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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정상회담…'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불러온 구동존이(求同存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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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양국 정상 우정만 확인
보여주기식 정상회담에 美언론도 "실질 내용 빈약" 비판
트럼프 "엄청난 진전" 구체적 언급 없어
대만독립·이란전쟁·AI…실질적 접점 못찾아
연내 두 번 더 만나자는 시진핑…현상유지에 머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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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개월만에 다시 머리를 맞대며 양국간 현안을 논의했지만 현재까지 가시적 성과물이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25일(현지시간) 2박 3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민감한 현안인 관세·무역·안보·AI·이란전쟁 등을 놓고 양국 정상이 상대국에 자신들의 주장만 강조하는 내치(內治)용 외교 전략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커다란 진전 있었다"…현상 유지?

방미 마지막날인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부부는 백악관에서 다시 만나 차담회를 가졌다.

전날 오전부터 진행된 정상회담과 저녁 늦게 끝난 국빈만찬의 피로도 잊은 모습이었다.

차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모두에 매우 긍정적인 커다란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농민들도 매우 기뻐할 것이다. 매우 긍정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다란 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CNBC에 출연해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 중국과 지난 몇 주 동안 협상하며 이룬 성과에 관한 훨씬 자세한 내용을 월요일(28일)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양측 경제무역팀이 새로운 공동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양국 산업계와 국민, 나아가 세계 경제에도 희소식"이라는 시 주석의 언급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간절히 원했던 중국의 미국산 농·축산물 또는 항공기 수입이 일부 성과로 발표될 개연성도 크다.

여기에 중국의 대미(對美) 희토류 수출 제한도 완화될 가능성도 높다.

두 사안 모두 양국의 '무역 휴전' 조건으로 약속됐지만 차일피일 미뤄져왔는데, 구체적인 일정이 논의됐을 수도 있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화당 후보들의 전통적 텃밭인 미국 농업지대의 표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 10일 종료되는 무역 휴전을 내년 1월 10일로 두 달만 연장하면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결단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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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불러온 구동존이(求同存異)

시 주석도 방미 마지막 날 차담회에서 "존중, 공정성,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안정을 지향하는 건설적 관계"라고 미중 관계를 표현했다.

글로벌 강국인 두 나라가 대등한 관계 속에서 공정한 경쟁을 벌이자는 취지다.

시 주석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의 항로를 설정하는 두 사람 같다"고 서로를 묘사하기도 했다.

앞서 시 주석은 전날 정상회담 직전 국빈 환영 연설에서도 "미중 양국은 충돌·대립하지 않는다는 마지노선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래야 두 대국이 이 지구상에서 올바로 공존한 길을 갈 수 있다"며 "양국 군은 상시적인 대화를 유지해야 하고, 위기 소통 및 예방 메커니즘을 개선해야 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고대 스파르타와 아테네간 전쟁과 같이 기존의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을 견제하면 결국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미중 충돌이 필연적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종종 인용된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도 '투키디데스 함정'을 언급하면서 이를 피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양국이 서로에게 얻을 건 얻고,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은 잠시 뒤로 미루자는 전형적인 '구동존이'(求同存異) 협상으로 요약될 수 있다. 

구동존이는 중국이 즐겨쓰는 협상 전술로 '공통점을 구하고 차이점은 놔둔다'는 뜻이다.

"큰 틀에서는 상대방도 나와 같은 생각이니 지엽적인 문제는 뒤로 미루고 공통점을 먼저 진행하자"는 저우언라이 전 부주석의 연설에서 유래했다. 영어권에서는 "Let's agree to disagree"로 번역되기도 한다.

시 주석은 "올해 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 더 만날 기회가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11월 예정된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핵심 현안에 대해 당장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논의는 향후 만남으로 넘기자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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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모호성'으로 상대국 핵심 이익 피해가기

관세와 무역 문제는 극단으로 치닫을수록 자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종의 '치킨게임' 성격을 짙기에 미중은 지난해 기간을 정해 놓은 '무역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부터 추가 충돌을 피하기 위한 '무역 휴전' 연장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다.  

오히려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과 대만 독립 문제, 이란 전쟁 등은 양국이 쉽게 의견을 합치시키지 못할 난제로 여겨졌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각자의 핵심이익에 대한 입장을 되풀이하며 실질적인 합의점 모색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은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 때보다 더 강화된 내용의 '대만 독립 반대' 카드를 들고 워싱턴을 찾았다.

정상회담 직후 중국매체 중국신문망은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기를 바란다", "국가 통일과 영토 완전성을 지키려는 중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양국간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이 나오기도 전에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먼저 공개하며 선수를 친 셈인데,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적인 인정을 요구한 것이다.

미국의 불개입 원칙을 넘어 '대만은 중국 영토'라는 중국의 확고한 영토론을 이번 기회에 확정하자는 의지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대만 문제를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내놓으며 중국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시 주석과 백악관 앞 헬리패드(전용 헬기 이착륙장)를 산책했는데, 이 자리에서 기자들이 '대만 문제를 논의했느냐'고 묻자 "우린 훌륭한 회담을 했다"고 답을 피해갔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의 경제·안보적 가치를 쉽게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영토 문제를 뛰어 넘어 향후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와 국가 인정 등 민감한 문제로 연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독립'이라는 껄끄러운 질문을 피해간 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향후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 등을 아예 차단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대만 독립이나 무기 판매에 대해 미국의 전통적 접근법에 미묘한 변화가 생길 경우, 이는 단순히 대만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아시아 안보 지형에 적잖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이슈다.

반대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AI(인공지능) 분야는 미국의 핵심 이익이다.  

시 주석은 AI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기술 발전을 인류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AI 속도조절론은 추격자인 중국을 이롭게 하는 "사기극"이라고 일축했다.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미국산 첨단 반도체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는 양국간 협상에서 "논의 대상조차 안 된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란 전쟁도 마찬가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이란 지원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전달했다고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 대사가 전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중국은) 국면 완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왔다. 양측이 조속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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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신들 "상징성 강했지만 실질적 내용 빈약" 혹평

미 언론들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최근 CNN 퇴출 등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길들이기'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백악관 촬영 풀단 기자들이 정상회담 취재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가뜩이나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외신들은 정상회담의 실질적 성과가 나오기 전부터 지나칠 정도로 의전을 강조한 부분을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상회담이 정교하게 준비된 의전 행사로 채워졌지만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현안에서 별다른 진전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상징성은 강했지만 실질적 내용은 빈약했다"며 AI와 무역, 대만, 이란 전쟁 등 까다로운 현안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징후는 없다고 분석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외교(diplomacy)와 오락(entertainment)을 합친 "디플로테인먼트"(diplotainment)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중 관계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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