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경선 결과 최종 득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90%에 육박한다. 유력 주자로 대세를 입증한 만큼 이 후보는 차기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정권 교체를 노린다는 각오다.
이 후보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선거에서는 상대 후보 측 공세에 맞불로 대응했지만, 이번에는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구상이다. 집권시에는 국민 행복과 통합을 기치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포부다.
89.77%의 李…민주 후보로 본선 '재도전'
민주당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순회경선을 끝으로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마무리했다. 이재명 후보는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수도권·강원·제주 등 4차례 경선과 국민선거인단 최종 합계 결과 득표율 89.77%를 기록하며 민주당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경쟁자였던 김동연(6.87%), 김경수(3.36%) 두 예비후보와의 격차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
당내 절대적 지지를 얻은 이 후보는 이제 두 번째 대선 본선에 나선다. 지난 19대 대선 때에는 당내 경선에 참여했지만 3위에 머물며 탈락했다. 이후 경기지사에 당선되면서 몸집을 키웠고, 20대 대선에서는 민주당 최종 후보로 뽑혀 첫 본선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당시 상대 후보였던 국민의힘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0.73%p(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석패하면서 또 쓴맛을 봤다.
두 번의 고배 이후 다시 한번 대권가도에 오른 이 후보에게 이번 대선은 절호의 기회다. 윤 전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로 파면된 끝에 치러지는 선거인 터라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서다. 실제 탄핵 정국에 접어든 뒤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줄곧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10%p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상대 후보와의 지지율에서도 이 후보는 독보적이다. CBS노컷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온 어떤 후보와 맞붙어도 우위를 보였다.
이 후보를 상대로 한 가상대결을 보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47.2% vs 19.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47.1% vs 13.2%) △홍준표 전 대구시장(46.4% vs 21.7%)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47.1% vs 6.4%) 등으로 적게는 약 25%p, 많게는 40%p 넘게까지 차이가 났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과 국민들께서 저에게 압도적 정권 탈환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라고 명령했다"며 "그 간절하고 엄중한 명령을 겸허히 받들겠다. 반드시 승리하고 정권을 탈환하겠다"고 말했다.
사법리스크·한덕수 '빅텐트' 변수되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압도적 정권교체를 외친 이 후보에게 남은 변수는 전과 달리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지난 대선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사법리스크'는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실상 해소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상고 사건의 심리를 속행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파기자판'은 물론 '파기환송'의 가능성 역시 낮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선거법 위반 이외에 재판 중인 다른 사건들의 경우 대통령 당선시 불소추특권에 따라 정지될 여지가 크다. 설사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남은 변수는 국민의힘 측에서 거론되는 이른바 '한덕수 빅텐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반명'(反이재명) 인사들이 결집해 이 후보의 독주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모든 대권주자들이 이 후보에게 약세를 보이면서 한 권한대행에 대한 출마 요구도 갈수록 높아지는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이르면 이번주 안에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한덕수 빅텐트'가 현실화해도 이 후보의 대세를 꺾을지는 불투명하다. CBS노컷뉴스가 KSOI에 의뢰한 같은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 후보는 한 권한대행이 출마했을 경우를 가정한 조사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한 권한대행,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그 외 후보가 포함된 조사에서 47.0%를 기록하면서 한 권한대행(27.7%)을 20%p 가까이 앞섰다. 한 권한대행과 이준석 후보(5.2%)의 지지율을 합쳐도 이 후보와의 격차는 14.1%p다. 그외 후보(14.9%)까지 모두 합쳐야 이 후보의 지지율과 그나마 엇비슷해진다.
한 권한대행 본인의 리스크도 적지 않다. 12·3 내란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이나 상설특검(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미의뢰 등 권한대행으로서 행사한 여러 결정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다.
앞서 이재명 후보도 한 권한대행을 겨냥해 "공직자는 공직자 책무가 뭔지 언제나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 한 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서도 "출마시 이 후보 독주에 일부 긴장감은 줄 수 있지만, 그간 한 권한대행의 행보를 본 국민들이 표를 줄지는 미지수다. 큰 타격감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李, 네거티브 아닌 '공약'으로 승부수
이 후보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전략 대신 정책과 공약으로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의혹을 공격한 지난 대선과 달리 높은 지지율이 뒷받쳐주는 만큼 선거 내내 차분함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상대방의 네거티브 공세에 맞대응하기보다는 허위 사실을 바로잡고 가짜뉴스를 쳐내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네거티브 전략보다는 정책과 공약 등 미래를 바라보는 메시지를 던지는 방향으로 선거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회복'과 '성장'이다. 회복은 12·3 불법 계엄의 주동자와 가담자를 처벌해 내란을 극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장은 경제 발전에 방점을 둔다.
최근 민주당이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하고, 이 후보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규정하면서 "지금은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TV조선 주관 토론회에서는 '대통령 당선 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경제 상황 점검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가 내건 '회복'과 '성장'의 키워드는 본격적인 대선 과정에서 '행복'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내란 사태와 경제 위기 극복 이후에는, 궁극적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과 복지 강화로 '행복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도 대선 후보 공약집을 크게 △회복 △성장 △행복 등 3가지 파트로 구성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이재명은 민주당의 후보이자 내란 종식과 위기 극복, 통합과 국민행복을 갈망하는 모든 국민의 후보"라며 "불평등과 절망, 갈등과 대결로 얼룩진 구시대의 문을 닫고 국민 대통합으로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