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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여순, 1946년 대구…역사는 남고 사람은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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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숙이 쓰고 그린 여순항쟁 최초 그래픽노블
"이름만은 남아야 합니더"…대구 '10월항쟁'의 기억

창비·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창비·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흰 신발을 신었다는 이유로 사람이 죽었다. 김금숙의 신작 그래픽노블 '흰 신'은 그 믿기 어려운 역사에서 출발한다.

'흰 신'은 1948년 여수·순천 일대에서 벌어진 여순항쟁과 민간인 학살을 다룬 그래픽노블이다. 작가는 전남 고흥에서 나고 자란 자신의 가족사와 기억을 바탕으로 유족 증언, 현장 답사, 연구자 인터뷰와 문헌 기록을 더해 이야기를 완성했다.

여순항쟁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군 제14연대 병사들이 이승만 정부의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봉기한 사건이자, 이후 진압 과정에서 호남 지역의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다.

작품의 제목인 '흰 신'은 당시의 증언에서 가져왔다. 여순항쟁 진압 과정에서 흰색 신발을 신었다는 이유만으로 봉기군 협력자로 몰려 희생된 사람들이 있었다는 기억이다. 김금숙은 이 소재를 아버지의 젊은 시절과 자신의 1980~90년대 대학 시절, 그리고 오늘의 시간까지 잇는 상징으로 활용한다.

특히 작품은 1948년의 비극을 과거에만 가두지 않는다. 국가폭력과 계엄, 민주화운동의 기억을 교차시키며 "국가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왜 학살과 전쟁은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을 현재로 끌어온다.

김금숙은 "아빠는 여순항쟁을 어떻게 살아냈고 어떻게 기억할까"라는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생전에 아버지에게 묻지 못한 가족사를 따라가면서, 한 집안의 침묵은 여순항쟁 피해자와 유족이 오랫동안 감당해온 침묵의 역사로 넓어진다.

작품은 붓과 먹을 사용한 김금숙 특유의 수묵 표현으로 그려졌다. 일본군 '위안부', 제주4·3, 한국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그려온 작가가 이번에는 자신의 고향과 맞닿은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한 셈이다.

'흰 신'은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권에 판권이 판매돼 해외 출간도 준비 중이다.

김금숙 글·그림 | 창비


더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더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
올해 10월은 1946년 대구에서 시작돼 경북 전역으로 퍼진 10월항쟁이 80년을 맞는 달이다. 10월항쟁은 해방이후 최초의 민중 항쟁으로, 당시 지속된 식량난, 물가 폭등, 그리고 청산되지 않은 친일 권력에 맞서 노동자, 시민, 농민, 학생 등이 참여한 사건이다.

유재연의 장편소설 '10월 - 우리는 대구에서 왔다'는 그날을 거대한 사건이나 이념의 대립이 아닌, 그 안에서 살아가고 사랑하고 서로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불러낸다.

소설은 현재의 한지훈이 세상을 떠난 아녜스 수녀의 노트를 전달받으면서 시작한다. 낡은 노트를 펼치자 시간은 해방 직후인 1946년 대구로 거슬러 올라간다. 굶주림과 콜레라, 사회적 혼란 속에서 총성이 울리고 계엄이 선포되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도 뒤흔들린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스물여덟 살 한도영이 있다. 그는 거창한 영웅도, 특정 이념을 대변하는 인물도 아니다. 다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고 끌려간 이들을 걱정하며 "그래도 사람이 다치고 있다 아입니꺼"라고 말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소설은 대구에서 시작된 혼란이 칠곡과 왜관, 영천, 성주 등 경북 곳곳으로 번지는 모습을 따라가면서도 숫자나 연표보다 사람의 얼굴에 시선을 둔다. 체포와 밀고, 공포 속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해야 했던 사람들과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의 시간을 담는다.

한도영의 죽음 뒤 누군가 작은 수첩에 그의 이름을 적으며 남기는 "이름만은…… 남아야 합니더"라는 말은 작품의 주제를 압축한다. 역사 속 사건명 뒤에서 지워진 개인의 이름을 다시 기록하는 일이다.

80년 뒤 다시 맞은 10월, 소설은 "그때 누가 옳았는가"보다 "그때 그곳에 누가 있었는가"를 묻는다. 제목 속 '10월'은 그렇게 하나의 달을 넘어, 잊힌 사람들을 다시 기억하는 시간이 된다.

유재연 지음 | 더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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