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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폭탄은 없었지만, 국가는 움직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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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청주시 서원구 청주지방법원에 사제 폭탄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 특공대가 법원 청사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26일 청주시 서원구 청주지방법원에 사제 폭탄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 특공대가 법원 청사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움직여야 했다. 중요한 대목은 '폭탄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폭탄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공권력과 국가 자원이 소모됐다'는 것이다.
 
26일 전국 법원에 '사제 폭탄 테러' 예고 이메일이 잇따라 접수되는 바람에, 경찰과 소방은 물론 우리 군의 폭발물처리반까지 투입됐다. 테러 예고가 허위였음이 확인되기까지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실제 테러가 발생한 것처럼 움직여야 했다.

부수적으로도 분명한 피해가 발생했다. 만에 하나 있을 위험을 피해 법관과 시민들이 대피해야 했고, 생업을 미루고 절실하게 준비했을 누군가의 송사도 일정에 차질을 빚어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접수한 신고가 허위일 가능성을 이유로 묵살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실제 테러가 발생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이 출동하고, 군대가 수색하고, 소방이 대비한다. 법원은 업무를 중단한다. 범죄자는 이메일 한 통으로 끝나지만, 국가는 수많은 사람과 장비와 시간을 들여 대응한다.
 
특히나, 정보화 사회로의 진전에 따라 이같은 범죄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은 심각성을 키운다. 이번 협박 이메일의 발신지가 일본이라고 한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해외 서버나 제3자 계정을 거쳐 발신지를 위장할 수 있으니, 범죄자의 국적은 중요치 않다. 범죄자가 입국하지 않은 채로도, 컴퓨터 앞에 앉아 대한민국의 국가 기능을 혼란시킬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게 핵심이다. 범죄의 국경이 사라졌다.

이번 사건 탓에 경찰과 군대가 출동한 시간, 소방이 대기한 시간, 법원 업무가 중단된 시간, 대피 시민들이 겪은 불편 등 모두가 실제 비용이다. 공권력은 무한하지 않다. 허위 신고가 처리되는 동안, 공권력은 다른 범죄와 재난에 투입되지 못한다. 허위 협박에서 범인은 실패해도 손해 볼 게 없지만, 국가는 유사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매번 비용을 쓴다. 이를테면 '비대칭 범죄'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국가 공권력 소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만에서는 2022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200건 가까운 폭탄 협박 이메일이 신고됐고, 북마케도니아는 2022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거의 매일 폭탄 협박 이메일을 받아야 했다. 모두 '해외 발신'이었거나 그렇게 의심되고, 협박은 분명 '가짜'였고, 공권력 소모와 시민 대피는 실재했다.
 
따라서 이같은 국경 밖 사이버 협박에 맞서 국가 간 수사 공조를 강화하고, 발신 계정과 서버 등에 대한 추적 능력도 높일 필요가 있다. 상습적인 협박범을 처벌할 장치를 갖추고, 범죄자가 초래한 손실의 배상 책임을 물을 방안도 모색해봐야 한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지만, 공권력에는 국경이 있다. 국경 밖 범죄자의 한번 '딸깍'은 어디든 닿지만, 종착지가 대한민국이라면 여기 대응하는 공권력은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로 갖춰진다. 국경 밖 범죄에 국경 안 우리 국민이 비용을 치르게 된다. 허위 협박은 장난이 아니라, 국민을 공격하는 명백한 범죄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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