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 국민경청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14만 경찰 조직을 이끄는 경찰청장 자리가 2년 가까이 공석인 가운데, 오는 10월 형사사법체계 전환을 앞두고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 사건' 등 잇따른 논란을 계기로 경찰이 내놓은 쇄신·개혁 방안도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룡경찰' 출범하는데 정작 리더십은 실종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장 자리는 1년 9개월째 공석이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청장 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호영, 유재성 전 경찰청 차장에 이어 김종철 차장이 세 번째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초대 경찰청장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경찰이 곧 중대한 형사사법 체계 전환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10월부터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등 수사·기소가 분리되는 형사사법체계가 시행된다. 권한이 커진 이른바 '공룡경찰'이 출범하는 시점에 아이러니하게도 정식 수장 없이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조직을 방향성 있게 이끌 강력한 지휘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직무대행 체제에서도 실무 대응은 가능하지만, 조직 전체의 장기 전략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직무대행 체제가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임시직이라는 인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소청과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형사사법기관과의 조율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시행되면 실무 과정에서 세부적인 업무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 수장이 없을 경우 기관 간 협의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검찰 등 다른 형사사법기관과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직무대행 체제의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뿐 아니라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중수청장 등 형사사법체계의 주요 기관장 자리도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로 법무부 장관 자리는 다시 공석이 됐다. 법무부 장관의 제청 절차가 필요한 검찰총장 임명도 함께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수청장에는 김지용 변호사가 지명됐지만, 정치권 반발로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
개혁방안 쏟아지지만 중구난방…동력 떨어질 수 있어
경찰이 최근 내놓은 개혁안이 직무대행 체제에서 추진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과 장윤기 사건 부실·축소 사태 이후 경찰이 추진 중인 개혁안이 표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경찰은 조직 전반의 쇄신을 위해 경찰개혁단을 출범했다. 개혁단은 총리실과 국회 등 외부 개혁기구, 국가수사본부 수사개혁위원회 등 내부 기구와 소통하며 조직·인력·업무 전반의 개선 과제를 추진한다. 최근에는 '국민이 함께하는 경찰개혁 100일'을 통해 국민경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에도 나섰다.
수사 분야에서도 대응책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검사 요구 사건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고, 보완수사 이행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수사 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수사부서 인력을 보강하고, 우수 수사관에 대한 승진·근속기간 단축 등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다만 개혁안이 여러 경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면서 전체적인 방향이 선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혁과 쇄신을 내세운 정책이 잇따르고 있지만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개혁 추진 시기에 유재성·김종철 대행 체제가 이어지면서 정책 추진을 이끌 구심점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천향대 오윤성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대행 체제라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시점에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식 임명된 청장이 필요하다"며 "국가 치안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경찰청장을 이렇게 오래 비운다는 점에 대한 정부의 설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이와 관련해 "형사법체계 개편에 따라 적합한 인물이 임명될 것"이라며 "(인사가) 이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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