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달성을 위해 기존 전력망의 여유 용량을 최대한 활용해 재생에너지 접속을 대폭 늘린다.
특히 송·배전망 부족으로 신규 재생에너지 접속이 막혀 있던 호남에서는 다음 달부터 기존 대기 사업자의 조기 접속 절차가 시작된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의 활용 여력이 커지면서 향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기반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력망 혁신대책'을 보고했다.
우선 다음 달 1일부터 호남권 계통관리변전소 지정이 해제된다. 계통관리변전소는 송·배전망 포화로 신규 발전설비 접속을 제한하는 변전소로, 그동안 호남에서는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의 계통 접속이 2034년 이후에나 가능했다.
지정 해제로 확보되는 여유 용량은 기존 대기 사업자에게 우선 배분한다. 대기 사업자는 다음 달 1일부터 조기 접속을 신청할 수 있고 신규 사업 접수는 내년 1월부터 시작한다.
다만 호남지역 변전소 87곳 가운데 이미 포화된 41곳은 ESS(에너지저장장치) 설치와 변전소 신설 등에 맞춰 2028~2030년 단계적으로 접속을 허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새로운 전력망 건설을 기다리지 않고 기존 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으로 전력망이 포화될 경우 출력을 우선 줄이는 조건으로 접속을 허용하는 '유연접속'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배전선로 접속용량은 14MW에서 16MW로, 변압기는 50MW에서 60MW로 늘린다.
사업자가 접속용량보다 큰 발전설비를 설치한 뒤 ESS를 활용해 실제 출력을 접속용량에 맞추는 '자율접속'도 시범사업을 거쳐 도입한다.
ESS를 활용해 전력망 증설 없이 접속 여력을 늘리는 '비증설 대안'도 추진한다. 포화된 배전망에 ESS를 설치해 2030년까지 태양광 3GW의 추가 접속 여력을 확보하고, 호남지역 포화 변전소에도 ESS를 설치해 1.6GW를 추가로 수용한다.
송전망에는 고장에 대비한 ESS를 설치해 비상 상황에 대비해 비워두던 송전용량을 평상시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전력망 용량을 확보하고도 실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허수사업과 장기 지연사업도 정비한다. 실제 전력망 이용 시점에 맞춰 접속권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호남에서만 2030년까지 10GW 이상의 접속 여력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2031년 이후 진입 물량부터는 실제 발전사업 이행률을 반영해 전력망 접속권을 추가 배분한다.
재생에너지 접속 기준도 전면 개편한다. 지금까지 신규 재생에너지의 계통 접속을 검토할 때 기존 화석연료 발전원보다 후순위로 가동하는 것을 전제로 했지만, 앞으로는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우선 발전하는 것으로 기준을 바꾼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재생에너지 20GW를 추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첫 접속 사업자가 부담하던 공용배전망 보강비용은 한국전력이 먼저 투자한 뒤 이후 접속하는 사업자들이 설비용량에 따라 나눠 부담하는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한다.
이번 대책은 광주 군공항 일대에 추진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기반 확충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팹 4기 가동을 위해 최종 약 6.3GW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별도로 신장성·신광주변전소와 반도체 산단을 연결하는 약 23㎞의 전력망을 구축해 2028년 말까지 초기 팹 가동에 필요한 3.1GW를 공급하고 이후 공급 능력을 6.3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이 반도체 전용 전력망을 직접 확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계통에 묶여 있던 호남지역 재생에너지의 활용 여력을 높여 지역 내 전력 공급 기반을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새로 전력망을 건설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전력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1년 만에 지난 2024년 9월부터 막힌 재생에너지 계통 제약을 해제하고 호남의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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