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 어워드' 대상은 '빵과 책'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에게 돌아갔다. 정혜린 기자10년 만에 관객 20만 명을 동원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화려한 폐막식을 끝으로 열흘간의 영화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폐막식에서는 이란의 거장 마지드 마지디 감독이 영화 '빵과 책'으로 '부산 어워드' 대상의 영예를 거머쥐며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출품 자격을 얻었다.
이날 오후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을 앞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일대. 폐막식 시간이 다가오자 입장하려는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뤘고, 저마다 좋아하는 영화 포스터 앞에서 추억을 남기는 영화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유명 영화인들이 등장하는 레드카펫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려는 팬들로 포토월 앞은 일찌감치 매워졌다.
폐막식 티켓을 손에 쥐고 영화의 전당 일대를 둘러보는 영화팬들은 막을 내리는 영화제에 대한 아쉬움과 동시에 폐막식 행사와 '부산 어워드' 수상작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장다정(26·여)씨는 "영화제 폐막작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오늘 폐막식에서 어떤 작품이 대상을 수상해서 폐막작으로 상영될지 너무 궁금하다"며 "부산시민으로서 영화제 기간만 되면 영화의전당 일대가 북적북적한 축제의 장으로 변해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신아리(31·여)씨는 "어제 저녁 야외극장에서 '그저 환상일 뿐'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봤는데, 선선한 가을바람과 날씨가 어우러져 한층 특별했다. 일반 상영관과 달리 함께하는 관객들의 호흡과 반응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색달랐다"며 "부산국제영화제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영화제 동안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리는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일대가 관객으로 붐비고 있다. 정혜린 기자
하늘이 점차 어두워지고, 오후 6시 폐막식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됐다. 이날 레드카펫에는 영화제 자원봉사자 대표 28인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봉사자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힘차게 울려 퍼졌고, 봉사자들은 캐릭터 인형과 직접 만든 팻말 등을 들고 춤을 추며 유쾌하게 입장했다.
배우 임시완의 단독 사회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진행됐다. 배우 임시완은 "오늘은 세계를 향해 내딛은 한 걸음이 어디까지 가는지 확인하는 자리"라며 "이 도시에서 태어나고 만난 수많은 이야기 중 일부는 더 넓은 세계로 떠날 채비를 한다. 그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함께 배웅하고자 한다"고 폐막식의 문을 열었다.
폐막식에서는 뉴커런츠상과 아시아 영화 13편이 초청된 경쟁 부문 '부산 어워드' 수상작들이 발표됐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선정되고 처음 개최되는 영화제인 만큼 경쟁 부문 수상작에 국내외 영화계의 큰 관심이 쏠렸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중국 감독 장이모우가 맡았으며, 중국 감독 비간과 카자흐스탄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 일본 감독 이시카와 케이, 한국 감독 정주리, 베트남 프로듀서 쩐 티 빅 응옥, 한국 배우 최희서 등이 심사위원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데뷔작을 대상으로 하는 뉴 커런츠상은 인도 영화 '어둠 속의 새들'의 샤샹크 왈리아 감독에게 돌아갔다.
'부산 어워드' 예술공헌상은 중국 구유 감독의 '처음 만난 외로움'에서 음향을 맡은 리단펑 음향 감독이 수상했다. 배우 장동건이 시상에 나선 배우상은 '처음 만난 외로움'에 출연한 배우 저우쉰과 일본 요키타 슈이치 감독 신작 '사코토는 언제나'의 히메노 카슌이 품에 안았다.
이로써 구유 감독의 산수영화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꼽히는 '처음 만난 외로움'은 '부산 어워드' 2관왕을 달성했다.
15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단독 사회를 맡은 배우 임시완이 폐막식을 진행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감독상은 대만 영화 '평범하기 위하여'의 리윈찬 감독이, 심사위원 특별상은 인도네시아 작품 '마이 마더' 에디 차효노 감독에게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대상의 영예는 이란의 거장 마지드 마지디 감독에게로 돌아갔다. 대상을 수상한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빵과 책'은 이날 폐막작으로 상영되는 동시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부문에 출품할 자격을 얻는다.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제 영화의 주인공은 어머니다.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영웅이시기 때문"이라며 "안타깝게도 이 영화를 촬영하기 몇 달 전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제 영화에 사랑과 감정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보내주신 에너지와 기도 덕분"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이란의 용감한 영웅이자 변함 없이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이란 국민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수년 간 지금까지도 그들은 억압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며 "전쟁이 없는 세상을 소망한다. 그곳은 평화와 사랑, 형제애로 가득할 것이며, 이 지구의 그러한 미래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영화제는 폐막식 행사 이후 대상작 '빵과 책'을 상영하며 열흘 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9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에서 열린 오픈토크 행사에 몰린 관객들. 박진홍 기자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이날 오전 결산 기자회견에서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상영작 관객이 2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여러 부대 행사 참여 인원 등을 포함하면 이번 영화제에는 27만 7천여 명이 찾아 축제를 즐겼다. 이는 30주년을 맞아 화려하게 진행된 지난해 영화제보다 4만 명 증가한 숫자다. 좌석 점유율 역시 85.4%를 기록해 지난해(84.4%) 대비 1%p 증가했다.
올해 영화제는 기존 수요일 개막 틀에서 벗어난 '화요일 개막'과 상영 회차 확대 등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집행위 측은 "개막일을 화요일로 앞당겨 관객들이 주말까지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는 물리적 기회를 늘린 점이 적중했다고 본다. 아울러 첫 주 상영을 5회차로 늘린 부분 역시 대부분 매진될 만큼 개선책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영화제 기간 열흘 동안 59개국 316편 작품이 관객들과 만났다. 영화제 기간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는 개·폐막식을 비롯해 10차례 오픈토크와 21차례 야외무대 인사, 5차례의 마스터 클래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극장마다 '게스트와의 만남(GV)'도 304차례 열리는 등 감독과 배우, 영화팬 간 소통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한편 내년 제32회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올해와 동일하게 화요일에 개막할 예정이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가 보여준 성과는 지난해 30회의 반짝 특수가 아니라, 30회를 기점으로 장기적인 긍정적 모색의 문이 열렸음을 보여준다"며 "화요일 개막을 통해 관객 증가 등 긍정적 효과를 확인한 만큼 내년에도 이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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