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기고]강군의 조건 : 군종(軍種) 이기주의 타파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노컷뉴스를 선호 하는 출처로 추가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국군사관학교 개혁을 가로막는 이들에게

연합뉴스연합뉴스
"전장이 달라진 만큼, 장교를 키우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군 조직과 교육체계를 개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관학교 개혁 의지를 거듭 천명하였다. 대한민국 국방이 직면한 가장 절박한 시대적 과제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드론은 육·해·공군 중 어느 군의 무기인가"라고 물으며, 드론과 레이저, 로봇과 AI가 이미 물리적 전장의 경계를 허물고 있음을 갈파했다.

현대전은 더 이상 육상, 해상, 공중으로 나뉜 3차원 분리 공간에서 치러지지 않는다. 지, 해, 공과 우주 및 사이버, 전자기파 등 경계가 허물어지고 감시정찰, 정밀타격 수단이 실시간으로 얽힌 초연결 다영역 작전(MDO)의 시대다. 그럼에도 우리 군의 장교 양성체계는 여전히 70년 전의 낡은 군종별 분리 요람에 갇혀 있다.

사관학교 통합과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미래전 대비를 넘어 '이기는 강군'을 만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생존 전략이다. 전쟁사를 돌아보라. 역사상 수많은 군대를 패망으로 몰아넣은 가장 치명적인 내부의 적은 적군의 총탄이 아니라 지휘관들의 지독한 '군종(軍種) 이기주의'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 육군과 해군은 서로를 가상적으로 여기며 정보를 숨겼고, 급기야 육군이 자체 잠수함을 만들고 해군이 자체 전차를 개발하는 기막힌 촌극 끝에 패망을 자초했다. 나치 독일 역시 공군 총사령관 괴링의 병적인 항공 전력 독점욕 탓에 해군 U-보트 잠수함대에 필수적인 항공 엄호가 거부됐고, 결국 대서양 해전에서 연합군 초계기에 일방적으로 사냥당하며 무너졌다. 초강대국 미국조차 베트남전에서 해·공군 간 폭격 구역 분할 다툼으로 수백 대의 항공기를 잃었고, 1983년 그레나다 침공 때는 육·해군 무전기 주파수가 맞지 않아 공중전화로 함포 지원을 요청하는 수모를 겪은 뒤에야 뼈를 깎는 합동성 개혁에 나섰다.

각 군의 고위 지휘관들이 자군의 밥그릇과 서열에 눈이 멀어 있을 때 전선은 무너지고 국가의 명운은 위태로워진다. 40대 영관급 장교가 되어서야 합동대학에 모여 다른 군의 교리를 곁눈질하는 방식으로는 군종을 넘나들며 찰나에 결심해야 하는 현대전을 지휘할 수 없다. 20대 청년 생도 시절부터 육·해·공군과 해병대 지휘관 후보생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먹고 자며 뒹굴어야 한다. 서로의 언어와 작전 환경을 호흡처럼 체화하고 끈끈한 '국군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때, 비로소 위기 상황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진정한 합동성이 탄생한다.

물론 사관학교 개혁은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가 남긴 뼈아픈 교훈처럼, 특정 학맥이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며 권력을 사유화하던 내밀한 동문 카르텔의 싹을 잘라내는 헌법적 안전장치로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본질적이고 시급한 명분은 바로 '국가의 생존과 미래전 승리'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육사 사관생도 학부모 모임과 함께 연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육사 사관생도 학부모 모임과 함께 연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자명한 시대적 요구 앞에서도 사관학교 동창회를 중심으로 조직적 저항을 일삼는 이들의 행태는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안긴다. 평생 국민의 혈세로 교육받고, 군의 요직과 명예를 누렸던 예비역들이 국가의 미래 전투력이나 안보 현실에는 눈을 감은 채 "모교의 간판을 사수하겠다"며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은 묻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나라를 지키라고 키워줬더니, 이제 와서 국가 안보 대신 모교를 지키는 데 온몸을 던지고 있는가."

사관학교의 낡은 전통과 기수 문화가 대한민국의 국격과 장병들의 미래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헌법을 위협했던 군의 과오에는 침묵하면서 동문들의 기득권이 흔들리자 결사 항전을 외치는 모습은 이성적 국민들의 눈높이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시대의 거대한 흐름은 결코 거스를 수 없다. 군종간 벽을 허물지 못하면 미래 전장에서의 승리는 없으며, 이는 곧 국가의 파멸을 의미한다. 반대론자들은 이제 협소한 모교의 참호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 국가가 부여한 본연의 사명인 '호국(護國)'의 정신으로 돌아가 국군사관학교 창설이라는 역사적 대전환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국방안보포럼 서남열 회장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여러분의 제보가 CBS노컷뉴스의 시작입니다. 끝까지 취재하겠습니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