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퇴를 표명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50년 넘는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76세의 나이로 대선에 뛰어들었다. 공정한 대선 관리 책임이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기를 불과 33일 남겨두고 선수로 직접 나섰다. 그는 사의를 밝히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2인자로서 12·3 내란사태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계엄 사과 없이…"이 길밖에 없다면 가야 한다"
한 전 총리는 1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 출마를 위해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엄중한 시기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 길 밖에 길이 없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6분가량의 담화 내내 대한민국의 위기와 본인의 경제·통상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저는 1970년 공직에 들어와 50년 가까운 세월을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최일선에서 우리 국민의 일꾼이자 산증인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이제까지 없던 거대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통상질서 급변을 예로 들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나 12·3 내란사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민 한 분 한 분이 겪으신 갈등과 혼란에 대해 가슴 깊이 고통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도 본인의 책임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대목은 없었다.
계엄선포 못 막고 대선 관리도 팽개친 尹정부 2인자
구여권에서는 한 전 총리의 출마 명분으로 트럼프시대를 대처할 경제 전문가의 면모를 꼽고 있지만, 그에게 따라붙는 그림자는 더 짙다.
한 전 총리는 파면된 윤 전 대통령 밑에서 국정 2인자로 3년 동안 재직했다.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로서 12·3 계엄선포를 막지 못했다. 탄핵 복귀 이후에는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알박기 인사에 나섰다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저지당했다.
국정수습과 대선 관리의 책임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한 전 총리는 지난 4일 "대선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국민담화를 냈다. 그러나 불과 27일 만에 그는 관리가 아닌 참여를 택했다.
그러면서도 한 전 총리는 국가원수로 자격으로 외신 인터뷰와 정상간 통화 등으로 정치적 몸값을 불렸다. 호남과 영남을 잇따라 방문하고 대형교회 부활절 예배와 한미연합사 방문, 국회 시정연설까지 대행 신분을 유지하며 사실상의 대선행보를 해왔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을 본인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밝혔으나, 국익이 직결된 협상을 자신의 정치적 치적 쌓기에 동원했다는 의심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