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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영화 고르고 직접 찍는다…커뮤니티비프의 특별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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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다이어리③]

8일 남포동 BIFF광장에서 시민들이 영화 촬영 체험을 하고 있다. 설유정PD8일 남포동 BIFF광장에서 시민들이 영화 촬영 체험을 하고 있다. 설유정PD
2011년 영화의전당 개관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중심은 센텀시티로 옮겨갔다. 하지만 남포동은 여전히 부산국제영화제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BIFF는 이 역사성을 이어가기 위해 2018년부터 남포동에서 관객 참여형 축제 '커뮤니티비프'를 열고 있다. 올해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커뮤니티비프는 리퀘스트시네마, 마스터톡, 블라인드시네마 등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이 직접 영화 문화를 만들어가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BIFF 다이어리>에서는 남포동에서 열리는 영화 축제, 커뮤니티비프만의 매력을 들여다보았다.

남포동에서 다시 시작된 영화제…"센텀과 다른 방식 찾았다"

◇ PD
커뮤니티비프는 남포동에서 열리는 관객 참여형 축제다. 시작은 어땠나.

◆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
2011년 영화의전당이 센텀에 생긴 이후, 남포동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지 않는 데 대한 중구청과 남포동 시민들의 아쉬움이 상당히 컸다. 무엇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된 장소가 남포동인 만큼 그곳의 역사적 유산을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8년 다시 남포동에서 영화제를 시작했다.

다만 센텀에서 진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일부를 그대로 떼어 남포동에 옮겨놓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고 봤다. 센텀에서 이뤄지는 본 상영과는 다른 방식의 영화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그때 찾은 핵심 키워드가 '관객 참여'였다.

1970년대 '록키 호러 픽쳐 쇼' 상영 당시, 관객들이 등장인물과 같은 옷을 입고 노래하고 춤추며 영화 속 장면에 직접 참여하는 관람 문화를 만들어냈다.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상영처럼 말이다. 이런 관객 체험형 영화 관람 문화에 초점을 맞춰보자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관객들이 LP바에서 신청곡을 신청하듯 보고 싶은 영화를 직접 신청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커뮤니티비프가 시작됐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현장. 설유정PD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현장. 설유정PD

관객이 영화 고르는 '리퀘스트시네마'…"1년 전부터 준비하는 팀도"

◇ PD
관객이 직접 상영작을 고르는 방식도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
2018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시네마'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첫해부터 공모 형식의 '리퀘스트 시네마'를 운영했는데, 처음에는 약 50개 팀이 신청했고, 그 가운데 후보를 추린 뒤 관객 투표 등을 거쳐 프로그램을 선정해왔다.

올해는 약 92개 팀이 신청했다. 처음에는 관객들도 '영화를 신청해서 뭘 한다는 거지?'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1년 전부터 준비하는 팀도 생겼다. 영화 관련 커뮤니티에서 '올해 리퀘스트 시네마에서 떨어졌으니, 내년에 재정비해서 다시 해보자'라고 이야기하는 관객들도 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OTT '워치 파티'보다 먼저 시작해…양방향 상영의 실험장 '마스터톡'

◇ PD
커뮤니티비프만의 대표적인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

◆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
'마스터톡'이라는 양방향 상영 프로그램이 있다. 올해는 임순례 감독과 박해일 배우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함께 보고,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 겸 배우가 '짝패'를 함께 감상했다.

9일 메가박스 부산극장 1관에서 영화 '짝패' 마스터톡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희 모더레이터, 정두홍 무술감독, 류승완 감독. 설유정PD9일 메가박스 부산극장 1관에서 영화 '짝패' 마스터톡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희 모더레이터, 정두홍 무술감독, 류승완 감독. 설유정PD
영화를 상영하는 동안 감독과 배우가 DVD 코멘터리를 하듯 실시간으로 작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극장 스크린 한쪽에는 채팅창이 있어 관객들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질문할 수도 있다.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소통이 되는 것이다.

요즘 OTT에서 등장한 '파티 상영' 같은 방식을 사실 커뮤니티비프가 전 세계 영화제 중 최초로 극장에서 시도했다. 관객 반응도 상당히 좋다. 직접 참여하고 반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지금까지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영화의전당과 다른 남포동만의 새로운 관객층

◇ PD
부국제의 중심이 영화의전당으로 옮겨가면서 관객들의 발길도 센텀시티로 향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포동을 찾는 관객이 많은가.

◆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
커뮤니티비프의 특성상 부산국제영화제의 메인 상영을 보기 위해 온 관객들이 관심을 두기는 쉽지 않다. 지역적으로 센텀과 떨어져 있고, 월드 프리미어를 보기 위해 온 관객에게는 상대적으로 이전 작품들이 많이 상영되는 커뮤니티비프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9년 동안 커뮤니티비프만의 새로운 관객층이 생겼다.

몇 년 전부터 안정적인 관객 점유율도 나타나고 있다. 내부적으로 조사해 보니, 센텀의 관객이 남포동으로 이동한 것이라기보다 새로운 '커뮤니티비프 관객'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점을 굉장히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부산 영화 문화의 역사가 담긴 공간…"남포동 놓쳐선 안 돼"

◇ PD
남포동이라는 공간을 계속 지키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남포동은 부산 영화사에서 어떤 공간인가.

◆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
부산은 한때 극장 문화가 굉장히 발달한 도시였다. 1990년대 남포동 극장가에는 약 7개의 단관극장이 한 거리에 모여 있었다. 전국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자연발생적인 멀티플렉스'가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멀티플렉스 극장 하나 정도만 남았지만, 그런 역사성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남포동 BIFF광장에 위치한 부산 극장. 설유정PD남포동 BIFF광장에 위치한 부산 극장. 설유정PD
동시에 남포동 자체가 재미있는 공간이다. 국제시장과 부평시장뿐 아니라 남포동이 갖고 있는 관광·문화적 가치가 있다. 영화의전당이 가진 권위와 훌륭한 시설도 분명 중요한 관광 자원이다. 하지만 남포동에 자연스럽게 축적된 관광 자원도 결코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포동에서 커뮤니티비프를 여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우리가 남포동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는 이유다.

직접 카메라 잡는 관객들…"15분 체험만으로 영화 보는 눈 달라져"

◇ PD
커뮤니티비프에서는 관객이 직접 영화를 찍어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
실제 영화 현장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카메라와 트랙 같은 장비를 거리에 설치해 놓고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약 10~15분 정도 기본 교육을 받고 직접 카메라를 잡는다. 아빠가 촬영하고 딸이 연기할 수도 있고, 친구가 찍고 다른 친구가 연기할 수도 있다. 그렇게 아주 짧은 1분 안팎의 영화를 직접 촬영하고, 간단한 편집을 거쳐 이메일로 결과물을 받아본다.

한 번도 영화를 찍어보지 않은 사람이 이 체험을 하고 나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15분 정도의 짧은 경험만으로도 '카메라가 이렇게 움직여서 장면을 만들어내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를 만들어본 관객과 그렇지 않은 관객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보는 영화에서 만드는 영화로"…부산이 영화도시가 되려면

◇ PD
부산이 진정한 영화도시가 되려면 시민들이 영화를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
영화학자 앙드레 바쟁이 진짜 영화광이 되는 방법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첫 번째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영화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동네방네비프에서 주관하고 커뮤니티비프에서 상영하는 '누구나 영화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처럼 영화를 찍기 쉬운 시대도 없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고화질 카메라가 스마트폰에 들어 있고, 편집 프로그램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언젠가는 "부산 사람들은 쉬는 날 친구나 가족끼리 모여 영화를 찍고 논다더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전광판. 설유정PD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전광판. 설유정PD
영화는 단순히 구경하는 산업만은 아니다. 프로야구를 보면서 사회인 야구도 즐기는 것처럼 영화 역시 직접 만들어 즐길 수 있다. 내 경험상 아무리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라도 아는 사람이 출연하면 굉장히 재미있다. 그렇게 시작해 언젠가 거장이 탄생할 수도 있다.

과거 어린이·청소년 영화제와 함께 '시네마 스포츠'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했었는데, 어린이들이 아침에 와서 스마트폰으로 영화 찍는 법을 배우고, 하루 동안 작품을 만들어 저녁에 상영하는 방식이었다. 그 가운데 거장이 탄생할 수도 있다.

꼭 거장이 나오지 않아도 좋다. 그 아이들이 영화를 찍는 것을 평생 취미로 즐긴다면 그것 자체가 영화 문화의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영화의 생명은 극장에"…낯선 관객들과 공명하는 순간

◇ PD
감독과 배우로도 활동하면서 관객들을 만나왔다. 여러 경험을 통해 느낀 영화만의 힘은 무엇인가.

◆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
영화의 생명은 극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극장은 밀폐된 극장만을 뜻하지 않는다. 야외극장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스크린과 큰 소리가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극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극장에 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주변에 앉아 같은 영화를 본다. 그러다 서로의 반응을 의식하는 순간이 생긴다. "이 장면에서 웃는 건가?" 생각하다 옆 사람이 웃으면 함께 웃는다. 무언가 무서운 것이 나올 것 같은 순간에는 누군가 비명을 지르면 더 놀라게 된다. 이처럼 극장엔 사람들이 서로 공명하는 순간이 있다. 스마트폰과 OTT 시대가 되면서 우리가 많이 잃어버린 경험이기도 하다.

극장, 다시 말해 '시네마'라는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유대를 느끼는 것. 그것이 영화가 가진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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