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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이 넘칠수록 '한 땀'의 값은 오른다…송길영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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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EN:]
'시대예보' 네 번째 책서 '사본인간' 이후의 인간형 제시
"직접 하고, 발행하고, 이름을 거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송길영 작가가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필원에서 열린 신간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송길영 작가가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필원에서 열린 신간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AI가 반복 업무와 분업의 자리를 빠르게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 남을까. 송길영 작가는 답을 '더 많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판단과 숙련을 쌓고 그 결과에 이름을 거는 사람에서 찾았다. 그는 이를 '수고인류'라고 불렀다.

송 작가는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필원에서 열린 신간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사본을 만들기 쉬워졌기 때문에 원본이 더 중요해진다"며 "충분히 복제될 수 있는 역할은 기계에게 넘어가고, 인간은 주체로서 자신만의 원본성을 갖는 방향으로 증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책은 '핵개인의 시대', '호명사회', '경량문명의 탄생'에 이은 '시대예보'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저자는 조직에서 독립해 자신의 판단을 갖기 시작한 사람을 '핵개인', 그 판단을 자신의 이름이 붙은 결과물로 구현하는 사람을 '원본인간',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시간과 시행착오, 책임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을 '수고인류'라고 설명한다.

송 작가는 "수고는 단순히 고생을 많이 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반복 업무와 형식적 절차는 기술에 넘기되, 자신이 의미 있다고 판단한 일에는 시간을 들이고 책임을 지는 태도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1분 만에 쇼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그걸 나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한 땀 한 땀 만드는 사람, 오랜 시간 숙련을 쌓은 사람에게 더 큰 영예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을 건너뛸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 역설적으로 수고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했다.

책은 '사본인간과 원본인간', '빈번한 시작', '딸깍과 한 땀 한 땀', '수고조직', '조예와 안목' 등 다섯 가지 키워드로 AI 이후의 인간과 조직 변화를 풀어낸다.

특히 송 작가는 지금까지의 '적령기' 개념도 빠르게 무너질 것으로 봤다. 그는 10대 나이에 자신의 음악을 세계 시장에 내놓은 창작자와 80대에 앱 개발을 시작한 사례를 소개하며 "몇 살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이제 풀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가 생겼을 때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길영 작가가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필원에서 열린 신간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송길영 작가가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필원에서 열린 신간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조직의 변화도 크게 내다봤다. 기존처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을 대규모로 뽑아 내부에서 훈련하는 방식보다, 이미 전문성과 결과물을 갖춘 사람을 필요할 때 영입하는 방식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작가는 "예전에는 대학을 나왔으니 이 정도 역량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들어오면 일을 알려주겠다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할 줄 아느냐'를 먼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량 채용이 더는 쉽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미 전문가가 된 사람을 모셔오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직 내부에서는 보고와 결재 중심의 위계도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부장님은 내 고객이 아니다. 고객은 우리가 만든 서비스와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라며 "리포트를 만드는 조직에서 각자가 직접 정보를 찾고 판단하는 '쿼리의 조직'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여유와 학습·정보 접근성, 경험의 차이가 새로운 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원본인간'으로 성장할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송 작가는 "원본성을 갖기 위해서는 경험과 정보 접근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창작·유통·소통 비용이 낮아지면서 개인이 자신의 결과물을 직접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기회는 과거보다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격차는 분명 존재하지만 예전보다 지원은 가벼워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각자의 원본성을 만들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과 경험을 제공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채용과 평가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봤다. AI 전환 과정에서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줄어드는 반면, 조직이 갖고 있지 않은 독자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에 대한 수요와 보상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작가는 "원본성을 가진 사람은 많은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영향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그런 사람에게는 보상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차와 직급, 동일 업무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각자가 가진 독자적인 역량과 결과물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입 채용이 줄어들 경우 경험과 숙련을 쌓을 통로 자체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인정했다. 그는 기존 조직이 맡아오던 훈련 기능을 대신할 새로운 도제 시스템이나 교육·사회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며 "아직 정확한 답은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경험을 쌓는 일을 마다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제공교보문고 제공
송 작가는 수고인류의 실천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직접 하고, 발행하고, 이름을 거는 것"이다.

그는 "조직의 이름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을 세상에 내놓고, 그 과정과 책임이 자신의 이름으로 남는 사회가 올 것"이라며 "당신의 수고가 허수가 되지 않는다면 인간이기 때문에 가진 감각과 배려가 다시 가치가 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은 교보문고가 펴냈으며 16일부터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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