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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군사정권 때 도입된 대법원장 제청권…"주요국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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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재제청 거부 논란…해외 사례 살펴보니
미·영·독·일엔 없는 대법원장 '대법관 제청권'
대법원장 제청권, 박정희 집권 후 처음 도입돼
위원회·국회동의 없이 제청만…군정 기간 유지
서영교 "제청권 핑계 삼아 국회 동의권 무력화"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성수 대법관 취임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김성수 대법관 취임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재제청 거부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들에선 대법관을 임명할 때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선 1960년대 군사정권 시절 도입된 제도인데,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하면 제청권이 사법부 독립에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선진국엔 없는 대법원장 '대법관 제청권'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영국·독일·일본은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우선 미국은 대통령이 연방대법관을 지명하면 연방 상원의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진, 법무부 관료, 상원의원 등과 상의하고 연방수사국(FBI)의 신원 조회를 거쳐 후보자를 지명해 상원에 통보한다.

미국변호사협회(ABA)에 소속된 연방사법상임위원회는 지명된 후보자에 대한 평가 결과를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에 제출한다. 위원회에선 청문회 등을 통한 후보자 심사가 이뤄지며, 연방 상원 본회의 최종 심사 후 인준을 받으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영국은 독립적인 선발위원회가 대법관 후보자 추천권을 갖는다. 대법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그가 지명한 고위 법관, 잉글랜드·웨일스 법관임용위원 1명, 스코틀랜드 법관임용위원 1명, 북아일랜드 법관임용위원 1명으로 구성된다.

법무부 장관은 스코틀랜드 제1장관, 웨일스 제1장관, 북아일랜드 법관임용위원회, 각 지역 고위 법관들과 협의해 후보자 명단을 추린다. 이후 선발위원회가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 명단을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한다.

이때 다시 법무부 장관은 각 지역 장관, 고위 법관 등과 협의해 선발위원회의 결과를 검토하고 문제가 없으면 총리에게 통보한다. 총리가 이를 국왕에게 알리면 국왕에 의해 대법관 임명이 이뤄진다.

조희대(오른쪽) 대법원장과 김성수 신임 대법관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조희대(오른쪽) 대법원장과 김성수 신임 대법관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독일은 연방 장관과 법관선출위원회가 공동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선출해 연방 대통령이 임명한다. 독일의 경우 대법원에 해당하는 연방최고법원이 5개 분야로 나뉘어 있는데, 각 분야를 담당하는 연방 장관과 선출위원회가 법관 후보자 선출을 담당한다.

선출위원회는 16개 주 법무부 장관과 연방 하원이 각각 선출한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들이 후보자를 제안하면 각 법원의 법관자문위원회가 서면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비밀 투표를 거쳐 단순 과반수로 후보자가 선출된다. 연방 장관이 선출 결과에 동의하면 연방 대통령에 의해 최종 임명된다.

일본은 대법원격인 최고재판소 판사를 내각이 임명하고 천황이 인증한다. 최고재판소 장관이 내각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관행이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내각이 지명권을 가진다.

의회의 동의 절차는 없지만 일본국헌법 제79조 2항에 따른 국민심사 제도로 사후 통제를 받는다. 최고재판소 판사가 임명된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중의원 총선거에서 투표자 다수가 파면에 동의하면 해당 판사는 파면된다. 이러한 국민심사는 10년마다 이뤄진다.

1·2 공화국 때 없었지만…박정희 집권 후 도입

청와대. 연합뉴스청와대. 연합뉴스
이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법관 임명 절차에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가 포함돼 있다. 다만 처음부터 이러한 제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48년 처음 헌법이 만들어졌을 때 대법관 제청권을 갖고 있던 것은 법관회의다. 대법원장, 대법관, 각 고등법원장으로 구성된 법관회의가 대법관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것이다.

1960년 제2공화국 시기 3차 개헌으로 선거인단에 의한 대법관 선출 제도가 마련됐다. 그러나 5·16 군사정변으로 실제 시행되진 못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이뤄진 5차 개헌으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헌법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대법원장이 법관추천회의 동의를 얻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것이다. 법관추천회의는 법관 4명, 변호사 2명, 대통령이 지명하는 법학 교수 1명,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으로 구성됐다.

이후 유신헌법이 만들어지면서 법관추천회의는 폐지됐고 대법원장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 절차만 남게 됐다. 이러한 제도는 군사정권 동안 유지됐고 민주화 이후인 1988년 현행 헌법으로 개정되면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과 국회 동의 절차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해외 입법 사례와 국내 입법 연혁을 고려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사법부의 독립이나 권력 분립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보긴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 오히려 위원회와 입법부에 의한 견제가 대법관 임명의 투명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핑계 삼아 제청하지 않고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을 무력화하려는 것은 헌법 위반이고 법률 위반"이라며 "헌법 위반 조 대법원장의 고집으로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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