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도성> 오늘은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요?
◆강경숙> 오늘은 제주 지역의 범죄 및 치안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제주 지역의 범죄 지표는 꾸준히 전국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제주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을 계기로 제주 지역의 치안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 지역의 범죄 수준에 관한 '팩트 체크'를 비롯하여 지역적 차원에서 여러 대응 방안이 마련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럼에도 '왜 지역 주민 특히 여성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류도성> 우선, 제주의 범죄 발생 현황부터 살펴볼까요?
◆강경숙> 지역 범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식 지표로는 '지역안전지수'와 '범죄 통계', 그리고 '지역성평등지수' 등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행정안전부가 공표하는 '지역안전지수' 중 범죄 분야에서 제주 지역은 10년 연속,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또한 2024년 기준, 제주특별자치도의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범죄 발생비)는 4343.7건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류도성> 이러한 통계를 보면, 한마디로 제주도는 전국에서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안전 수준도 가장 낮은 지역에 속한다는 건데요. 이에 대해 관광지라는 지역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 않습니까?
◆강경숙> 경찰청 범죄 통계에서 '범죄 발생비'는 '주민등록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로, 여기서 '인구수'에는 제주에 주민등록을 둔 도민만을 포함하지만, '범죄 발생 건수'는 외지인에 의한 범죄도 포함되거든요. 따라서 주민등록 이외에도 관광 등을 목적으로 제주에 체류하고 있는 생활 인구 및 활동 인구를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제주 지역의 범죄 통계에는 '통계의 착시'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류도성> 제주에서 벌어지는 범죄들이 모두 제주의 범죄 통계에 포함되니 제주도민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한 면도 있는데요. 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지 않나요?
◆강경숙>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제주지역 치안 수준에 대한 해석과 대응과제'에 따르면, 범죄 지표의 해석과 대응 방안을 마련할 때 제주 특성이 함께 고려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이 연구에서는 관광 체류 인구를 고려할 경우, 제주의 범죄 발생비와 전국 평균과의 격차가 축소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제주에 연간 약 1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서, 이를 일평균 관광객의 체류 인구(2024년 약 14만 4천명)로 환산하여 반영할 경우, 제주 지역 범죄 발생비는 2024년 기준 4343.7건에서 3573.9건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류도성> 그런데 이러한 결과를 공식 통계로 활용할 수 있나요?
◆강경숙> 말씀하신 것처럼 이는 공식 통계로 대체되는 지표는 아닙니다만, 제주 특성을 반영하여 실제 범죄 노출 수준과 치안 수요를 보완적으로 파악하는 분석자료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진들은 범죄 지표의 단순 순위보다는 범죄 유형별 변화와 장기 추세 등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류도성> 안전한 제주를 위해서는 단순히 전국 순위보다는, 제주 지역의 범죄 현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고 유형별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이긴 하네요.
◆강경숙> 이처럼 제주의 범죄 유형 및 장기적인 변화 추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게 되면, 지능·특별경제범죄는 증가하고 있지만 폭력·절도·교통범죄는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5대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및 강제추행, 절도, 폭력)도 최근 10년간 20.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이 장기적인 변화 추이를 보면 제주 지역의 범죄 발생 수준이 악화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지표 순위만으로 제주가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젠더플러스연구소 강경숙 대표◇류도성> 그런데 이렇게 전반적인 범죄 발생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제주도민 특히 여성들의 불안도는 여전히 높지 않습니까?
◆강경숙> 실제로 제주 지역의 강력범죄 변화 추이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강도', '살인'과 같은 주요 범죄 유형은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만, '강간과 강제추행'만은 증감을 반복하며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제주 지역의 성평등 지수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 중 안전 영역은 지속적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데요.
이는 제주 지역 안전 영역의 성별 격차가 크다는 의미입니다. 2024년 기준, 지역 성평등 지수의 안전 영역 지표를 살펴보면, 제주 지역의 '강력범죄(흉악범)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은 86.5%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17개 시도 중 16위)이고요.
또한, 제주 여성의 50.1%(남성 38.2%)가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고, 제주 여성의 '야간 보행에 대한 두려움'은 46.2%(남성 14.4%)로, 제주 여성의 절반가량이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류도성> 지난번 오피니언 시간에도, 젠더폭력을 주제로 이야기 나눴는데요. 어려운 문제이지만,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강경숙> 이번에는 이른바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으로 인해 제주 지역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지만,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만 일시적으로 대응이 강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강간과 강제추행은 줄어들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지역 사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차별화된 대처는 미흡한 상황입니다.
특히, 이번 '실종 사건'에 대한 대응에서도 나타났듯이, 이런 일이 벌어지면 '관광지로서 제주의 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인지, 실제 안전한 섬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간혹 이러한 대응이 범죄 관련 순위 자체를 방어하거나 부정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이보다는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진단을 통해 제주가 안전하다는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특히, 제주도민의 안전 체감도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주력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류도성> 끝으로, '모두가 안전한 제주'를 위한 과제를 제안하신다면요.
◆강경숙> 제주 지역의 안전과 치안 진단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 중에서도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의 경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범죄 통계'와 '지역안전지수' 그리고 '지역성평등지수' 등 지역의 안전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성별, 지역별, 생애주기별 맞춤형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 예로, 지난해 7월,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실시한 '제주지역 여성과 아동의 안전 환경 조성 방안' 연구에 따르면, 제주도의 읍면지역은 동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고 위험성 지표 측면에서 우선순위에서 배제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통 상업·주거 밀집지역이 보행·범죄 안전 취약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상업·주거 밀집 지역인 도시 지역의 안전 정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 왔는데요.
따라서, 읍면지역의 경우 도시 지역과는 다른 공간 구조, 주민 구성, 이용 행태를 고려한 관련 정책 설계가 필요하며, 기존의 안전 환경 개념 또한 도시 지역 중심에서 벗어나 농촌형·분산형 주거지역에도 적용 가능한 형태로 재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이처럼 제주 여성들의 범죄에 대한 불안감은 실제 범죄 발생에서 비롯된 것으로, '모두가 안전한 제주'를 위해서는 지역 여성들이 처한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다각적인 고려와 관심에서 출발한다고 하겠습니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