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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면제? 金 제외' 12년 전 뼈아팠던 예비역 캡틴의 진심 "우린 갔지만 너흰 누려야지"[임종률의 나고야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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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9-2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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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아 울지 마' 20일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한 한국 대표팀 주장 이승현(오른쪽)이 에이스 이현중을 안아주고 있다. 오른쪽은 유기상. 연합뉴스 '현중아 울지 마' 20일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한 한국 대표팀 주장 이승현(오른쪽)이 에이스 이현중을 안아주고 있다. 오른쪽은 유기상.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출전을 눈앞에 두고 최종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던 대학생. 12년이 지나 당당히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으로 한국 농구 역사에 남을 업적을 이끌었습니다. 영원한 '두목 호랑이' 이승현(34·울산 현대모비스)입니다.

한국 농구 대표팀은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일본과 결승에서 67-57 승리를 거뒀습니다.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무려 44년 만의 원정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습니다.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노리는 에이스 이현중(25·포틀랜드)을 비롯해 프로농구 최우수 선수(MVP) 출신 가드 이정현(27·고양 소노), 이우석(27·상무) 등이 맹활약하며 우승을 견인했습니다. 프로농구 신인왕 출신인 유기상(25·창원 LG), 여준석(24·시애틀대)에 친형제인 2001년생 문정현(수원 kt)과 2004년생 문유현(안양 정관장), 19살 막내 에디 다니엘(서울 SK)까지 힘을 보탰습니다.

이들은 금메달과 함께 병역 혜택을 받습니다. 병장인 이우석도 제대 2개월을 앞두고 프로농구 시즌 준비를 위해 조기 전역할 예정입니다. 향후 10년 이상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주역들이 선수 생활이 끊기지 않고 전성기를 온전히 코트 위에서 누리게 된 겁니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시상식.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시상식.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묵묵히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예비역' 형들이 없었다면 동생들의 영광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캡틴 이승현을 비롯해 동갑내기 최준용, 맏형 장재석(35·이상 전주 KCC), 가드 변준형(30·안양 정관장)입니다. 변준형은 이정현과 함께 대표팀 공수를 조율하면서 베테랑 3인방과 함께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장재석, 이승현, 최준용은 적잖은 나이와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에도 대표팀 골밑을 사수했습니다. 일본과 결승에서 204cm 장재석, 197cm 이승현은 211cm의 상대 귀화 선수 알렉스 커크를 온힘을 다해 막아냈습니다. 장재석은 3쿼터 결정적인 블로킹까지 해냈고, 유도 선수 출신인 이승현은 14cm나 큰 상대를 끊임없이 밀어냈습니다. 200cm의 최준용도 1쿼터 잘 풀리지 않던 대표팀의 흐름에 가져오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경기 후 이승현은 "팀의 빅맨이 약하다 보니 수비에서 힘을 실어야 하는데 나중에 보니 커크가 3점만 넣었더라"면서 "그걸로 나와 재석이 형은 임무를 다했다"고 씩 웃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승현은 "결승까지 오면서 너무 힘들었다"면서 "오늘 슛을 쏘는데 공이 날아가지 않는 느낌은 오랜만이었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몸싸움을 하느라 팔에 힘이 다 빠져버린 겁니다.

이날 이승현은 25분여를 뛰며 4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슛 성공률은 22%(9개 중 2개)였습니다. 장재석은 14분여 동안 2점(4개 중 1개) 3리바운드, 최준용은 10분 정도만 뛰고 5점 3리바운드의 성적이었습니다. 이현중이 양 팀 최다 27점에 무려 18리바운드를 걷어냈는데 이들이 상대 센터들이 점프하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막아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이현중은 "형들이 궂은 일을 해줘서 내가 3점슛을 쏠 수 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습니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 일본의 경기. 한국 장재석이 상대 혼혈 선수의 슛을 블로킹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 일본의 경기. 한국 장재석이 상대 혼혈 선수의 슛을 블로킹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테랑 3인방은 무엇보다 2014년 인천 대회의 아픔이 있습니다. 당시 4월 24명 예비 명단에 들었고, 5월 15명 엔트리에 들어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맹훈련을 소화했습니다. 그러나 8월 12명 최종 명단에는 모두 탈락해 짐을 싸야 했습니다. 당시 고려대 주장이었던 이승현의 후배 이종현(32·정관장)이 대학생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습니다.

당시 대표팀은 귀화 선수 문태종(은퇴)의 신들린 슛을 앞세워 NBA 출신 하메드 하다디(218cm)가 버틴 이란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이종현을 비롯해 김종규(현 정관장), 김선형(현 kt)이 병역 혜택을 받았고, 이우석처럼 상무 소속이던 오세근(현 SK)도 조기 전역해 프로농구 코트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이승현과 장재석, 최준용은 몇 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구슬땀을 흘렸지만 아시안게임에는 나서지 못했고, 금메달을 지켜만 봐야 했습니다. 최준용은 "12년 전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려고 몇 달 동안 진짜 힘들게 어린 나이에 형들과 경쟁했는데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고 당시를 돌아봤습니다.

'이승현, 장재석, 최준용은 없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란과 결승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남자 농구 대표팀. KBL '이승현, 장재석, 최준용은 없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란과 결승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남자 농구 대표팀. KBL 

12년 전 결승 상대 이란과 4강전 승리 뒤 이승현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재석이 형과 훈련 중이었는데 나중에 준용이가 합류했다"면서 "가만히 보니 3명이 12년 전 인천 대회를 앞두고 엄청 노력했는데 최종 명단에서 탈락한 사람들이더라"고 웃었습니다. 이어 "그런데 12년 만에 다시 모여서 이제는 후배들과 함께 금메달에 도전한다"고 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결국 2014년 바라만 봐야 했던 금메달을 12년이 지나 목에 걸게 됐습니다. 이승현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023년 항저우 대회 등 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었고, 국가대표를 하면서 정말 우승하는 일이 안 일어나나 했다"면서 "그런데 그게 오늘이 됐고, 농구 인생의 마지막 목표였는데 달성해서 너무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특히 이승현은 본인의 말처럼 한국 농구 절망의 순간도 뼈저리게 겪었습니다. 남자 농구는 2018년 동메달을 따냈지만 항저우에서는 8강조차 넘지 못해 역대 최저 순위인 7위에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 아픔을 딛고 이승현은 나고야에서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이승현은 "지금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온 사람"이라고 본인을 가리켰습니다.

12년 전 눈물은 시원하게 날렸습니다. 이승현은 2014년 당시를 묻자 "굳이 아픈 기억 꺼내야 하나요?"라고 반문하면서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어 "언제 다시 해볼까 생각할 정도로 정말 이런 좋은 선수들과 함께 44년 만에 원정 대회 금메달을 이룬 데 대해 올해 할 것은 다 했고, 기쁘고 만족하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이승현이 20일 일본과 결승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취재진과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한 모습. 노컷뉴스 이승현이 20일 일본과 결승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취재진과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한 모습. 노컷뉴스 
이제는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후배들을 응원합니다. 이승현은 금메달로 젊은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은 데 대해 "10년 이상 한국 농구를 발전시킬 선수들"이라면서 "우리는 많은 걸 못 누리겠지만 앞으로 어린 선수들은 책임감 있게 잘 해서 많이 누렸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대표팀 주장을 넘어 침체됐던 한국 농구의 중흥을 생각합니다. 이승현은 "국가대표 10년 동안 이렇게 많은 기자 분들이 오실 만큼 관심을 받아본 건 처음인데 정말 감사하다"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실 인천 대회 결승 때 현장에 있었는데 그때는 더 많은 취재진이 몰렸지만 당시 이승현은 그 자리에 없었죠.) 그만큼 한국 농구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방증일 겁니다.

이승현은 "현재 농구는 4대 프로 스포츠 중 꼴찌리고 생각하는데 그걸 뒤집는 게 목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서장훈, 현주엽 선배님이 뛰던 농구 대잔치 시절 인기를 지금 선수들이 이뤄주면 너무 만족할 것"이라는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습니다.

그만큼 농구와 국가대표에 진심인 겁니다. 이번 금메달을 농구 꿈나무들이 봤을 것이라는 말에 이승현은 "20년 전 처음 농구를 시작할 때 목표가 국가대표였다"면서 "유소년 선수들 있는데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재미를 느끼고 농구에 빠져들면 국가대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12년여 전 고려대 시절부터 강력한 주장의 리더십으로 '두목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승현. 이후 프로농구 신인왕과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 선수(MVP)까지 거머쥐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이제는 대표팀 주장으로 역사적인 금메달을 이끌며 농구 인생의 화려한 정점을 찍었습니다. 12년 전의 아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며 한국 농구 발전의 밑거름이 된 이승현과 베테랑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18일 이란과 4강전에서 최준용이 상대 밀집 수비를 뚫고 골밑슛을 시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18일 이란과 4강전에서 최준용이 상대 밀집 수비를 뚫고 골밑슛을 시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P.S-그렇다면 이승현은 이제 태극 마크를 반납하는 걸까요? 2014년 인천 대회 당시 금메달을 후배들에게 안긴 김주성처럼 헹가래를 받으며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걸까요?

이에 대해 이승현은 순간 멈칫하며 "더 해야 하나요?"라고 웃었습니다. 그러더니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가던 최준용을 보며 "쟤가 하면 나도 할게요"라면서 "이제 인터뷰 바통 터치"라며 노련하게 빠져나갔습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최준용은 취재진에게 다가와 특유의 입담을 털어놨습니다. 최준용은 금메달에 대해 "애국가가 나올 때 기분이 좋더라"면서도 "뭉클하거나 그러진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최준용은 "금메달에 내가 한 역할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후배들을 위해 뭔가 해주려고 열심히는 했는데 오히려 금메달을 따준 후배들에게 고맙다"고 겸손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 "욕심을 부려도, 희생을 하지 않아도 존중해주는 분위기를 만드려고 노력했다"면서 "예전 대표팀에서는 형들이 무섭고 어려웠는데 나는 후배들을 편하게 대하려고 했고 그게 경기에 나오더라"고 귀띔했습니다.

그런 최준용도 옆으로 지나가던 문정현, 문유현 형제를 불러 "너네들이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자리를 양보하려 했습니다. 다만 옆에 있던 취재진 쪽으로 형제들이 이동하자 최준용은 "막내들이 재롱을 부려야 하는데 내가 했다"면서 "문유현이 착한 척만 하고 문정현도 원래 예의가 없으니 속지 마시라"고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베테랑들이 편하게 조성한 대표팀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대목, 역사적인 나고야 대첩의 원동력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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