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한 모텔에 감금됐다가 추락해 다친 인도네시아 선원이 병원 치료를 마치고 무사히 귀국됐다. 외국인 선원들이 국내에 입국해 선박에 승선하기까지 대기하는 과정에서 감금 등 불법행위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재발을 막기 위한 관계기관의 관리방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부산 모텔 감금된 인니 선원, '인신매매 피해자' 지정 후 귀국
30일 부산경찰청과 성평등가족부 등에 따르면 부산 사상구의 한 모텔에 감금됐다가 탈출을 시도하던 중 추락해 다친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A(30대·남)씨는 병원 치료를 마치고 지난달 18일 본국으로 귀국했다.
A씨는 정부로부터 '인신매매 피해자'로 지정돼 의료비와 귀국 비용, 통역 등 지원을 받았다. 앞서 성평등가족부는 경찰 수사 내용을 토대로 A씨가 운송·감금·착취 목적 등의 인신매매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7월 21일 부산 사상구의 한 모텔 8층 객실에서 다른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B(20대·남)씨와 함께 이불을 찢어 만든 임시 로프를 이용해 탈출을 시도하던 중 추락해 다리 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함께 탈출을 시도했던 B씨는 끝내 숨졌다.
당시 이들은 다음 날 중국 국적 원양어선에 승선하기 위해 B-2(단기통과)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입국한 뒤 부산항 인근에서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텔 객실 문은 외부에서 잠긴 상태였으며, 경호업체 직원들은 선원들의 이탈 여부를 감시하고 있었다.
A씨는 과거에도 중국 국적 원양어선에 승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고된 노동환경을 경험했던 A씨는 다시 배에 타는 대신 국내에서 일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영토 인신매매·착취 장소로…이탈 막으려 감금까지
이번 사건을 통해 외국인 선원들이 국내에 입국해 선박에 승선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감금과 인신매매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선원들은 취업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송출업체에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하고, 중도 이탈 등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까지 하도록 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선원 모집부터 국내 입국과 승선 관리까지 여러 업체가 단계적으로 연결된 구조도 확인됐다.
선사로부터 선원 모집을 외주받은 인도네시아 송출업체가 국내 입출항과 선원 승선을 대행하는 국내 업체와 다시 계약하고, 국내 대행업체는 선원 이탈 여부를 관리하기 위해 경호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이다.
입국부터 승선까지 관리·감독은 '전무(全無)'
이처럼 우리나라 영토가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인신매매와 착취 장소로 버젓이 이용되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관리·감독할 제도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선원법을 통해 국내 선박에 승선하거나 국내에 들어와 근로하는 내·외국인 선원을 관리하고 있지만, 외국 국적 선박에 승선하기 위해 국내에서 대기하는 경우에는 선원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는 선원법을 적용할 수 없다. 출입항 이용 제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선박이라고 해서 근거 없이 국내 출입항을 제한할 경우 항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어서 국제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심스럽지만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체류·통과 절차를 좀 더 강화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성평등가족부 역시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역할은 가능하지만, 피해자 발생 자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출입국 과정에서 인신매매 의심 사례를 걸러낼 수 있도록 절차를 강화하는 등 관계기관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법률과 의료, 통역, 생계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면서 "이밖에 인신매매방지법상 지역 권익보호기관을 지역마다 설치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관련 기관에서 사안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성평등가족부에 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는 사후 대응인 만큼 인신매매가 우리 영토에서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사전에 외국인 선원의 입국과 체류, 승선 과정에서 인신매매 의심 사례를 사전에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에도 외국인 선원의 입국과 체류 과정에서 인신매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 방안 등을 질의했지만, 별도의 답변은 받지 못했다.
경찰, '감금' 혐의 6명 입건…"다음 달 말 수사 마무리"
한편 경찰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감금 등 혐의로 에이전시와 경호업체 관계자, 모텔 업주 등 6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감금 혐의를 기본으로 수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도 부당한 계약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 달 말까지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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