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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위험한 섬' 명예훼손 아냐…괴담 처벌 절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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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6년 10월 6일(화) 오후 5시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김정은 변호사(법무법인 결)

[시사매거진 제주-아이엠 오피니언]
지역은 명예훼손 피해자 될 수 없어
상호 박힌 업체·유족은 고소 가능
허위조작정보법 시행 두 달, 제주 괴담 신고는 '0건'
'1년 1천명 실종'은 신고 건수…미발견 성인은 15명
협회 신고 창구 개설, 주간 실종 통계 공개 등 '빈자리' 채워야

 
◇류도성> 추석 연휴 잘 보내셨어요? 연휴에 제주 오신 분들이 꽤 됐다고 하더라고요. 호텔 예약률이 90%를 넘겼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8월 말 분위기 생각하면 좀 안심이 되는데, 그때는 '귤보디아'라는 말까지 돌았잖아요.
 
◆김정은> 저도 그 무렵에 정말 오랜만에 로스쿨 동기한테 연락이 와서, '제주 괜찮냐'는 전화를 받는, 그런 일이 있었어요. 제주에 산 지 10년 가까이 되는데 이런 소문을 처음 겪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속도가 달랐어요. 그래서 오늘은 이 괴담을 법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법으로 안 되는 건 뭔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류도성> 괴담 내용을 제가 좀 모아 봤어요. 제주에서 1년에 성인 1천명이 사라진다, 10년째 범죄율 1위인 범죄 도시다, 장기밀매 조직이 있다, 여기에 실종자 발견 장소를 찍은 이른바 '실종 지도'까지 돌았고, AI로 만든 가짜 영상도 있었죠. 그래서 8월 31일에 관광협회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요. 이거 고소가 가능한가요?
 
◆김정은> 사실 그 고소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서부터 막혀요.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있어야 하는 범죄인데, 법에 그 피해자는 '사람'이라고 돼 있어요. 제주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이게 말장난이 아니라 대법원이 분명히 정리한 원칙이에요. 
 
세월호 때 '해경이 구조를 막고 진실을 은폐한다'는 글을 올린 사람이 기소된 사건이 있었는데, 대법원은 정부나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했어요. 제주도청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제주는 위험한 섬'이라는 말은, 아무리 거짓이어도 명예훼손으로는 못 잡아요.
 
◇류도성> 그럼 '제주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사람을 가리키면요?
 
◆김정은> 그것도 안 돼요. 집단을 말한 경우에는 그 집단이 얼마나 큰지를 봐요. 몇 년 전에 한 정치인이 여성 아나운서 전체를 비하하는 말을 해서 아나운서들이 고소한 사건이 있었죠. 대법원은 여성 아나운서가 수백 명이라 그 말이 개개인한테까지 닿지 않는다고 봤어요. 도민이 70만 명인데 '제주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죠. 
 
다만 이게 뒤집히는 지점이 있어요. 집단이 작으면 성립해요. '어느 경찰서 실종팀이 조직과 유착했다'는 식으로 좁혀 들어가면, 그 팀은 몇 명 안 되니까 개개인이 특정되거든요. 괴담 중에 경찰 유착설이 있던데, 그건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류도성>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것 자체를 처벌하는 법은 없나요? 예전엔 있었던 것 같은데요. 미네르바 사건 때요.
 
◆김정은> 있었습니다. 전기통신기본법에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었고, 2009년 초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경제 관련 글을 쓰던 분이 그 조항으로 구속됐어요.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2010년에 그 조항을 위헌으로 없앴어요. '공익'이 뭔지, 그걸 '해칠 목적'이 뭔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였어요. 그 뒤로는 선거법처럼 따로 정한 영역을 빼면, 거짓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벌하는 조항이 없어요. 그 거짓말이 누군가의 명예나 업무나 신용을 해쳤을 때만 벌해요. 그래서 다시 피해자가 누구냐는 질문으로 돌아오는 거죠.
 
◇류도성> 제주가 이런 괴담을 겪는 게 처음도 아니잖아요. 2012년 올레길 사건 뒤에는 조선족 납치설이 돌았고, 2018년 예멘 난민 때는 연쇄 실종설이 있었고요. 그때는 어떻게 됐나요?
 
◆김정은> 그때도 결국 근거 없는 걸로 끝났는데, 법이 제대로 움직인 건 찍힌 데가 있을 때였어요. 2019년 고유정 사건 때 '고유정 부모가 하던 렌터카가 이름을 바꿨다'는 글이 돌아서 아무 상관 없는 렌터카 업체에 항의 전화가 쏟아지고 불매까지 갔거든요. 
 
그 업체는 최초 게시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어요. 이건 되는 거예요. 피해자가 있으니까요. 이번에도 특정 펜션이나 특정 사업장에 괴담이 붙는 순간, 그 업체 입장에서는 명예훼손에 업무방해, 손해배상까지 다 열려요. 그러니까 협회가 지금 찾아야 하는 건 '제주가 위험하다'는 글이 아니라, 상호가 박힌 글이에요.
 
◇류도성> 올해 7월에 허위조작정보법이 시행됐잖아요. 정보통신망법을 고친 건데, 피해자가 따로 없어도 사회에 해를 끼치는 정보를 잡으라고 만든 법 아닌가요?
 
◆김정은> 맞아요. 그런데 그 법이 말하는 허위조작정보는 조건이 세 개나 있어요. 내용이 허위거나 조작된 것이고,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고, 그래서 남의 권리나 공익이 침해되는 것. 마지막에 '공익'이 들어 있어서, 특정 피해자가 없는 지역 괴담도 걸릴 수 있게 설계된 거예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 아니라 플랫폼이 신고를 받아서 삭제하거나 가리는 방식이고, 애매한 건 인터넷자율정책기구라는 민간 기구가 심의해요. 그런데 9월 2일에 첫 심의 결과가 나왔어요. 두 달 동안 들어온 신고가 27건인데, 그중에 제주 괴담은 한 건도 없었어요.
 
법무법인 결 김정은 변호사법무법인 결 김정은 변호사 
◇류도성> 한 건도요?
 
◆김정은> 신고 자체가 없었대요. 심의위원회 쪽에서는 들어왔으면 판단해 볼 수 있었을 거라고 했고요. 들어온 27건은 대부분 음식점 영수증 리뷰, 미용 시술 후기, 그런 거였어요. 삭제 결정도 0건이었는데, 이건 위원회가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본다는 뜻이라 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봐요. 그래도 신고는 해야 판단이라도 받죠. 칼을 새로 만들어놓고 아무도 안 뽑은 셈이에요.
 
◇류도성> 청취자분들이 그런 글을 보면 뭘 할 수 있을까요?
 
◆김정은> 게시글 신고 메뉴에 허위조작정보 항목이 생겼어요. 그걸 누르면 돼요. 그리고 글에 특정 업소나 마을 이름이 들어 있으면 그 업소에 알려주세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 업소는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류도성> 여기까지 들으면 법이 제주 편을 안 들어주는 것 같은데요. 변호사님은 어떻게 보세요?
 
◆김정은> '제주'라는 이름의 편은 못 들어줘요. 대신 그 안에 있는 사람 편은 들어줘요. 저는 이 괴담들을 참으라고는 못 하겠어요. 대신 화를 낼 자리를 정확히 잡자는 거예요. '장기밀매 조직이 있다'는 말을 뜯어보면, 8월에 숨진 채 발견된 네 분이 그 조직에 당했다는 말이잖아요. 그분들한테는 가족이 있어요. 죽은 사람에 대해 거짓을 퍼뜨리면 사자명예훼손이라는 죄가 돼요. 유족이 고소할 수 있고, 유족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어요. 
 
'실종 지도'도 그래요. 그 지도의 핀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가족이에요. 거기에 거짓 사연을 붙여서 돌리면 그건 '제주'를 건드린 게 아니라 그 가족을 건드린 거고, 그 순간 법이 들어가요. 아까 말씀드린 상호 박힌 업체도 같은 자리에 있고요. 그러니까 괴담의 절반은 이미 법 안에 있어요. 문제는 그동안 아무도 그 자리에 서지 않았다는 거예요. 유족은 지금 고소장 쓸 마음이 아닐 거고, 업체는 장사가 먼저죠. 그러니까 '법으로 못 한다'가 아니라 '법으로 할 사람이 아직 못 나섰다'가 정확한 말이에요.
 
◇류도성> 그럼 나머지 절반, '제주는 위험하다'는 뭉뚱그린 말은요?
 
◆김정은> 그건 법이 아니라 사실로 지워야 해요. 그리고 지울 수 있어요. 괴담이 전부 사실을 비틀어서 만든 거거든요. "1년에 1,000명이 사라진다"는 말이 어디서 나왔냐면, 실종 신고 건수예요. 제주경찰청 통계로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성인 실종 신고가 2,914건인데, 그중에 아직 못 찾은 사람은 15명이에요. 신고 건수를 행방불명자 수로 바꿔치기한 거예요. 물론 15명도 15명인데, 2900명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죠. 
 
'10년째 범죄율 1위'도 마찬가지예요. 인구 10만 명당 범죄 건수를 따지는데, 분모가 상주인구 66만이에요. 한 해 1300만 명이 다녀가면서 생기는 사건은 분자에는 들어가고 분모에는 안 들어가요. 하루 평균 머무는 사람까지 넣은 생활인구로 다시 계산하면 82만이고, 그러면 전국 평균보다 높긴 해도 '범죄 도시'라는 말이 나올 순위는 아니에요. 
 
관광객 숫자도요. 8월 내국인 관광객이 2.5% 줄었는데, 이게 5월에 7%, 6월에 11% 줄던 것보다 오히려 나아진 거예요. 항공 좌석이 줄어든 영향이 크고, 탑승률은 90%가 넘어요. 비튼 자리를 하나씩 되돌려 놓으면 괴담은 설 데가 없어요.
 
◇류도성> 그런데 숫자를 아무리 내놔도 괴담이 더 빨리 퍼지는 게 문제 아닌가요?
 
◆김정은> 잠언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나무가 다하면 불이 꺼지고, 말쟁이가 없어지면 다툼이 쉬느니라.' 괴담은 불이에요. 빠른 건 맞아요. 그런데 불은 땔감이 있어야 타요. 그 땔감이 뭐냐면, 비어 있는 자리예요. 경찰이 재조사 결과를 안 내놓는 자리, 도가 숫자를 안 내놓는 자리, 그 빈자리에서 괴담이 타요. 
 
그러니까 기자회견은 시작이고 본편은 그다음이에요. 협회가 플랫폼 신고 창구를 열어서 도민이 보내온 글을 대신 신고하고, 제주도는 매주 실종 신고와 발견 숫자를 그냥 공개하고, 298건 재조사 결과도 숨기지 않는 거예요. 불을 끄러 다니는 게 아니라 땔감을 치우는 거예요.
 
◇류도성> 정리하자면 이렇게 되겠네요. 법은 제주라는 지역의 명예를 지켜주지 않고, 그건 우리가 경찰을 비판할 자유의 값이다. 대신 이름이 찍힌 업체는 바로 고소할 수 있고, 7월에 생긴 신고 절차는 써야 작동하고, 나머지 싸움은 숫자로 한다. 그리고 그 숫자를 내놓을 자격은 사실을 밝히는 데서 온다. 오늘 이야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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