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모습. 김혜민 기자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상반기에만 242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가운데 다음 달 개막하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이 관광객 물결을 얼마나 끌어안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영화제가 영화인들만의 잔치를 넘어 관광도시 부산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으려면 폭넓은 연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 역대 최다…영화제 외국인 관객도 증가세
평일 저녁 해운대 구남로.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차 없는 거리는 관광객들의 경쾌한 발걸음으로 북적인다. 구남로를 낀 해운대시장은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중화권과 일본은 물론 북미와 유럽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해운대 풍경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됐다. 오히려 이런 인파를 카메라에 담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상반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42만 629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9%가 증가한 수치다.
대만과 중국 등 중화권 관광객이 상반기 전체 방문객의 40%를 차지했는데, 두 시장 모두 한국 영화와 드라마, 스타 콘텐츠에 대한 소비 성향이 강한 곳으로 꼽힌다.
아직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직접 연결시키기에 다소 무리가 있지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외국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평일 오후 해운대시장 입구 모습. 박중석 기자영화제 사무국에 따르면 BIFF 관객 중 외국인 비율은 2023년 5223명에서 2024년 6611명, 2025년 1만 2743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관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3년 3.9%에서 2025년 7.9%로 3년 사이 4%p가 늘었다.
다만 240만 명을 넘어선 전체 외국인 방문객 규모와 비교하면, 연간 1만 명 안팎에 불과한 영화제 외국인 관객 수는 관광객 증가세의 온기가 영화제 흥행으로까지 고스란히 퍼지지는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달짜리 '페스티벌 시월', 영화제 연계는 '글쎄'
부산시가 10월 한 달간 지역 내 축제와 행사를 통째로 묶은 '페스티벌 시월'은 이 물결을 붙잡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틀이다.
부산시의 '2026 페스티벌 시월 추진(안)'을 보면 시는 올해 페스티벌 시월 기간을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로 늘릴 예정이다.
사업비 10억원을 들여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등 20개 행사를 통합 홍보할 계획이다. BIFF도 참여 행사 명단의 상단에 자리하고 있다.
유라시아플랫폼에 종합 안내·체험 공간을 차리는 통합 거점과 수도권을 겨냥한 사전 홍보 이벤트 '시월 붐업', 메가 이벤트 관계자를 초청하는 '시월 네트워킹' 등을 통해 부산을 알린다는 구상이다.
다만, 축제 간 연계나 축제 자체적인 외국인 관광객 타깃 프로그램 등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아, 자칫 도시 홍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율성이라는 이름의 거리두기
영화제를 활용한 부산시의 전향적인 관광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초기부터 영화제의 자율성을 강조해 온 부산시는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사태 이후 영화제 운영과는 더욱 거리를 두고 있다.
영화제와 직접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이 없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시와 부산관광공사는 온라인 여행사와 협력해 지역의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테마로 한 상품을 만드는 데 그치고 있다.
영화의전당. 영화의전당 제공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영화제와 직접 연계된 사업은 없다"며 "영화제 기간을 활용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원화된 조직 구조… "영화제도 함께 고민할 때"
지역 관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문제의 배경으로 운영 조직이 이원화된 구조를 짚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철진 동서대 글로벌관광대학장은 "영화제처럼 자체 위원회를 갖고 운영되는 행사와 외국인 관광객 홍보 역할을 맡는 관광공사의 조직이 서로 다르다 보니 업무가 통합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시월이라는 공간 안에서 영화제와 같은 대형 행사가 선도적으로 연계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 교수는 "주목도가 높은 메이저 행사는 관객을 다른 행사와 나누는 것에 소극적이고, 작은 행사들은 협업 논의보다 자체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라며 "영화제나 록페스티벌처럼 대표성을 띤 행사가 먼저 나서서 다른 축제와 지역 관광자원과 만나는 접점을 단계적으로 넓혀가야 한다"고 했다.
부산시의 역할론도 함께 제기된다. 지난 6월 BTS 공연 당시 시는 '도시 전역 축제화 프로젝트'를 꾸려 민간과 협력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안은 경험이 있다.
단발성 공연이 아닌 30년의 노하우가 쌓인 영화제에 외국인 관광객을 접목시키는 일이 생각처럼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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