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앵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놓고 갑자기 조건의 변화를 주장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조속한 전환' 방침에 제동을 건 것인데요, 한미동맹에 또 다른 파열음이 일고 있습니다.
홍제표 기자! 브런슨 사령관의 전작권 관련 발언, 어떤 내용이고 발언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기자]
네, 현지시간으로 14일 미국 싱크탱크 세미나 기조연설인데, 전작권 전환의 조건이 변했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는 요지의 발언이었습니다.
먼저 주목되는 것은 통상 매년 11월에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 SCM을 앞둔 시점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번 SCM에서 지난 2022년에 이뤄진 검증 2단계인 FOC, 즉 완전운용능력 평가를 바탕으로 검증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마지막 3단계인 FMC, 즉 완전임무수행능력 평가와 검증, 아울러 전환 목표연도인 X-연도 설정 목표에 합의한 뒤 양국 대통령에 건의하는 절차까지 마친다는 목표입니다.
이럴 경우 빠르면 내년쯤 역사적인 전작권 전환이 완성됩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최근 전작권 전환에 대해 "큰 이견 없이 가고 있다"고 말해, 이대로라면 별 차질 없이 진행될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브런슨 사령관이 다소 뜬금없이 '조건의 변화'를 언급한 것은, 현 흐름에 제동을 걸고 전환 시기 연기를 의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이 발언이 미국 측 공식 입장이라고 봐야 할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왼쪽). 연합뉴스[기자]
아직까지는 미국 측 공식 입장으로 확인할 만한 근거는 없고, 미국 내에서도 여러 기류가 혼재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통한 군 소식통에 따르면, 본국 정부와 브런슨 사령관의 견해가 많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는 국제전략적이고 정치적 고려까지 해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 그리고 군사적 판단이 우선인 주한미군 간 입장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최근 전작권 전환을 시점을 정해놓고, 시점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사실상 연기를 주장했습니다.
다만 주한미군사령부는 오늘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대한 설명 요구에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는 공동의 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앵커]
브런슨 사령관 말을 받아서 전작권 전환이 바뀐다면, 바뀐 조건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가요?
[기자]
브런슨 사령관은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신문을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조건이 확실히 변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지난 12일 또 한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이로 미뤄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이유로 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아닙니다. 조건의 변화랄 수 없는 것이죠.
지난 9월 22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김성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강신철 국방부 장관 이·취임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주목할 곳은 브런슨 사령관이 '조건'뿐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한 부분입니다.
이는 브런슨 사령관이 부임 후 거듭 강조해온 중국 포위·압박 전략과 이를 위한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아무튼 브런슨 사령관 언급은 한미 간 기존 합의를 뒤집은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 입장은 무엇입니까?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기자]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며 미국 측 진의를 파악하려는 가운데 일단 신중하고 원론적 태도를 취했습니다.
전작권 조건 충족을 강조해온 미국 측이 아예 새 조건을 거론한 것은 약속 위반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우리 측이 명분상 우위에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부는 "한미가 상호 합의한 조건 충족 시에 전작권 전환을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남아 있는 이견은 한미가 상호 합의한 조건과 평가 기준에 따라서 SCM 전까지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일종의 굳히기 전략에 나섰습니다.
다만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개인 자격을 전제로 비판적 입장을 밝혀, 양국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정빛나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빛나 국방부 대변인]
"개인적인 자격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한미 간 안보 현안을 놓고도 파열음이 생긴 셈인데, 잘 수습될까요?
[기자]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미국 정부의 의중이 실렸다면 전작권 문제 해결이 쉽지 않겠지만 아직 그런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브런슨 사령관의 개인적 주장에 가깝다는 해석이 더 많아 보입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현지시간으로 12일과 13일, 14일 사흘 연속으로 미국 내 잇단 행사에 참석해 한미연합훈련 분산과 중국 견제를 위한 다영역부대 배치, 전작권 조건 변화라는 민감한 주제를 잇따라 제기했습니다.
다만 어찌됐든 이로 인해 대북정보 공유나 대미투자 이견 등에 따른 한미 간 이상기류는 더 확대된 게 사실입니다.
결국 다음 달 APEC 정상회의와 12월 G20 정상회의 등 최고위급 회동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는 미국의 다음 달 초 중간선거 결과가 중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지금까지 홍제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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