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이 14일 공개한 CCTV 영상에 전날(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업시설 건물에서 시민들이 흉기 난동범을 제압하는 장면이 담겼다. 연합뉴스"저도 생존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살고 싶어서 한 거죠."
두 손에 흉기를 든 남성이 에스컬레이터를 반대 방향으로 타고 거슬러 올라왔다. 어린아이들과 여성 등이 몰려 있던 영화관 쪽이었다.
이 남성과 눈을 마주친 청년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꼈다. 눈빛엔 살기가 가득했다.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고 했다. 도망쳐야만 했다. 하지만 바로 옆엔 아이들이 있었다.
청년은 주변에 있던 의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흉기범이 지근거리에 다다른 순간, 힘껏 의자를 던졌다. 뒤통수를 맞은 남성은 그대로 쓰러졌고, 에스컬레이터에 실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청년은 곧장 시민들에게 소리쳤다.
"빨리 잡아 눌러요!"대낮 인천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더 큰 참사로 번질 수 있었던 순간, 범인을 제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무술을 배운 적도, 위험한 상황에 나서 본 적도 없던 23살 젊은이 신중현 씨였다.
그러나 흉기범을 제압한 용기는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두려움까지 지우진 못했다. 며칠이 지났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외출조차 조심스러워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5일 신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돌이키며 "저도 되게 많이 놀라고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사건 당일 신씨는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기 위해 인천 구월동의 한 대형 상가건물 4층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표와 팝콘을 사고 관람 시간을 기다리던 중 아래층에서 비명이 들렸다.
처음에는 아이들 장난치는 소리인 줄 알았으나, 여자친구가 이상한 상황임을 알아챘다. 아래층을 확인한 뒤에야 커다란 흉기를 든 남성을 목격했다.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신씨는 즉각 여자친구와 함께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 자신 역시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 같은 층에 있는 어린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폐쇄회로(CC)TV에 담긴 피의자 모습. 연합뉴스"아이들이랑 여자친구가 있는 걸 봤어요. 그걸 보니까 '내가 아니면 저지할 사람이 없겠구나' 싶었죠."신씨는 곧바로 주변에 있던 의자를 집어 들었다. 범인을 피해 숨어 있다가 기회를 봐서 가격할 생각이었다. 그사이 흉기를 든 남성은 4층에서 3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층으로 향하는 남성과 신씨의 시선이 마주쳤다.
"눈을 봤는데, 사람의 눈이 아니더라고요. '다 죽여버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처럼 보여서 너무 섬뜩했어요. 저도 생명의 위협을…"더는 망설일 수 없었다. 신씨는 남성이 에스컬레이터 끝에 다다를 무렵 의자를 던져 뒤통수를 가격했다. 남성은 그대로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신씨의 요청에 따라 여러 시민들이 의자를 겹쳐 남성을 제압했다. 현장 폐쇄회로(CC)TV에 담긴 모습은 여러 의자에 눌린 남성이 마치 '의자 감옥'에 갇힌 듯한 장면으로 남았다. 출동한 경찰이 긴급체포를 하기 전까지의 기록이다.
신씨의 행동은 자칫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신씨는 자신을 영웅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면 안 되지만, 이번 행동은 합당한 폭력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누군가 제압하지 않았으면 더 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건 이후에도 가시지 않는 두려움을 숨기지 못했다. 영상으로만 보면 용감하게 나서 범인을 제압한 모습이 부각되지만, 자신 역시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인천시 남동구 대형 상업시설에 입점한 2층 식당가의 점포 모습. 연합뉴스"저도 갑작스럽게 생긴 상황이라 얼떨결에 행동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 같지만, 저도 많이 놀라고 무서웠어요. 며칠째 잠도 못 자고 운동도 못 하고 있습니다. 밖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고,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에도 주변이 신경 쓰여요."신씨는 평소 운동을 배운 적도, 위험한 상황에 나서 본 적도 없다. 자신을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소개했다. 평소 어르신을 공경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는 정도였을 뿐, 적극 나서는 성격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런 그가 흉기를 든 남성 앞에 맞선 이유는 거창한 사명감이나 특별한 훈련 때문도 아니었다. 눈앞의 아이들을 두고 도망칠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자신 역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었다.
"저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안전했다고 하시니까 너무 다행이고 기분은 좋아요. 그런데 저도 살고 싶어서 한 거예요."사건 이후 시민들의 감사 인사가 이어지고 경찰도 신씨의 상태를 살피며 도움을 주려 했다고 한다. 신씨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격려에 짧은 소회를 남겼다.
"너무 과분합니다."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