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만 공개하고 검게 칠해진 학폭 회의록. 대전서부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의록 50면 가운데 17면가량을 글자를 읽을 수 없게 검게 가린 채 내줬다. A양 보호자 측 제공지난해 또래 따돌림으로 학교를 옮겼다고 주장하는 대전의 초등학생이 올해 맞신고 끝에 가해 학생 조치를 받은 뒤, 처분 근거가 담긴 심의위원회 회의록의 상당 부분이 가려져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위원들이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자료를 살펴 결론을 냈는지 확인해야 처분이 타당했는지 따져볼 수 있다며, 가려진 부분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초등 6학년 A양 측이 최근 대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낸 청구서와 정보공개 통지서에 따르면, 대전서부교육지원청은 지난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의록 50면 가운데 30~47면, 17면가량을 글자를 읽을 수 없게 검게 가린 채 내줬다. 양측 학생의 진술이 담긴 앞부분(1~29면)과 조치 판정표는 대부분 읽을 수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A양 측은 같은 반이던 B양 등 3명에게 따돌림을 당해 등교를 거부하다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당시에는 학교폭력 신고를 하지 않았다.
청구서에 인용된 심의위 진술에서 보호자는 아이가 알려지는 것을 몹시 꺼렸고 2차 가해도 걱정스러웠다고 했다. 담임교사에게 증거가 더 필요하고 인정받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설명했다.
학교 기록상 A양은 전학 직전까지 약 한 달 가까이 결석한 것으로 나온다. 학교는 이후 교우 관계 문제로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의 보호자가 요청했다며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마련했고, A양은 전학 직후 상담 기관에서 놀이치료를 받았다.
A양의 놀이치료 결과. 보호자 측 제공두 학생은 올해 길에서 다시 마주쳤다. 교육지원청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B양이 먼저 A양의 이름을 여러 번 불러 말다툼이 벌어졌고, A양이 지난 일을 사과하라고 하자 B양은 욕설로 맞받았다.
A양도 이후 전화와 지인을 통한 문자메시지로 B양에게 격한 말을 했다. 이를 확인한 B양 측이 A양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자 A양 측도 지난해 따돌림과 올해 접근 행위를 들어 맞신고했다.
심의위는 최근 A양의 전화 발언과 문자메시지를 학교폭력으로 보고 서면사과 조치를 결정했다. 다만 행위가 우발적이고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은 참작했다.
B양의 욕설은 말다툼 중 우발적으로 나온 것으로 보고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해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따돌림 신고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정리했다. 두 결정 모두 만장일치였다.
이에 A양 보호자는 회의록 공개를 요청했다. 교육지원청은 통지서에 이름과 주소 같은 개인정보만 빼고 공개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실제 공개본은 달랐다는 게 A양 측 설명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은 당사자가 요청하면 이름·주소 같은 개인정보만 빼고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 회의록은 위원 이름을 이미 A위원, B위원으로 바꿔 적었고, 앞부분에서는 학생 이름만 가린 채 발언 내용을 공개했다. 그런데 30면부터는 같은 방식을 쓰지 않고 내용 전체를 가렸다.
대전시교육청이 정한 비공개 기준에도 당사자가 요청하면 개인정보를 뺀 회의록을 공개한다고 적혀 있다.
설명도 달라졌다는 게 A양 측 주장이다. 보호자가 학생생활지원센터장과 세 차례 통화한 내용을 직접 정리한 문서에 따르면, 센터장은 처음에는 법령상 어쩔 수 없다고 했다가 두 번째 통화에서는 가려진 곳이 A양·B양이 아닌 다른 학생 3명의 진술과 앞부분 위원 질의라며 제3자 학생의 발언을 공개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위원 질의까지 가려졌다는 보호자 지적에는 질문 부분은 가려지지 않았다고 했다가 실무자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센터장은 위원끼리 나눈 논의는 회의록에 따로 남기지 않고 녹음도 회의록을 만든 뒤 없앤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용을 요약해 남긴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A양 측은 심의 내용을 기록하고 보존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또 이렇게 가려진 탓에 위원들이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자료를 살폈는지 알 수 없어 처분의 잘못을 따지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보호자는 가린 이유와 근거를 부분마다 밝히고 가리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공개하라며 다시 요구했다. 최근 서부교육지원청과 교육감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도 냈다. 행정심판위원회에는 가리기 전 원본과 녹음 자료를 교육지원청에서 받아 확인해 달라고 신청했다.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전경. 대전교육청 제공이에 대해 서부교육지원청 학생생활지원센터 관계자는 "가려진 부분이 B양 측이 함께 신고한 다른 학생들에 대한 심의 내용"이라며 "학생들의 이름을 가리더라도 위원들의 질문을 통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어떤 학생이 어떤 사안으로 신고됐는지 자체가 민감한 정보라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다른 정보와 합쳐 개인을 알아볼 수 있으면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개인정보보호법 규정을 근거로 삼으며 이 부분이 A양의 권리 구제에 쓸 수 있는 범위에는 들지 않는다고 봤다고 했다. 위원 질의 역시 다른 학생들의 사안을 확인하는 내용이라 함께 가렸다고 밝혔다.
보호자가 이의를 제기하자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쳐 위원 질의 일부를 다시 공개했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회의록 정보 비공개를 두고 보호자가 신청한 이의 제기에 대해 지난 12일 정보공개심의회는 법령에서 정한 비공개 사유 외엔 추가로 공개할 것을 심의·의결했다.
회의록 기록 방식을 두고서는 "심각성과 고의성 같은 판단 요지는 적고 있지만, 위원들의 모든 발언을 기재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녹음을 언제, 어떤 절차로 없앴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처분에 대해서는 "제출된 증거 자료를 다 살폈다"고 언급했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