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무죄판결을 파기 환송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의원총회에서 박찬대 원내대표가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자, 민주당은 당혹감 속에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지도부와 선거대책위원회는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는데, 이 후보는 국민의 삶은 결국 '국민이 결정'한다며 예정된 민생행보를 소화할 방침이다.
대법 판결에 "사법 쿠데타"…의원총회·전략회의 연달아
대법원은 1일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파기 환송이다. 대법원은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재판부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판결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대법원의 심리였지만, 내심 촉박한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무죄확정'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급히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해소된 듯 보였던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다. 제21대 대선이 치러지는 다음달 3일까지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까지 잇따라 선고가 내려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중론이지만, 당선이 되더라도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둘러싼 여야 간 논쟁이 격화될 수 있는 만큼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의원총회에서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부당함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대거 분출됐다. 대선일까지 1개월, 후보 등록 후 본선까지 10일 가량을 남겨둔 상황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등 최유력 후보인 이 후보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특히 민주당을 향한 "전면전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당 지도부는 물론 개별 인사들의 비난도 쏟아져 나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명백히 정치재판이고 졸속재판"이라며 "졸속재판으로 대선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논평했다.
이 후보와 함께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김동연 경기지사는 "전례 없는 조속 판결로 대선에 영향을 주겠다는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예측 불가능한 사법부 판단으로 감히 주권자의 다수의사를 거스르는 건 사법 쿠데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의원은 "정치검찰에 이어 대법원의 쿠데타이자 내란행위"라고 규정했고, 황정아 의원은 "사또 재판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침착한 李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한 1일 이 후보가 전국 각지에서 민심을 듣는 '골목골목 경청투어'을 시작하며 경기도 연천 전곡읍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격한 당내 반응과 달리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대권 의지를 이어갔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일은 정치가 하는 것도, 사법부가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국민이 한다"며 "오로지 국민만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됐지만, 선거운동을 이어가며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선고 당시 이 후보는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행사를 마친 후에야 핸드폰을 통해 대법원 선고 소식을 접했는데, 잠시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내 침착한 모습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라면서도 "내용을 확인해보고 입장을 내겠다"고 답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라는 것이고, 결국 국민 뜻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치적 경쟁자들 입장에서는 온갖 상상과 기대를 하겠지만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과 상관 없이 선거는 국민의 표심이 중요한 만큼 계속해서 대권가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과 경기에서 노동자 간담회, 골목 경청투어에 나선 이 후보는 2일부터 4일까지 강원, 경북, 충북을 연이어 방문하며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지도부와 선대위 내에서는 사법리스크 대응을 위해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 후보는 그대로 소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