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부실기업 신속 퇴출을 위해 올해 신설한 주가 1천 원 미만, 이른바 '동전주' 요건으로 인한 첫 상장폐지 사례가 오는 22일 발생한다. 관리종목 지정 기업 상당수가 액면병합을 마치거나 절차 진행 중이라 실제 첫 상장폐지 대상은 5곳 정도로 좁혀졌다.
다만 앞서 시가총액 미달로 상장폐지 대상이 된 기업들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 뒤 상장폐지 절차가 유예된 터라, 동전주 요건 역시 소송 가능성이 남아 있어 제도가 순항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전주 첫 관리종목 지정 후 46일 경과 상폐 사실상 확정
21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KIND를 보면 지난 8월 13일 주가 미달에 따른 동전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 중 코스닥 상장기업인 티케이지애강, 뉴인텍, 형지글로벌, 아이스크림에듀, 바른손이앤에이 5개사는 전날까지 44일 연속 주가가 세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에 이날과 22일 종가에서도 기준을 넘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사실상 확정된다.
이들 기업은 주가 1천 원 미만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이 지난 7월 1일 시행된 이래 30거래일 연속 기준 미만으로 8월 13일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이후 90거래일간 연속 45거래일 기준을 상회하지 못해 최종 상장폐지 대상에 들게 되는 셈이다.
주가 미달 요건으로 관리종목에 처음 지정된 코스피 상장기업 4개사와 코스닥 23개사 중 온타이드, 이스트에이드, 노을 3개사는 주가를 회복했다. 대영포장, 형지엘리트, 일신석재, 우리엔터프라이즈를 포함해 16개사는 주식 수를 줄여 다시 발행하는 액면병합 변경상장을 통해 주가를 이미 네 자릿수로 올렸거나 절차 진행 중이다.
원풍물산과 수성웹툰은 시총 미달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뒤 정리매매를 마쳐 상장폐지 됐고, 에이에프더블류는 정리매매 진행 중 시총 요건 상장폐지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사건이 인용되면서 거래 정지 상태로 상장폐지 절차가 멈춰 서 있다.
거래소는 일단 주가 미달 요건 상장폐지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2일 장 마감 뒤 최종 상장폐지 결정(23일 자)이 공시되고, 24일부터 7영업일간 정리매매에 들어간 뒤 상장폐지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상 기업들이 상장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경우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절차는 중단된다. 대상 5개사 중 형지글로벌은 시가총액 미달 요건으로도 관리종목에 지정된 뒤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라, 신청 취지를 변경해 동전주 요건 상장폐지 효력 정지 결정도 구할 가능성이 있다.
동전주 퇴출 절차까지 제동이 걸리면 올해 2월 금융위와 거래소가 다산다사(多産多死) 시장구조를 목표로 발표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정책은 당분간 멈춰서는 셈이다.
올해 2월 발표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은 시가총액 기준 요건 강화를 조기 시행하고, 동전주 요건을 신설한 게 골자다.
해당 요건에 따른 첫 관리종목 지정이 이뤄진 다음 날인 8월 14일 자로 동전주 요건에 따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코스피 상장기업 에이엔피를 비롯해 줄줄이 남은 부실기업 퇴출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
시총 미달 상폐 법원 결정 이후 유예…주가 미달 요건도 '시험대'
스마트이미지 제공주가 미달 요건의 경우 시가총액 미달 요건보다는 쟁점이 많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자본시장에서 관련 분야 다수의 소송을 진행해온 한 변호사는 "동전주는 미국에도 있는 제도이고, 주식 한 주가 천 원 미만이면 사실 주가 조작도 너무 쉽고 해서 부작용이 많다"며 "동전주 상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액면병합이나 일시적인 '주가 띄우기'를 통해 동전주 요건 상장폐지를 피하더라도 부실기업은 다시 동전주로 전락할 수 있다. 이에 부실기업 '신속 퇴출'을 위해선 제도가 맞물려 운영돼야 하는데,
시가총액 미달 요건 상장폐지가 멈춰 '반쪽짜리'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나현승 교수(사단법인 한국증권학회장)는
"동전주를 일시적으로 피하더라도 시가총액 기준은 피할 수 없으니 두 요건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했는데, 시가총액 기준이 흔들리고 있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스트에이드의 경우 주가를 회복해 이번 동전주 요건 상장폐지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시가총액 200억 원 미만인 상태가 지난 15일 기준 25거래일간 지속돼 관리종목 지정 우려 종목으로 공시된 상태다. 이대로 22일까지 시가총액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으로도 지정된다.
거래소는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절차는 유지하고 있지만, 이어지는 상장폐지 절차는 유예한 상태다. 지난 2일 법원이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이 낸 시가총액 미달 요건 상장폐지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다. 법원은 이번 정부들어 시가총액 미달의 시행 시기가 돌연 앞당겨진 점 등을 문제삼아 기업의 편을 들어줬다.
한편, 액면병합의 경우에도 금융위와 거래소가 기업의 실질적인 개선 여부를 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나현승 교수는 "일시적으로 병합해서 주가를 천 원 이상으로 올리더라도 문제가 심각한 기업들은 다시 동전주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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