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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서 神으로 추앙' 韓 전설의 당황·복잡한 감정 "20년 동고동락, 이제 적이라니 부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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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박주봉 감독이 8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한배드민턴협회 미디어 데이에서 출사표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박주봉 감독이 8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한배드민턴협회 미디어 데이에서 출사표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이자 현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주봉 감독. 20년 동안 몸담았던 일본 대표팀을 이제는 경쟁 상대로 만나는 첫 아시안게임을 치른다. 그것도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라 부담이 적잖다.

박 감독은 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배드민턴 국가대표 미디어 데이에서 오는 9월 19일 개막하는 대회 출사표를 던졌다. 박 감독은 "아시안게임이 부담도 되지만 선수들이 이를 자신감으로 바꿔 최고의 컨디션, 경기력을 유지해서 항저우 대회의 좋은 성과에 버금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박 감독은 자못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날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준비한 자료에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목표가 금메달 3개, 은 1개, 동 2개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항저우 대회 금과 은메달 2개씩, 동 3개를 넘어서는 수치다. 박 감독은 "정말 그렇게 나와 있나요?"라고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박 감독은 이어 "아마 협회가 대한체육회에 그렇게 전한 것 같은데 그렇게만 성과를 낸다면 원이 없겠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체육회는 대회를 앞두고 전체 출전 종목, 선수들과 관련한 자료를 만들면서 각 협회에 예상 성적을 취합한다.

사실 박 감독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노 골드'도 아닌 '노 메달' 참사를 겪었다. 1978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의 수모였다. 그러나 5년 뒤 항저우에서 대표팀은 '여왕' 안세영(삼성생명)을 앞세워 여자 단식과 단체전 금메달 등 6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목표를 더 상향 조정한 것이다.

안세영이 올해 승률 98%(49승 1패)로 100주 연속 세계 랭킹 1위를 독주하고 있고, 여자 복식 이소희-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가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상승세다. 또 최근 주춤했지만 남자 복식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도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을 포함한 선수들이 8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한배드민턴협회 미디어 데이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을 포함한 선수들이 8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한배드민턴협회 미디어 데이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여자 복식 세계 1위 탄닝-류성수 등 중국이 워낙 강한 데다 여자 단식 3위 야마구치 아카네 등이 포진한 일본의 홈에서 열리는 까닭이다. 박 감독은 "최근 안세영이 야마구치에 강했지만 스피드에서만큼은 작은 키에도 야마구치가 최고인 까닭에 방심할 수 없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박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기 전 무려 20년 동안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다. 올림픽 노 메달에 그쳤던 일본 배드민턴은 2004년 박 감독 부임 이후 2012년 런던에서 사상 첫 메달(여복 은메달)을 따냈고,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사상 첫 금메달(여복)과 동메달(여자 단식) 등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박 감독은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과 은, 동메달 2개씩을 이끌어 일본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이듬해는 금메달 2개, 은 3개, 동 1개로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일본 언론은 박 감독을 '가미사마(神樣)'라고 불렀는데 '배드민턴의 신'이라는 뜻이다. 파리올림픽에서도 여자 복식, 혼합 복식 동메달 2개를 일본에 안긴 박 감독은 20년 임기를 마무리했고, 이듬해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 박 감독은 "일본을 이끌고 아시안게임을 5번이나 치렀는데 오랫동안 일본 대표팀을 맡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선수들을 이끌고 일본 오픈도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일본을 이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끄는 박주봉 감독이 2016 리우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승리한 일본 마쓰토모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를 격려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끄는 박주봉 감독이 2016 리우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승리한 일본 마쓰토모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를 격려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 

앞서 지휘봉을 잡았던 말레이시아, 일본과는 다른 분위기도 부담이다. 박 감독은 "한국에 와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다 보니 해외 지도자 생활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면서 "선수촌 분위기가 올해는 전체 종목이 아시안게임 무드에 빠져들면서 선수촌장, 본부장 등 관계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그거 하나로 통일된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 지도자 때는 부담감이 없었는데 이제는 분위기 자체가 결과를 내야 하는구나 책임감, 부담감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부담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다. 박 감독은 "배드민턴은 중국과 일본이 강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모두 세계 최고의 경기력이라 부담이 크다"면서 "수치보다는 3년 전 항저우 대회 결과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표를 잡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남자 복식)을 따낸 박 감독은 국제 대회 72회 우승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고, 2001년 한국인 최초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전설이다. 지도자로서도 화려한 업적을 남긴 박 감독은 한국 지휘봉을 잡아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박 감독은 "내가 복식 전문이었던 만큼 안세영에게 단식에서도 체력 안배를 할 수 있게끔 복식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선수는 물론 지도자로서도 전설의 길을 걷고 있는 박주봉 감독. 과연 20년 동안 대표팀을 맡았던 일본 적지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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