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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교육감 "AI교과서 전면 도입 반대, 자율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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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 원로·경기교육 수장 임태희 교육감 인터뷰
정부 교육 정책 'AI교과서 전면 도입' 반대
'하이러닝'으로 충분…AI교과서 질 떨어져
자체 운영체계도 단점…학습 자료 접근 어려워
교과서업체가 업데이트에 적극적일지도 의문
"교육부는 교육과정만 정하고, 선택은 교사 몫"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제공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제공
"AI교과서 전면 도입은 업체만 배부르게 만듭니다.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다면 당사자가 선택하게 해야죠."

보수진영의 원로이자 경기 교육의 수장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AI 디지털교과서(AIDT·이하 AI교과서)에 대해 쓴소리를 뱉었다. 오는 2026학년도부터 AI교과서를 모든 학교에 전면 도입하겠다는 교육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

그동안 임 교육감은 정부의 교육 정책에 맞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정부가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 운영) 추진 의사를 밝히자 타 시·도교육청보다 한 발 앞서 유보통합추진단을 꾸리고 기반을 마련했다. 늘봄학교 추진 당시에는 시범 사업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의 AI교과서 정책은 보수 정권의 든든한 지원군인 임 교육감마저 돌아서게 만들었다. 교육부가 성과 내기에 급급해 교사와 학생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임 교육감의 입장이다.

임 교육감은 지난 28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현장에 나가보면 그 어떤 교사도 교과서를 기반으로 수업하지 않는다"며 "이미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AI교과서를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AI 교육 자료 충분한데"…굳이 AI교과서 필요?

부산 북구 SW·AI 교육거점센터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상설 전시회 모습. 연합뉴스부산 북구 SW·AI 교육거점센터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상설 전시회 모습. 연합뉴스
임 교육감은 AI교과서를 강하게 비판할 수 있는 이유는 남다른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지난 2023년 AI 기반의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을 도입했다. 하이러닝을 통해 일선 교사들이 자체 제작한 교육 콘텐츠 80만여개와 EBS 교육 콘텐츠 7만여개를 과목 및 학생 특성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1학기부터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도입된 AI교과서는 현장에서 하이러닝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임 교육감은 "교사연구회가 초등학교 5~6학년생 대상 디지털 교육 자료를 만들었는데, 이 자료를 사용해 본 교사들이 오히려 AI교과서보다 좋더라고 칭찬을 했다"라며 "이미 경기도내 교사와 학생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상황에 맞게 활용하고 있는데, 굳이 AI교과서를 강요할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자체 운영체계로 호환 어려운 AI교과서…오히려 '역효과'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듣고 있다. 이한형 기자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듣고 있다. 이한형 기자
AI교과서는 교과서업체가 만든 운영체계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작용한다.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4곳은 이미 AI 교육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자체 운영체계를 만들었고, 11개 교육청은 운영체계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AI교과서 전면 시행으로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과서업체에 요청해 전국 시도교육청 중 유일하게 자체 운영체계(하이러닝)를 통해 AI교과서를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교사들이 학습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은 막혀 있다. 학습 자료가 없다면 학생들의 학습 분석, 맞춤형 교육 제공이 불가능해져 AI교과서는 디지털 콘텐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AI교과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변화에 맞춘 업데이트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수정이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임 교육감은 교과서업체가 이를 성실히 이행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AI교과서가 전면 도입되면 교과서업체는 이미 AI교과서를 다 팔고난 뒤인데, 업데이트와 오류 수정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냐"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고속도로를 내고 업체는 고속도로를 달릴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데, AI교과서는 자동차를 만드는 김에 고속도로까지 같이 만들라고 하는 것이랑 다를 바 없다"며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데 굳이 교육부에서 모든 업무를 교과서업체에 맡겼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임태희가 내린 결론은?…'전면 도입' 대신 '자율 선택'

연합뉴스연합뉴스
결국 임 교육감이 내린 결론은 '자율 선택'이다. AI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고, 교육자료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임 교육감은 "교육과정을 통일하는 것은 교육부의 역할이지만, 어떤 콘텐츠를 활용해 교육을 할지는 교사가 선택할 몫"이라며 "만약 AI교과서가 뛰어나다면 누군가는 AI교과서를 채택하고, 누군가는 종이 교과서를, 누구는 적절한 콘텐츠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육감은 이미 AI교과서 전면 도입 철회를 위한 준비단계에 돌입했다. 지난 29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과 만나 AI 교과서 추가개발 반대 입장을 전달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오는 5월 22일에는 강원도교육청 주관으로 열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공식 안건으로 올려 공감대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타 시도교육감과 의견이 모아지면 교육부에 정식으로 AI교과서 전면 도입 철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임 교육감은 "교육부는 AI교과서를 일종의 교실 혁명의 상징으로 보고 밀어 붙이고 있지만 교과서는 도구일 뿐 혁명은 교사와 학생들이 일으키는 것"이라며 "이미 AI교과서를 제작했기 때문에 교육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지만, 의무화 대신 구독료를 지원해 필요한 이들에게 AI교과서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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