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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때리는 한국사회.. 시장경제 실종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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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눈치 보느라 투자는 뒷전

 

장기불황에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까지 겹쳐 한국 산업계는 유례없이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 들어서 기업세무조사가 폭넓게 진행되면서 산업계는 더욱 힘겹다. CBS는 '규제에 흔들리는 경제'를 주제로 기획시리즈를 마련 25일부터 3차례 나눠 보도한다. [편집자 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에다 새정부의 '징세 드라이브'까지 겹쳐 산업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고 투자 의욕은 눈에 띄게 꺾이고 있다.

재계는 국내투자에서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고 시장논리에 배치되는 과도한 규제가 수년 내 부메랑이 돼서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기업 발목 잡으니 정부 눈치 볼 수밖에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국내 모 그룹은 내부 분위기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행여나 함부로 말을 내뱉었다가 미운털이 박힐까 억울한 마음을 누르며 감내하는 분위기다.

이 회사 간부는 "일감 몰아주기나 계열사 지원 등은 무조건 악이라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다 보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새정부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찍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부는데다 여러가지 기업·경영 외적인 요인들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잇따르다 보니 진취적인 투자보다는 자꾸 정부 눈치를 살피게 되고 또 어떤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이 그의 푸념이다.

이 간부는 국내투자와 관련해 "신규사업이라고 생각해서 추진할 수 있는 부분도 국내의 정서적 측면에서 벗어나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괜히 난도질 당할까 봐 주저주저하는 것이 현실이고 그런 측면에서 투자하기도 굉장히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비근한 예로 박근혜정부 들어 첫 검찰수사 대상에 올랐던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급한대로 손경식 회장을 정점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꾸리긴 했지만 정상적인 경영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

◈ 롯데, H대기업 제2 제3의 CJ설 파다

국내외 신규투자는 올스톱 된 지 오래다. 중국과 베트남 사료업체 인수, 글로벌 물류기업 인수, 미국 베트남 현지 유통망 인수 등 CJ그룹이 추진 중이던 투자사업들은 모두 중단됐다. 해외가 중단됐으니 국내 신규투자는 말할 것도 없다.

CJ그룹 한 임원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장점은 많지만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큰 투자를 하는 결정은 빨리 진행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CJ같은 대기업이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기업내부에 팽배하다는 점이다. 기업의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다. 재계와 검찰주변에서는 현재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롯데가 다음 차례가 될 것이란 설들이 돌고 있고 H그룹과 또 다른 H그룹도 내사대상이라는 풍문도 들린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초유의 가맹사업자 전수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프랜차이즈업계의 원성도 높다.

제빵프랜차이즈 본사 D임원은 "POS(Point of Sale)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세원이 다 드러나게 돼 있는데 국세청이 음성적으로 세금을 탈루한다고 생각하고 고강도조사를 벌이는 것은 선진시스템을 되돌리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즉, 빵의 매출은 본사를 통해 일어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경우에 따라 할인해서 판매할 수도 있고 점포마다 다른 사정이 있는데 POS 데이터를 근거로 무 자르듯 일률적으로 조사를 벌이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D임원은 또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간섭을 거론하면서 "커피 한 잔을 팔기 위해서는 빨대(스트로우)와 컵, 인테리어 등 많은 협력업체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납품회사들의 단가를 정부가 정해주고 협력사의 손만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것처럼 비친다"며 "사정이 이런데 어떤 기업이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구입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기업들 국내투자 스톱…해외로 해외로

그는 "국내중소기업에서 구매할 것을 해외로 돌리는 기업이 늘어나면 국내 중소기업의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결국은 되돌리기 힘든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임금에다 높은 땅값, 노사관계 리스크를 피해 국내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인도네시아로 남미로 옮긴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유통업체와 식음료업체들까지 속속 짐을 싸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이 밝힌 애로가 국내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 내수 중견기업은 2010년 국내투자액이 1960억원에서 이듬해 2829억원으로 44.3%증가했으나 2012년에는 -8.6%, 올해는 -38.8% 투자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투자가 급격히 둔화된 2012년은 여러가지 규제가 시작된 시점이다. 반면 해외투자는 2012년 254억 원으로 2011년의 109억 원 대비 133%나 증가했다.

B 유통대기업 역시 2011년 국내투자규모가 3조 9800억원에서 2012년 5조 1920억원으로 30.5%증가했지만, 해외투자는 2011년 6300억원에서 2012년 1조 240억원으로 62.5%늘어 국내투자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규제가 집중된 대형마트와 대기업의 공공기관 발주사업 진출제한이 새로 생겼거나 생기는 소프트웨어산업, 건설업종 등이 국내투자가 급감한 대표적 업종이다. 전경련 조사를 보면, 지난해에는 건설관련 업종의 투자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올해는 섬유, 의복 같은 소비재와 기계분야로 투자부진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양극화의 그늘에 가려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들이 아우성치자 정치권이 고강도 규제장치를 마련했고 새정부는 투자할 분위기를 거론하면서도 기업을 옥죄고 있어 기업환경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낙농제품과 육가공 등 해외진출이 불가능한 일부 업종 외에 국내에서 신규투자에 나서는 기업은 거의 사라졌다. 넘쳐나는 규제에 프랜차이즈도 패션도, 유통도 짐을 싸서 해외로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국세청이 세수를 늘린다는 명목 하에 전방위 세무조사에 나서다 보니 기업인들의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투자를 독려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 애국자라고 추켜세우지만 기업현장의 실상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금을 많이 걷어 복지혜택을 늘리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것은 국민 삶의 질 향상과 탄탄한 경제체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추진방식이 세련되지 못하고 급격한 정치권의 속도를 조절해 가야할 정부가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현장의 불만이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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