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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112' 신고 확 늘었지만…경찰 "매뉴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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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의심 신고해도 수사에 난항… 왜?

경찰청이 올해부터 112신고에 동물학대 식별코드를 부여하고 '동물학대사범 수사 매뉴얼'도 개정해 동물 대상 범죄 대응에 강조점을 뒀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수사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동물 대상 범죄 특성상 진술이나 증거 수집이 어렵고 동물학대 여부 판단이 모호하다는 이유입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동물 대상 범죄 심각성 커져…올 들어 월 300건 수준, 커지는 수사 고충
초동대응·증거수집에 있어 경찰의 '소극적 수사' 주장 제기
'동물=물건' 법적 지위 곧 변경…수사 매뉴얼 적용 미흡, 경찰 태도 바뀌어야

기사내용과 관계없는 사진. 스마트이미지 제공기사내용과 관계없는 사진. 스마트이미지 제공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의 한 어린이공원 산책로 안쪽에 가죽이 통째로 벗겨지고 장기가 드러나는 등 잔인하게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누군가 고의로 고양이를 살해했다면 이는 동물보호법 제8조를 위반한 동물학대 행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원들은 신고자에게 경찰서에 직접 사건을 접수하라고 하고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일 해당 사건을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발한 동물행동권 카라 측은 경찰의 대응이 아쉽다고 했다. 최민경 카라 활동가는 "(신고 다음날) 경찰서에서도 사체를 두고 돌아갔다가 부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자 가져가 부검을 의뢰했다"며 "시일이 흘러 사체가 부패하면 독극물 검출 등 어려움이 많은데 초기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찰의 시각에선 신고자가 고양이 사체를 땅에 파묻어놓은 상황에서 증거 훼손 등을 우려해 추가적인 조치를 하기 어려워 동물 대상 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서 지능팀으로 안내해줬다는 입장이다.


'동물학대' 범죄 건수는 늘어나는데… 경찰 "수사 애로사항 있어"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이 처음으로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경찰청이 올해부터 112신고에 '동물학대 식별코드'를 부여하는 등 동물 대상 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일선 경찰관들은 수사에 고충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동물보호단체 등은 "경찰이 수사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1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인원은 1014명(992건)으로 2010년 이래 역대 최대치다. 또 올해 동물학대 관련 112신고 건수는 매달 300건을 넘어 8월까지 총 3677건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동물 대상 범죄가 증가하며 경찰 대응도 중요시되고 있지만, 이 의원이 지난 5월 경찰관 12만83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6%는 동물학대 사건 수사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들은 동물학대 여부 판단 및 증거 수집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일선에서 동물 대상 범죄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현장에서 (학대 행위가) 즉시 확인되지 않고 뒤늦게 신고를 받거나 확인되기 때문에 소급해서 학대 당시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관도 "(학대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많지 않고 날짜 특정이 안 돼 보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야간에 (동물이) 버려지고 목격자도 일반 사건에 비해 적어 애로사항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동물 학대 의심 사건이 발생해도 입건이 안 되거나 증거가 없어서 종결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월 강남구에서 생후 3개월 된 고양이 3마리가 학대 당하고 유기됐다는 신고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접수된 사건도 학대 혐의가 없어 내사 종결됐다가 동물보호단체의 진정으로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지난 7월 9일 종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페쇄회로(CC)TV가 현장을 비추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신고자도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여러 가지를 종합한 결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동물보호단체 "사건 접수조차 어려워"… 적극적인 현장 대응 필요

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경찰이 동물 학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더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애매한 경우 출동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띰했다. 최 활동가도 "현장에 온 경찰관들이 '학대가 아닐 수 있다'며 사건 접수를 안 해주는 경우도 있다"며 "한 단계 한 단계 수사관을 설득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또한 "동물학대 행위가 분명히 있다고 신고를 해도 경찰이 집 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한다"며 "현장을 제대로 확보하는 면에 있어서도 굉장히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경찰의 소극적 대응은 동물이 법적으로 '물건'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7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는 민법 98조의2를 신설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동물학대 신고를 했을 때 개·고양이가 개인 소유물이자 재산이라 그거를 가지고 처벌하거나 수사하는 데 부담을 느껴 (경찰이) 소극적인 태도를 자주 보인다"며 "법에서도 동물학대가 인정되기 쉽게 해주거나 보호조치를 하기 쉽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동물보호법 자체가 범위가 좁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실하다고 비판받았던 '동물학대사범 수사 매뉴얼'이 올해 초 '동물대상범죄 벌칙해설'로 개정돼 전국 경찰관서에 배포됐지만 아직 현장에 잘 녹아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동조치 및 지자체 공조 방법, 수사 실무자를 위한 동물 사체 부검 의뢰 및 양형기준 등을 설명한 해설집이지만, 최 활동가는 "내부적인 교육 없이는 지역 경찰관들이 동물 사체를 확보하지 못해 구청에서 소각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중요한 단서들이 현장에서 다 없어지고 있어서 빨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수사하겠다는 의지나 우선순위"라며 "지금은 (동물 대상 범죄 수사) 초기 단계라 수사를 해본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동물 대상 범죄는 우선순위에서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연쇄살인범 케이스를 역으로 추적해보면 그 사람이 동물학대를 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동물과 관련 행동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연쇄살인범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늘 경고한다"며 "이전까지 동물 학대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서 사법처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수사해서 저런 행위를 하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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