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김혜민 기자세계 '최고 등급' 영화제로 거듭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 전 세계 영화인들이 자리한 가운데 개막식을 열고 영화의 향연 속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는 일찍부터 국내외에서 찾아온 영화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친구와 연인, 가족과 함께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은 영화제 슬로건과 영화 포스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영화제 기념 '굿즈'를 사려는 줄이 길게 이어졌고, 레드카펫을 보기 위한 영화 팬들은 양산과 돗자리, 간이의자까지 동원해 자리를 지켰다. 특히 올해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최고 등급인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선정된 만큼, 상영작과 경쟁 부문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여느 때보다 컸다.
서울에서 온 최연주(24·여)씨는 "아무래도 A-리스트로 선정됐다 보니 세계 주요 영화제로서 개·폐막작과 경쟁부문 수상작이 궁금하고, 영화제 행사 프로그램도 어떻게 다를까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며 "다른 영화제는 많이 가봤는데 부국제는 처음이라 더 설렌다"고 말했다.
'영화의 도시' 부산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시민도 있었다. 최보경(20·여)씨는 "영화의 도시인 부산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자존심이자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매년 부국제에 오고 있는데 항상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6일 오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앞두고 관객들이 레드카펫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정혜린 기자
오후 6시쯤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되며 개막식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하늘이 어두워지며 하나둘 켜진 화려한 조명이 행사장을 환하게 밝혔고, 국내외 유명 영화배우와 감독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본격적인 축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이날 레드카펫에는 배우 전도연과 조인성, 황정민, 정우성, 현빈, 김혜자 등 국내 유명 스타들뿐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 양자경과 배우 겸 감독 매기 질렌할 등 세계 영화인들도 대거 부산을 찾았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지자 배우들은 손을 흔들고 손 하트를 그리며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레드카펫 행사가 끝난 뒤,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주인공인 배우 김민하의 단독 사회로 개막식이 시작됐다.
배우 김민하는 "지난해 부산은 비로소 서른을 맞아 단단해졌고 오늘 우리는 선 자리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향해 한걸음 내딛는다"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그 첫걸음을 지금 함께 떼어볼까요"라며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6일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김혜민 기자개막 선언에 앞서 여성 영화인들의 문화·예술적 기여를 알리기 위해 제정된 '까멜리아상'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의 영예는 홍콩 영화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린 거장 허안화 감독에게 돌아갔다. 홍콩 영화 뉴웨이브를 이끈 허 감독은 '여인사십', '심플 라이프' 등으로 홍콩금상장영화제를 석권하고 2020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평생공로상을 받은 세계적 거장이다.
마침내 전재수 부산시장과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이사장이 영화제 개막을 선언하고, 뒤이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등 시상식이 진행됐다.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한국영화공로상'은 BIFF의 초석을 다지고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에게 돌아갔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 1996년 BIFF 초대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BIFF 이사장도 맡아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는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칸 클래식'에 초청받기도 했다.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에는 배우 양자경이 선정됐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홍콩 영화 부흥기를 이끈 그는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대표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로 오스카와 SAG, 골든글러브 등 북미 주요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휩쓸었으며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명예 황금곰상을 받았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양자경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김혜민 기자시상식이 끝난 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는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세계 최초로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절이 변화하는 시기, 하나의 카페에 스쳐 가는 네 쌍의 남녀가 담아낸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대화의 영화다.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이희준, 전소영, 김동휘 등 탄탄한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 호흡을 보여줬다.
올해로 31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칸, 베니스, 베를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A-리스트 영화제 승격에 맞춰 영화제 운영에 변화를 시도했다. 올해 영화제는 개막식을 수요일에서 화요일로 하루 앞당겼다. 관객 방문이 개막 첫 주에 몰리는 점을 고려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간 상영 회차도 하루 4회에서 5회로 늘렸다.
두 번째 해를 맞은 경쟁 부문에는 아시아 영화 13편이 올랐는데, 이들 작품 중 모두 5개 부문의 '부산 어워드'를 시상한다. 특히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은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을 얻는다.
6일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배우 김민하가 사회를 보고 있다. 김혜민 기자해외 거장들도 대거 부산을 찾는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겸 감독 매기 질렌할이 처음 내한하고,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 알폰소 쿠아론 감독, 프랑스 대표 배우 이자벨 위페르도 영화제에 참석한다.
고(故) 안성기 배우가 한국영화에 남긴 발자취를 돌아보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도 준비됐다.
영화제 기간 유명 영화인들이 직접 관객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토크'와 '액터스 하우스'가 이어진다. 지역 주민이 함께 영화를 즐기는 '커뮤니티 비프'와 '동네방네 비프' 등 지역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부산 전역이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찰 전망이다.
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열흘간 59개국 316편 작품이 관객들과 만나고, 폐막식에서 경쟁 부문 시상식이 이뤄진 뒤 대상 수상작품이 폐막작으로 상영돼 영화제의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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