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출범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 형사사법 체계가 가동되면서 당장 큰 차질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사건이 쌓일수록 제도 변화에 따른 빈틈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력은 줄었는데…남은 업무는 그대로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소청 출범과 함께 검사의 직접수사 기능은 사라졌지만 공소유지와 형집행, 범죄수익환수, 형사사법공조 등 기존 검찰이 담당하던 업무 상당수는 공소청에 남았다.
범죄수익환수는 공소청 출범 전까지 오히려 조직과 인력을 강화해온 분야다. 암호화폐와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범죄수익을 숨기는 수법이 복잡해지면서 올해 서울남부지검과 부산지검에 범죄수익환수부가 신설됐다. 지난해 검찰이 직접 청구한 몰수·추징보전만 921건, 1조8481억원에 달한다.
실형이 확정된 뒤 도피한 자유형 미집행자를 추적·검거하거나 벌금 등 재산형을 집행하는 업무도 공소청이 계속 맡는다.
반면 공소청은 법정 검사 정원 2292명의 80~85% 수준인 1900명 안팎의 현원으로 출범했다. 중수청 특례임용이나 사직 등으로 생긴 검사 결원도 별도로 충원하지 않기로 했다.
법무부도 직제 개편 과정에서 중수청 전직에 따른 인력 감소로 범죄수익환수와 형집행 등 강화가 필요한 기능조차 기존 인력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오히려 감축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결국 직접수사 기능을 떼어낸 뒤 남은 업무를 줄어든 인력으로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가 첫 번째 과제다.
직접 못 하는 보완수사…시간 촉박한 사건은?
공소청 출범 첫날인 2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에 현판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서 검사가 사건을 넘겨받은 뒤 부족한 부분을 직접 보완수사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빠진 증거나 추가로 확인해야 할 내용이 발견되면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 그 결과를 받아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은 사건이다.
구속사건의 경우 경찰은 피의자를 구속한 뒤 최대 10일간 수사할 수 있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는 정해진 구속기간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기간에 추가 수사가 필요해도 검사가 직접 확인할 수 없고 다시 수사기관의 보완수사를 거쳐야 한다.
한 현직 검사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부검 결과와 의료기록을 살펴보고 법의학 자문을 받거나 휴대전화를 추가로 분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금도 경찰과 검찰의 구속기간 안에 수사를 마치기가 빠듯한데,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 구속기간이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원칙적으로 선거일 후 6개월이면 공소시효가 끝난다. 시효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사건이 넘어온 상태에서 추가 수사가 필요하면 선택지는 좁아진다.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기소하면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보완수사 결과를 기다리다 시효가 지나면 아예 기소할 수 없다.
검사 지휘 사라진 특사경…묵힌 사건 누가 챙기나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가 폐지된 점도 눈에 띈다.
특사경은 세무·관세·환경·식품·노동 등 전문 분야에서 수사권을 행사하는 공무원이다. 그동안 검사는 수사지휘뿐 아니라 업무점검을 통해 장기간 처리되지 않은 사건이 있는지 살펴보고, 압수수색 등 수사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도 확인해왔다.
한 부장검사는 "특사경 사건 중에는 2~3년씩 묵혀 있는 사건도 있었는데 검사들이 업무점검을 하면서 이런 사건을 찾아내기도 했다"며 "압수수색을 잘못하면 위법수집증거가 돼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법률적 판단을 누가, 어느 단계에서 보완할지도 과제로 꼽힌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수사는 단순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계속 가치판단을 하는 과정"이라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여부와 범위, 혐의 적용 과정에서 법률적 판단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검사와 특사경 사이 지도, 조언과 상호협력 절차는 남아 있다. 다만 종전처럼 검사가 개별 사건의 수사 방향을 지휘하는 구조는 아닌 만큼 장기간 방치된 사건이나 수사절차상 오류를 새 체계에서 어떻게 걸러낼지가 남은 과제다.
연합뉴스출범 첫날 재판도 멈췄다…파견검사 자격 논란
제도 전환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는 법정에서도 불거졌다.
공소청 출범 첫날인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정엽 부장판사)는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대통령 관저 이전 예산전용 의혹 재판에서 특검 파견검사들의 공판 관여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쟁점은 검찰청 소속 당시 내려진 특검 파견명령이 소속이 공소청으로 바뀐 뒤에도 그대로 유효한지였다. 재판부는 새로운 파견명령이 필요한 것으로 결론 날 경우 이날 진행한 절차가 무효가 될 수 있다며 예정됐던 결심을 미뤘다.
법무부가 이후 기존 파견명령의 효력이 유지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지만 법정에서 불거진 파견검사 논란은 70년 넘게 유지돼온 형사사법 체계를 한꺼번에 바꾸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사법 체계를 단기간에 바꾼 만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그런 혼란이 결과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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