다. 현재 다주택자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아파트(3억원 초과) 취득자에 한해 전세대출보증을 제한하던 걸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한 것이다.
비거주 1주택자 가운데 '투기 목적'을 어떻게 판가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금융당국은 '실거주'로 풀었다. 실거주 목적 없이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매입한 자로서 타인의 임차보증금을 주택 매입자금으로 활용한 경우를 투기 목적으로 봤다.
이에 따라 ①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부부합산 기준)면서 ②해당 주택을 임대 중인 경우(단, 가족에게 임대하는 경우 제외) ③본인과 배우자 모두 해당 주택에 실거주한 적이 없는 경우는 내년부터 전세대출에 제한을 받는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수해 법적 의무에 따라 실거주가 예정된 경우,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등으로 전세대출 상환이 어려운 경우 등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전세대출이 허용된다.
이외 예외 사항은 각 금융회사의 여신심사위원회(여심위)가 비거주 사유가 불가피한지 판단하기로 했다. 개별 구체적인 사항을 정부가 일일이 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심위는 2018년 가계대출 관리 과정에서 생긴 기구다.
실제 은행에는 여심위가 있지만 규모가 큰 기업대출의 경우 활용되고 있다. 가계대출은 거의 대부분 비슷해 예외가 없는 반면 기업대출은 비정형적이라 임원급의 동의가 필요해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능 자체는 원래부터 있었지만, 가계대출 쪽은 실제로 이런 안건이 올라온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현재 당국이 여러 창구를 통해 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제한 예외 사항을 수렴 중이라 내용을 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매하면 빼준다"는 게 당국 방침
금융위는 여심위 자체에 올라갈 사례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봤다. 수도권 아파트를 보유하며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약 6만 명인데, 이 중 본인 소유 아파트에 단 한 번도 실거주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거주하면 다 예외를 인정해드린다"며 "정말 애매해서 위원회까지 올라가는 분은 더더욱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문제로 지적된 세법상 예외 사유와도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합리적 사유가 있다면 다 (예외로) 빼준다는 게 당국의 규제 접근 방식"이라면서 "세제는 잘못 부과되더라도 나중에 정정 신청해서 회수하면 되지만, 전세는 한 번 잘못 빼면 돌이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제와 달리 전세대출은 거절 즉시 주거 불안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 성격 차이가 관대한 규제 설계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규제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국은 궁극적으로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을 점점 강화해가겠다는 시그널을 준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전세대출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만 받을 수 있는데, 1주택자는 전세대출 고리를 점점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흐름은 최근 정치권의 부동산 세제 완화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거주·비거주 구분을 두지 말자고 정부에 강하게 요청했고, 당정은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정부는 앞서 세제개편안에서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를 실거주 시 14억 원, 비거주 시 9억 원으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전근 등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는 실수요자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9월 초 수정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세제와 전세대출은 소관 부처와 접근 방식이 다르지만, '비거주 1주택자'를 규제 대상으로 삼았던 초기 프레임이 현장의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예외를 넓히는 쪽으로 조정되는 셈이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