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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보다 안목이 돈 된다"…'트렌드 코리아 2027'이 본 내년[현장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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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사회·해봄경제·휴먼엣지 10대 키워드
김난도 교수 "AI는 사다리 아니라 확성기"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7'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미래의창 제공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7'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미래의창 제공 
인공지능(AI)이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일과 생활 전반에 스며든 '범용재'가 된 시대. '트렌드 코리아 2027'은 내년 한국 사회를 관통할 변화의 축을 AI 그 자체보다, AI가 바꿔놓은 사람과 조직의 행동에서 찾는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 '트렌드 코리아' 연구진은 30일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7'에서 내년 소비 흐름을 설명하는 10대 키워드로 △권태사회 △라이프 ROI △폼팩터 시프트 △해봄경제 △저장인류 △바이브 워킹 △리:텐션 전략 △휴먼엣지 △하프시그널 △안목자본을 제시했다.

올해 키워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정작 'AI'라는 단어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7' 출간 미디어데이에서 "AI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당연해졌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처럼 AI도 이제 우리 삶과 일의 범용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AI 자체보다 AI가 개인과 조직, 소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첫 번째 키워드는 '권태사회'다. 콘텐츠와 자극은 넘쳐나는데 정작 "재미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진단이다. 과거의 권태가 자극 부족에서 비롯됐다면 지금은 쇼츠와 게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끝없는 자극 속에서 오히려 무료함을 느끼는 '바쁜 권태'라는 것이다.

'라이프 ROI'는 투자 대비 수익률을 뜻하는 ROI 개념이 돈뿐 아니라 시간과 인간관계, 직장과 결혼 등 삶 전체로 번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내가 들인 시간과 비용만큼 얻는 것이 있는지 따지고, 그렇지 않으면 '손절'하는 태도가 일상화됐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해봄경제'는 준비보다 실행을 앞세운다. 생성형 AI와 각종 디지털 도구 덕분에 예전에는 전문가와 조직이 필요했던 일을 개인이 직접 시도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철저히 준비한 뒤 시작했다면 이제는 일단 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가는 시대"라고 말했다.

미래의창 제공미래의창 제공
AI 도입이 곧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은 '바이브 워킹'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AI 도구를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업무 자체를 AI와 사람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어떤 좋은 AI를 쓰느냐보다 생산성이 높아지도록 조직 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라고 강조했다.

AI 시대에 오히려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는 전망도 담겼다. '휴먼엣지'는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 남은 인간의 선택과 손길, 시간과 책임을 차별화 요소로 본다. AI가 쉽게 결과를 만들어낼수록 "사람이 무엇을 경험했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더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마지막 키워드인 '안목자본'도 같은 맥락이다. AI가 무엇이든 빠르게 만들어내는 시대에는 만들어내는 능력보다 무엇을 고르고 버릴지 판단하는 힘이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AI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안목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활용과 관련해서도 "AI는 사다리가 아니라 확성기"라고 강조했다. 기본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AI만으로 단번에 더 높은 수준에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능력을 더 크게 증폭시키는 도구에 가깝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027년의 슬로건으로 '알파쉽(ALPHA SHEEP)'을 내세웠다. 무리를 따라가는 양이 아니라 시류와 알고리즘에서 한발 먼저 벗어나 자신의 판단으로 움직이는 '첫 번째 양'이 되자는 의미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이 기술 자체보다 판단과 실행, 경험과 안목에서 갈릴 것이라고 본다. 완벽한 예측보다 먼저 시도하고, AI가 만든 결과를 골라내며,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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