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시상식.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한국 남자 농구. 원정 대회에서는 무려 44년 만에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일본과 사상 처음으로 맞붙은 결승, 그것도 상대 안방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결승에 앞서 황당한 이유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석연찮은 판정이 이어지는 불리한 상황을 이겨낸 터라 더욱 후련한 우승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67-57로 이겼다. 지난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의 정상 탈환이었고, 1970년 방콕과 1982년 뉴델리, 2002년 부산까지 통산 5번째 금메달이었다.
다만 대표팀은 이날 오전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결승을 앞두고 선수단은 컨디션과 슛 감각 등을 점검하기 위해 다른 체육관에서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전 10시 10분께 숙소로 오기로 한 버스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대표팀은 훈련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이상현 단장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후세인 알 무살람 사무총장을 찾아가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대표팀 주장 이승현이 우승 뒤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 후 대표팀 주장 이승현(34·울산 현대모비스)은 이에 대해 "선수들의 화를 돋웠던 사건"이라면서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지만 결승을 앞두고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어 "전날 분명히 훈련을 통보했고, 오늘 10시 10분 배차 시간에 대한 이메일을 받았다"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정말 중요한 경기인데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다른 종목 선수들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023년 항저우 대회에도 출전했던 이승현은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어제도 오후 훈련 때 거리도 멀고 차도 막혀서 1시간 반을 이동해서 시골 고등학교로 갔다"면서 "다른 팀들도 다들 그랬다고 하지만 중요한 결승에 오른 팀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면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 이승현은 "훈련 대신 산책을 했고 다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면서 "오히려 더 여유롭게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결승에 대해 이승현은 "버스 사건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졌는데 '지면 나가 죽자' 식으로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연히 전투력이 상승했고, 결과론적으로는 잘 됐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 일본의 경기. 한국 최준용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동갑내기 최준용(전주 KCC)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버스 사건과 관련해 최준용은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숙소에 매트가 없어 밖에서 사서 깔았다"면서 "이런 일은 국제 대회에는 비일비재한데 일본은 밥도 맛있고 괜찮다"고 자못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다.
한국 취재진과 함께 있던 일본 여기자를 의식한 걸까. 이와 관련한 해당 기자의 질문에 최준용은 친절하게 일본어로 "다이죠부(괜찮습니다"라고 답하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반전의 답변도 내놨다. 최준용은 한국 취재진에 목에 걸린 금메달을 가리키며 "이걸 땄으니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만약 은메달에 머물렀다면 (버스 사건에 대해) 나부터 엄청 쌍욕을 했을 것"이라고 취재진의 폭소를 자아냈다.
일본 언론들도 이를 언급했다. 산케이스포츠는 버스 사건과 관련해 이승현과 니콜라이스 마줄스(라트비아) 감독의 발언을 전하면서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은 하키 남자 경기 전 북한 국가가 잘못 흘러나온 문제와 축구 남자 경기 전 버스가 행선지를 잘못 찾는 등 사고를 잇따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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