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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참사' 대표 4년형…양대노총 "중대재해법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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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노동자 목숨 앗아간 '아리셀 참사' 박순관 대표, 징역 15년보다 11년 감경된 4년형 확정
한국노총 "노동자 생명 외면한 경영책임자에 면죄부 줬다"
민주노총 "이윤 위해 사람 죽여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은 판결"

당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 화성=박종민 기자 당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 화성=박종민 기자 
23명의 노동자가 숨진 '아리셀 참사'로 기소됐던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대법원이 징역 4년형을 확정하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내려진 대법원의 관련 판결에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경영책임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와 실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판결"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이날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는 1심의 징역 15년보다 11년이나 감경된 형량을 유지한 결과다.

함께 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도 2심에서 받은 징역 7년이 확정됐고, 아리셀 법인에는 벌금 8억원이 확정됐다.

앞서 2024년 6월 24일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텼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유해·위험 요인을 점검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한국노총은 아리셀 화재 참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우리 사회 최악의 산업재해로, 노동자의 생명보다 생산과 비용이 우선시된 안전관리의 부재가 빚어낸 참사"라고 규정하고, "그럼에도 이처럼 참혹한 재해를 발생시킨 경영책임자에게 징역 4년이라는 형량이 과연 합당한 처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앞으로 기업들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어떠한 가치로 인식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얼마나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참사에도 경영책임자에게 이처럼 가벼운 처벌이 내려진다면, 어느 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두려워하고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보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존재하더라도 중대한 법 위반에 합당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판결이 선례로 남아 기업의 책임 회피와 솜방망이 처벌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을 거론하며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가 중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규정한 만큼, 향후 중대재해 사건에서는 피해 규모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의 사전 예방 노력과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가 형량에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유가족과의 합의 등 사고 이후의 사정이 경영책임자의 중대한 법 위반 책임을 과도하게 감경하는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양형기준을 엄격하고 합리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역시 대법원의 판결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사법 정의를 훼손했다"며 강도 높게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을 "중대재해처벌법을 우리 사회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선언"이자 "기업이 이윤을 위해 사람을 죽여도 우리 사회는 그를 처벌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고 짚고, "대법원이 그 법의 취지를 좁게 해석하고 책임의 무게를 크게 낮춘 판결을 그대로 확정함으로써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우려했다.

또 "'비용을 안전보다 우위에 놓아 안전사고를 일으켜도 합의와 보상으로 형량을 감형받을 수 있다'라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를 정면에서 반박하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의 판단은 앞으로 각급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해석하고 형을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기업에 필요한 것은 "사고가 나더라도 합의하면 된다"라는 신호가 아니라 "안전과 생명을 외면하면 기업과 경영 책임자가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분명한 경고"라며 "오늘 대법원의 판결이 안전 투자보다 사고 이후의 합의와 감형을 선택해도 된다는 잘못된 사법적 신호로 남는다면, 그 책임에서 대법원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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