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나와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보수의 심장 부산에서 '양면 민심' 드러나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부산의 민심이 일부 변화 조짐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전체 16개 구·군 중 강서구에서 국민의힘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고, 기장군 등 외곽 지역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추격했다.
20대 대선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득표율은 다수 지역에서 상승하며,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인 부산에 균열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해운대·수영·동래, 보수지지 여전…50% 넘긴 지역 다수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해운대구(53.4%), 수영구(53.8%), 동래구(51.8%), 남구(51.9%), 금정구(53.7%) 등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에서는 이번에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원도심인 중구(54.4%), 동구(53.9%), 서구(54.2%)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특히 부산진구, 연제구, 사상구 등 도심권에서도 50% 내외의 득표율로 우위를 지켰다.
강서구, 민주당 첫 1위 지역…젊은층 유입이 변화 이끌어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강서구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곳에서 45.8%를 득표하며 김문수 후보(45.2%)를 0.6%포인트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는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52.7%, 이재명 후보가 42.9%였던 결과와 비교하면 각각 7.5%포인트 하락, 2.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강서구는 최근 에코델타시티 등 대규모 개발과 함께 신축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30~40대 젊은층 유입이 활발한 지역이다.
강서구의 표심이 민주당으로 이동한 것은 이 같은 인구 변화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구 변화가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곳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4선 중진으로 활동 중인 지역구이자, 더불어민주당에선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었던 변성완 지역위원장이 기반을 다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에서 두 세력 간의 맞대결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기장군도 초접전…민주당, 외곽 지역에서 약진
기장군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43.8%를 얻으며, 김문수 후보(48.0%)와 4.2%포인트 차이의 접전을 벌였다.
지난 20대 대선에서의 기장군 득표율(이재명 40.8% / 윤석열 57.2%)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약 3%포인트 상승, 국민의힘은 약 9%포인트 하락했다.
기장군 역시 정관신도시 등 젊은 세대의 주거지로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이 지역은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이 재선 중인 지역구로, 이번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최택용 기장군 지역위원장이 정동만 의원과 정종복 기장군수를 불법 관권 선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기장군에서 변화하는 민심이 향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유일 현역' 전재수 지역구, 북구서 지지율 유지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유일하게 지역구 국회의원을 보유한 곳은 북구갑, 현역인 전재수 의원의 지역이다.
6월 3일 조기대선을 하루 앞둔 2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부산 유권자들을 향해 절박한 심정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강민정 기자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북구에서 41.4%를 득표하며, 전체 평균을 웃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50.2%에 머물렀다.
전 의원이 꾸준히 지역 기반을 다져온 만큼,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비록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보수 강세 지역인 부산 전체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한 사례로 주목된다.
대부분 지역서 민주당 득표율 상승…보수 우위지만 구조 변화
16개 구·군 중 강서구, 기장군, 영도구, 사하구, 북구, 사상구, 부산진구 등 7곳에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40%를 넘겼다.
이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대부분 30%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다.
예컨대 중구는 38.5%(20대) → 37.6%(21대)로 소폭 하락했지만, 기장군은 40.8%(20대) → 43.8%(21대), 강서구는 42.9%(20대) → 45.8%(21대)로 상승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전체 평균 득표율(약 51.4%)로 우위를 지켰지만, 대다수 지역에서 득표율이 3~9%포인트 하락하며 경고등이 켜졌다.
부산은 여전히 보수 정당의 강세 지역이지만, 강서구의 결과처럼 일부 지역에서는 민심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젊은층 유입과 주거지 변화, 정당 지지율의 격차 축소 등은 향후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부산 정치 지형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부산이 단일한 '보수 텃밭'이 아닌, 복합적 민심의 도시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대선에서 확인됐다.
한편, 현재 부산 지역 국회의원 18명 중 17명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전재수(북구갑) 의원 단 한 명뿐이다. 나머지 17석은 곽규택(서·동구), 김대식(사상구), 김도읍(강서구), 김미애(해운대을), 김희정(연제구), 박성훈(북구을), 박수영(남구), 백종헌(금정구), 서지영(동래), 이성권(사하갑), 이헌승(부산진을), 정동만(기장군), 정성국(부산진갑), 정연욱(수영구), 조경태(사하을), 조승환(중·영도구), 주진우(해운대갑) 의원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