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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 대통령이 기소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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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힘내라 택시! 소통의 날' 정책간담회에서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힘내라 택시! 소통의 날' 정책간담회에서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뒤에 달고 한 얘기지만 "(당선되면) 전 정권 적폐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다. 집권시 측근검사를 동원해 보복수사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중에 퍼져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목전에 두고 검찰총장 출신 대선 후보가 정권 적폐수사를 언급한 것은 일대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기간에 역대 어느 야당 대선 후보가 물러가는 정권을 두고 청산하겠다고 대놓고 공언한 적이 있는가.
 
공개적으로 정치보복 선언을 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만약 그 의도가 명확한 것이라면, 집권 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사건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백 퍼센트'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의 인터뷰 내용을 들여다 보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중앙일보 인터뷰 일부

  • 집권 시 측근 검사들을 중용해 보복수사를 할 거란 우려가 있는데?

    왜 A검사장을 무서워 하나. 이 정권에 피해를 많이 보았기에 서울중앙지검장을 하면 안되는 건가. 말이 안 된다. 거의 독립운동하듯 해 온 사람이다. 일본 강점기에 독립운동해 온 사람이 나중에 정부 중요 직책에 가면 일본이 싫어하니까 안 된다는 논리와 뭐가 다른가.

  •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

    할 거다. 그러나 대통령은 관여하지 않는다. 현 정부에서 수사한 건 헌법 원칙에 따라 한 거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보복인가. 다 시스템에 따라 하는거다.


무엇이 적폐청산이고, 무엇이 보복수사인가?

MB 정권이나 박근혜 정부는 권위주의 정권이었다. 국정원도 국내정보를 수집하고 검찰 수사에도 관여했고, 검찰, 경찰은 모조리 정권에 예속돼 있었다. 당시 사정기관이 자발적 정권수사를 했다는 기억이 없다. '민간인 사찰, 광우병 사건, 만사형통 이상득 사건' 모두 정권 스스로 치부를 드러낸 것이었고, 검찰은 국민여론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특검 등 추가 사법 절차까지 거치면서 실체적 진실을 상당히 밝혀낸 것이었다. 그나마 최시중 사건은 중요 참고인이 미국으로 도망갔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정권 초 '십상시 문건'이 터지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 정권의 부정비리를 검찰이 먼저 파악해 수사에 나선 사건도 없었다. 비서실장 김기춘 씨는 검찰과 국정원.경찰을 장악하고 인사로 사정작업을 쥐락펴락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윤석열 후보는 "MB정부가 측근과 형 뭐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고 수사하기에 가장 쿨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검찰은 국민 여론이 무서워 존립기반이 흔들릴까봐 '썩은 고기'를 어쩌다 청소했을 뿐이지, 그 정권에서 부패를 싹둑 잘라내겠다고 작심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부패는 밀려 적폐가 쌓였다. 드디어 박근혜 정부 말기에는 암존해 있던 '비선실세 사건'이 폭발했고, 당시 김수남 검찰은 '들어갈까 말까' 전전반측하다가 촛불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특수수사본부를 출범시켰다.
 
문재인 정권 초기, 켜켜이 쌓인 적폐청산을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이 또한 '정치보복'으로 보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부득이한 것이었고 팩트 자체가 그러했다. 윤석열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역할을 감당했고 국민들로부터 '강골검사'라는 칭찬을 얻었다.

 지난 2019년 7월 25일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함께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시 신임검찰총장. 연합뉴스지난 2019년 7월 25일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함께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시 신임검찰총장. 연합뉴스​​
그런데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이 되자 총부리를 현 정권으로 돌렸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이었겠는가. 아무리 무능하다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소위 법치주의나 검찰의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훼손한 사실이 없다. 윤 후보가 말한대로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도 성역없이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지시처럼 그가 건드리지 못한 수사는 없었다.
 
조국 수사가 그랬고, 원전 수사가 그랬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이 그랬다.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관, 장관이 모두 타깃이었고 압수수색 다 했고 영장 청구도 다 했다. 물론 문재인 지지자가 서초동에서 강성 시위를 해서 못마땅했고, 법무부 장관과 법정 마찰이 있었지만 어느 나라 검찰도 무진공 상태로 '장애' 없이 수사를 돌파하는 사례란 거의 없다.
 
윤 후보는 '너네(문 정부)는 내가 정권 초기 적폐수사를 했는데, 왜 너네는 못하게 하냐'고 지금 논리비약을 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중립성이 생명인 검찰수장이 임기도 안 채우고 튀어나와서 곧바로 야당에 들어가 대선 후보가 된 상황이야말로 검찰 독립성 훼손을 초래한 일인데 말이다.
 
'적폐'라고 같은 잣대로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치보복' 의사를 '적폐수사'로 위장한 것 이라 볼 수 밖에 없다. 'MB·박근혜 정권 적폐청산과 이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주장은 다른 것이다. 차원이 다른 문제를 '적폐청산'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우고 결국은 정치보복을 감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것은 대단히 불행하고 국가적으로 굉장히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 공소장에 '문재인'이라는 단어가 3번 나오고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43번 등장한다고 이미 보도됐다. 원전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년 8월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결론을 내렸지만, 수사팀 반대로 검찰은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야당 후보가 적폐를 가장한 '정치보복' 얘기를 대놓고 하는 것을 볼 때, 정권이 바뀌면 문재인 대통령은 공범으로 기소되고 재판에 서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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