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철: 민선 9기가 출범한 지 석 달, 어느덧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슈앤톡>에서는 대전 자치단체장들을 차례로 모시고 지난 100일을 돌아보며 향후 시정 방향을 짚어보겠습니다. 첫 순서로 허태정 대전시장 나오셨습니다.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 허태정: 네, 안녕하세요. 허태정입니다.
◇ 권오철: 취임 후 첫 결재로 '100일 프로젝트'를 선택하셨는데요. 지난 석 달 동안 대전시정에서 가장 분명하게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 허태정: 민선 8기에서 9기로 넘어오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재정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었습니다. 그동안 대전시가 추진해 온 사업들과 이로 인해 발생한 재정적 문제점, 사용 가능한 재원을 정확히 분석해야 향후 형편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민선 8기와 9기의 정책 철학 및 방향이 다른 만큼, 지난 업무들을 점검하여 계승할 사업과 중도 정리할 사업을 분류하는 작업이 중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범 100일 시점에 시민들께 민선 9기 허태정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하므로, 체감도가 높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정책 위주로 '100일 프로젝트'를 정해 하나하나 정리해 왔습니다.
◇ 권오철: 재정 정상화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시죠. 100일 동안 어떤 기준으로 사업을 조정하거나 축소하셨습니까?
◆ 허태정: 언론 보도대로 대전시 재정 상황은 매우 열악합니다.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전시 채무가 약 5800억 원 늘었고, 올해만 해도 부족 재원이 5400억 원 정도로 예측됩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기업으로 치면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1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111개 사업을 전수 점검했습니다. 그중 71개 사업은 규모와 시기를 재조정하여 장기 재검토 과제로 넘기거나 일몰 처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제2 시립미술관'과 '음악전용 공연장'은 총 사업비만 5천억 원이 넘고 디자인 공모까지 진행됐으나, B/C 분석 결과가 0.15 수준으로 국비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현 난망한 사업이었습니다. 이처럼 불가능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과감히 정리하여 총 4959억 원 규모의 사업을 재조정했습니다.
또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공직자들의 업무추진비, 출장비, 시간외수당을 조정했고, 저 역시 시급하지 않은 올해 해외 출장 일정을 전면 취소했습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6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권오철: 재정 긴축 속에서도 민선 9기 1호 공약인 '온통대전 2.0'을 9월 1일부터 전격 시행하셨습니다. 재가동을 추진한 배경과 초기 반응은 어떠한가요?
◆ 허태정: 코로나19 시기 시민들이 가장 만족하고 지속되길 바랐던 정책이 바로 '온통대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장 후보 시절 1호 공약으로 부활을 약속드렸던 것입니다.
시행 두 달 차인 현재, 충전액은 700억 원을 돌파했고 포인트 가입자도 목표치(10만 명) 중 벌써 7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과거 통계에 따르면 온통대전 사용액의 32%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으로 이전하는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이번 '온통대전 2.0'은 단순 캐시백을 넘어 각종 마일리지 적립과 내년도 300억 원 규모의 정책지원금 지급까지 연계되므로,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유용한 생활경제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권오철: 논란이 되었던 '0시 축제'는 결국 폐지되었습니다. 향후 대전을 대표할 축제 구상은 무엇입니까?
◆ 허태정: 0시 축제 폐지는 정치적 이유가 아닙니다. 8월 한여름 뙤약볕에 2주가량 중앙로를 통제하면서 발생한 시민 불편과 피해가 너무 컸고, 폐지 요구가 압도적이었기에 시민의 뜻을 수용한 것입니다. 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 대비 콘텐츠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불분명했고, 축제 전문가들조차 정체성에 의문을 표했던 사업이었습니다.
대전을 대표할 새로운 축제로는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빵 축제'를 확대 개편할 계획입니다. 대전의 대표 먹거리인 빵, 디저트, 커피를 결합하여 장르를 확장하고, 여기에 다양한 문화 요소를 입혀 대전만의 독창적이고 대표적인 축제 브랜드로 새롭게 꾸며나가겠습니다.
◇ 권오철: 빵 축제와 문화 요소를 연계하는 방향은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 허태정: 단순히 와서 빵을 시음하고 사 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축제 안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연결할 생각입니다. 지난 당정협의회 때도 옛 충남도청사 부지 문제를 언급했는데요. 제가 시장 재임 시절 국립현대미술관 대전분원 유치를 정부 결정으로 끌어냈으나 아직 사업화가 안 되고 있습니다. 문화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미술관 대전분원을 반드시 도청사에 건립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문화를 즐기고 쉬어가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빵 축제도 제대로 된 문화를 입힐 수 있습니다.
◇ 권오철: 도시철도 2호선 트램 문제도 짚어보겠습니다. 개통 목표가 2030년으로 연장되었고, 공사 여파로 시민 불편도 상당합니다. 급전 방식 변경 과정을 검토 중이신 걸로 아는데,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 허태정: 오랜 기간 추진했음에도 가시적 성과가 더디고 교통 불편이 가중되다 보니 시민들의 불만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시장이 되어 느낀 대표적인 문제점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제가 시장 시절 4년 내내 이 도시철도 문제를 고민했고, 정부 예타 면제 사업으로 끌어내며 급전 방식에 대해 전문가들과 수없는 토의 끝에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배제되어 있던 수소 트램이 갑자기 결정된 변화 과정이 좀 불분명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가 민선 7기 때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은 배터리를 기본으로 하고 일부 구간은 가선화하여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었는데, 그 뒤 수소 트램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왜 굳이 바꿔야 했는지, 그로 인해 얻는 이득과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부족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바뀐 지점은 저도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입니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12공구) 1구간. 정세영 기자 ◆ 허태정: 두 번째로는 당시 설계할 때의 문제입니다. 트램은 엄연히 철도이고 대중교통이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방식을 선택해야 하고, 공정상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희가 애초에 설계했던 것은 전체 37km(연장하면 40km 가까이 되는) 구간을 크게 4개 공구로 나누어 메인 대기업이 참여하고 나머지는 지역 업체가 함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구간을 14개로 쪼갰습니다. 이렇게 14개 회사가 각자 공사에 참여하게 되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궤도의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왜 굳이 14개까지 나눴어야 했는지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시민의 안전이 걸린 문제이자 100년 대계 사업입니다.
일반 도로의 시멘트나 아스콘 포장이 아니라 철도 레일을 까는 공사이기 때문에 구간과 구간 사이에 마찰이나 문제가 생기면 안 되는 거거든요. 안전성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지점이 사실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 "전임 시장 잘못이야"라고 책임을 묻고 이 사업을 내팽개칠 수는 없잖아요. 어쨌든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고 최선을 다해 보완해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완성하도록 만드는 것이 또 제 일입니다.
그래서 2030년 개통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현재 모든 방식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어떻게 해야 이 목표에 안전하게 다다를 수 있을지 지속적인 검토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트램 사업 자체를 '하자, 말자' 하는 번복 고민은 전혀 없습니다.
◇ 권오철: 급전 방식이나 추진 계획에 변경 여지가 남아있다는 뜻입니까?
◆ 허태정: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지 않는 한 기존 틀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완공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 권오철: 솔직한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은 인사 관련 질문입니다. 임기가 만료된 대전시 산하기관장 인사는 어떤 기준으로 진행하고 계십니까?
◆ 허태정: 전문성, 역량,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가 가장 기본 기준입니다. 해당 분야의 일머리와 역량, 지역을 향한 헌신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다만 아주 전문적인 분야는 연고와 상관없이 역량을 최우선으로 하고, 조직 개편이나 개혁 과제가 놓인 기관은 조직 관리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합니다. 기관별 특성에 맞춰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 권오철: 청년정책 관련 질문입니다. 얼마 전 공모를 진행한 '청년특별보좌관'이 최종 적격자 없음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지원자가 47명이나 몰렸는데, 부적격 결정이 난 배경은 무엇입니까?
◆ 허태정: 대전을 '청년특별시'로 만들기 위해 상근 특보 자리 중 하나를 청년 목소리를 반영할 청년특보로 정하고 공개 오디션 공모를 진행했습니다. 47명의 많은 지원자가 몰려 서류와 면접을 진행했으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적격자를 찾기 어렵다는 공통된 평가가 나왔습니다.
청년특보는 5급 사무관 직급으로 구청의 과장급에 해당하는 엄중한 자리입니다. 단순히 인턴십 수준이 아니라 정책 연구 역량과 현장 경험이 깊이 있게 녹아있어야 하는데, 면접 과정에서 준비 부족이 아쉬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일부 지원자는 지나치게 AI에 의존한 경향도 지적되었습니다.
◇ 권오철: 요즘 면접 현장에서 AI 활용 문제가 많이 언급되더군요.
◆ 허태정: 저 역시 업무 정리 시 AI와 대화하며 도움을 받는 것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발굴하고 이를 다듬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본인의 역량이어야 합니다. AI 활용 결과를 온전히 본인의 것으로 내화하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재공모를 할지, 채용 방식을 전환할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 권오철: 일각에서는 다른 보좌관이나 특보 채용처럼 전문 역량이 검증된 인재를 시장님께서 직접 특별채용 방식으로 발탁하실 수도 있지 않았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 허태정: 충분히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열어주고 그들의 비전과 꿈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던 것인데, 결과가 조금 아쉽게 되어 유감스럽습니다.
◇ 권오철: 민선 9기의 핵심 전략인 'AI 혁신'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가실 계획입니까? 얼마 전 AI 위원회도 구성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허태정: AI 혁신을 위해 두 가지 조직 축을 구축했습니다. 첫째는 대전시 조직 개편을 통해 국장급 직위로 'AI혁신담당관'을 신설한 것입니다. 여기서는 시정 행정 혁신과 지역 인프라 구축을 총괄하며, 산업 AX 분야는 미래전략실과 협력하여 추진하게 됩니다.
둘째는 시장 직속의 'AI전략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카이스트 최성열 부총장과 제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학계, 산업계, 연구계의 최고 전문가 10분을 위원으로 모셨습니다. 단순 자문기구가 아니라 대전의 미래 전략 산업을 재수정하고 비전을 직접 생성·확정하는 핵심 기구로 운용할 것입니다.
◇ 권오철: 대전·충남 행정통합 문제는 어떻게 추진할 예정이십니까?
◆ 허태정: 여전히 유효한 주제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이번 지방선거를 치렀는데, 광주·전남만 통합 추진으로 예산상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반면 그에 따른 여러 진통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 진통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지만, 당장 대전과 충남이 통합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미 각 지자체가 새롭게 출범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대전은 대전대로, 충남은 충남대로 각자의 계획을 세우고 업무를 추진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총선 이후에 통합 논의가 진행되어도 늦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는 우선적으로 메가시티 구축이 더 시급하다고 봅니다. 늘 제가 주장해 왔던 것처럼 충청권 메가시티를 통해 Y축으로 도시를 발전시키자는 것입니다. 대전에서 천안·아산 쪽으로는 모빌리티, 디스플레이, 반도체 산업으로 성장시키고, 오른쪽으로는 대전·세종·오송을 잇는 바이오 산업을 집중 육성해서 이 양대 축으로 충청권 경제공동체를 묶자는 거죠. 그리고 그 중심에서 대전은 R&D 생산 기지로서 역할을 하고, 산업과 교통, 생활 연결을 해낼 수 있도록 충청권 광역연합을 강화하자는 게 제 논리입니다.
오늘 간부회의에서도 부시장한테 지시한 건데, 민선 9기에서 충청광역연합을 특별지방자치단체로 법제화하는 작업을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정부로부터 공식 기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부여받고, 예산과 조직, 의회까지 갖추어서 앞으로 충청권 광역교통망이나 광역경제망 구축 같은 사업들이 광역연합에서 논의·결정되고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광역연합을 특별지자체 모델로 만드는 것이 메가시티와 광역경제권 거점으로 성장하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권오철: 얼마 전 박수현 지사께서 행정통합과 관련해 대전시장에 민간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혹시 제안을 받으셨습니까?
◆ 허태정: 이야기는 오갔으나, 아직 공식적으로 진행된 바는 없습니다.
◇ 권오철: 마지막으로, 이번 민선 9기를 마쳤을 때 시민들에게 어떤 시장으로 평가받고 싶으십니까?
◆ 허태정: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변화를 확실히 체감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취임 후 보니 대전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전략이 다소 부재했습니다. '대전의 미래 먹거리와 경쟁력을 확실히 만든 시장, 허태정'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권오철: 허태정 시장은 취임 첫날 "100일이 대전의 향후 4년을 좌우할 중요한 시간"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첫 100일 동안 추진된 재정 정상화와 민생 회복, 미래 산업 약속이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허태정: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