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일대 전경. 연합뉴스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내년 하반기 세종시로 이전한다. 금융회사의 감독·검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은 일단 서울에 남지만 향후 지방 이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 업무 협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와 함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논의도 다시 불붙을지 주목된다.
한숨 돌렸던 금융위 결국 세종행…직원들 '당혹'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전날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을 발표하고 금융위와 소속 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27개 기관의 내년 우선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금융위와 FIU의 이전 대상 인원은 420명으로, 이들 기관은 내년 하반기 세종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예상 밖의 이전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앞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통령의 '서울 잔류 제로' 지시를 언급하면서 이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난 9월 1차 이전계획에서 제외되고 이재명 대통령도 '경제수도 서울·행정수도 세종' 구상을 밝히면서 서울 잔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만에 세종행이 확정됐다.
당혹감을 넘어 체념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금융위의 한 과장은 "많이 놀랐다. 직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발표라 아직은 술렁이면서 체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이전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긴 했지만 일말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봤다"며 "국정감사가 끝난 뒤 발표할 줄 알았는데 국감 기간 중에 나올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주거와 자녀 교육 문제도 부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에는 서울 근무를 위해 세종에 있는 행정안전부나 국토교통부 등에서 다른 부처에서 옮겨온 직원들도 적지 않은데, 다시 세종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맞벌이와 자녀 교육 문제로 가족이 함께 이주하기 어려운 경우 '두 집 살림'에 따른 생활비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주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지원금 규모 등 구체적인 지원책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방 이전 발표 직후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직원들의 고충과 의견을 듣도록 지시했다. 금융위는 수렴한 의견을 향후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세종·금감원은 서울…엇갈린 길에 '공조' 우려
금융위의 세종 이전으로 금융정책과 감독·검사 기능이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데 따른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과 주요 금융회사 등 유관기관 상당수가 서울에 있는 데다 긴급 현안 대응 등에서 소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금감원과 떨어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금감원도 향후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올해 4분기 발표할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계획을 앞두고 이전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서울에 남으면 금감원도 이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며 "한동안 지방 이전 논의가 잦아드는 분위기였는데, 금융위의 세종행으로 우리도 이전할 수 있다는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감원의 지방 이전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감원은 특수법인 형태로 돼 있는데, 공공기관 이전에 관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세종 이전이 '경제수도 서울' 구상과 배치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융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서울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금융시장 대응력을 유지하고 강화할 방안은 세부 이전계획을 세울 때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진행형'인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국책은행도 '술렁'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세부계획 발표하는 윤호중 장관. 연합뉴스금융위의 세종 이전이 확정되면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논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 공공기관 노조들은 지방 이전 가능성을 경계하며 정부의 후속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 당시 부산 이전이 추진됐던 산업은행은 다시 이전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추가 메시지와 다른 금융 공공기관 노조들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이전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파업 등 집단행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력 이탈 문제도 변수다. 산업은행에서는 지방 이전이 추진되던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180명 넘는 직원이 퇴사한 바 있어, 지방 이전 논의가 재개될 경우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인력 유출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국책은행은 본점 소재지가 법률에 규정돼 있어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 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한편 정부는 중앙행정기관 이전에 약 3조2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인 가운데, 이전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중앙행정기관 분산에 따른 경제효과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자료는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도 "아직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공정률이 60% 정도인 만큼 사업효과가 완전히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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